대주주는 "전혀 아니다"지만…SK매직 매각 가능성 거론되는 시장
입력 22.11.22 07:00
취재노트
최근 매각주관 IB 및 잠재 후보군 등 언급 이어져
SK네트웍스는 "내부서 전혀 확인된 바 없다"
매각 원해도 조심할 상황…IB 역시 "진행 상황 없다"
SK매직 실적 둔화…SK그룹 재무전략 변화도 주목
  • SK네트웍스는 2016년 사모펀드(PEF)로부터 동양매직을 인수했고 이듬해 SK매직을 공식 출범시켰다. 최신원 전 회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한 후 첫 신사업 진출 성과로, 이후 SK네트웍스의 핵심 사업으로 발돋움했다. SK매직 인수 당시 내걸었던 2020년 매출 1조원 목표도 달성하며 순항해 왔다.

    이런 SK매직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SK네트웍스가 인수한 지 6년밖에 안된 주요 사업을 내놓는다는 것이 이치에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SK네트웍스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구체적인 정황과 이야기들이 다수 언급되고 있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A임원은 “SK매직 매각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PEF 사이에서 돌고 있다”고 했다.  다른 IB의 B임원은 “외국계 IB 한 곳이 매각 주관을 았다는 언급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 국내 PEF의 임원은 “글로벌 PEF 일부만 대상으로 인수 의향을 묻는 것으로 들었는데 어느 정도 상대를 좁혀두고 진행하는 거래일 수 있다보니 관심은 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국내 대형 금융사의 인수금융 담당자는 "구체적인 것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SK매직 매각 이야기가 들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예 모 해외IB로부터 SK매직 인수 가능성을 타진 받았다는 곳도 있다. 

    한 외국계 PEF의 E임원은 “한 IB가 우리 같은 해외 재무적투자자(FI) 위주로 SK매직 인수 여부를 타진했으나 우리는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한 달 전부터 매각 관련 움직임이 있었는데 원하는 금액도 정해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계 PEF의 F임원은 “SK매직 매각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데 우리가 보게 될지는 모르겠다”며 “생각보다 IoT(사물인터넷) 기능 구현이 잘 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 때문에 전략적인 매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수치도 벌써 거론됐다. 즉 SK매직의 예상 몸값도 어느 정도 모이는 분위기다. SK네트웍스는 SK매직 인수에 6100억원을 썼는데, 지금 매각한다면 1조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대체적이다. 제안을 받은 쪽에선 구체적인 희망 가격(asking price)은 듣지 못했다면서도, 1조원 이상을 원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분위기만 놓고 보면 시장에선 SK매직 매각이 진행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SK매직의 대주주이자 의사결정 당사자인 SK네트웍스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측은 “내부에서는 SK매직 매각과 관련해서 확인되는 내용이나 흔적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모 IB가 투자자를 찾아다니는 것에 대해서도 “확인해줄 만한 내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고도의 부인'이라는 표현도 썼다. 매각 주체가 모르는 매각 작업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SK매직 매각 주관사로 지목된 IB도 선을 긋고 있다. 해당 IB의 임원은 PEF들과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냐는 문의에 대해 “(문의 내용으로) 추정을 해보자면 우리 팀이 가서 경상적으로 투자를 논의하는 과정이었을 것 같은데 그걸 SK에서 하라고 한 건지는 모르겠다”며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물어본 정도였을 것 같은데 지금 진행되는 상황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IB가 독자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딜 자문을 따기 위해 자문사 후보가 잠재 거래 리스트를 들고 다니며 영업하는 방식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원매자를 먼저 살핀 후 반대로 매각자를 찾아가 설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혹은 매각자로부터 약한 수준의 양해만 구한 후 거래 상대를 물색하기도 한다. 매각자 입장에선 실패에 대한 부담을 더는 한편, 시장에 알려지더라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할 수 있다. 

    IB들은 올해 M&A 시장이 침체하며 살림을 꾸리기 어려워졌다. 낮은 가능성이라도 거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것 자체는 비판할 일도 아니다.

    어쨌든 SK네트웍스의 해명대로면 현재는 SK매직 매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혹여 매각 의지가 있거나 있었더라도 조심할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 SK매직의 경영진부터 직원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처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간 SK그룹은 사업 조정에 있어서 사내 직원들의 분위기와 여론을 민감하게 신경 써왔다. 

    일례로 SK텔레콤에서 티맵모빌리티 등이 분사할 때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소속이 바뀐다는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애를 먹었다. 또 SKC는 필름사업부문을 PEF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직원 동요를 우려, 일찌감치 상대방과 매각관련 교감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는 막판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사실 SK매직의 매각이 거론될 만한 이유도 있다. SK매직의 매출 성장세는 점차 둔화하고 있다. 2020년 정점을 찍은 영업이익은 작년 하락세로 전환했고 올해는 더 줄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이후의 소형 가전 호황기는 저물었고, 렌탈 업황도 침체하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대로 인수 후 시너지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선 매력이 줄어든 사업의 매각도 검토할 만하다.

    최근 SK그룹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SK그룹은 2년 전 제시한 '파이낸셜 스토리' 화두에 따라 공격적인 투자·확장 정책을 폈다. 올해 들어선 유동성 긴축, 시장금리 상승, 투자심리 악화로 상장이나 투자유치 등 재무활동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그간 벌여둔 투자들이 내년 이후 본격적인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SK스퀘어는 최근 SK쉴더스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른 회사들의 지분을 활용할 지도 관심사다.

    재무부담이 커진 SK그룹 입장에선 중추가 아닌 사업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반드시 마다할 이유는 없다. SK매직은 SK그룹 전체로 따졌을 때 핵심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네트웍스는 SK그룹과 계열분리가 꾸준히 거론돼온 회사지만 최신원 전 회장 부자의 지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SK㈜가 최대주주(지분율 39.14%)인 점을 감안하면 SK그룹 의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