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성향 50% 가능해?' 통합 위한 메리츠지주 '당근', 현실성 논란
입력 22.11.23 07:00
불확실성 대비하기 위한 자금 이동 '통로' 목적이란 해석
메리츠 금융 3사 주가, 기대감에 22일 모두 상한가
연결 순이익 50% 이상 주주환원? 현실 가능성에 물음표
주주환원율과 배당성향은 달라...배당 예상액 최대 5배 차이
  • 메리츠금융지주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메리츠화재ㆍ메리츠증권 완전자회사화를 발표했다. 지난해 '이상한 주주환원책' 발표 이후 꾸준히 제기되던 전망이 현실화했다. 화재는 회계기준 변경, 증권은 영업환경 악화라는 대형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선택이란 분석이다.

    발표 이후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지만, 마냥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연결 순이익의 50% 이상 주주환원'이라는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주주환원율'과 '배당성향' 사이의 간극 역시 추후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5월, 메리츠금융그룹은 배당성향을 10%로 축소하고, 대신 자사주 매입ㆍ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배당주로 손꼽히던 메리츠의 '변심'에 지주와 화재, 증권 주가는 단기 폭락했다. 증권사 리서치에 "납득하기 어렵다", "의도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날 선 문장이 가감없이 실릴 정도로 투자심리가 흔들렸다.

    이런 이상한 주주환원책은 결국 이번 포괄적 주식교환을 위한 땅고르기 작업이었음이 명확해졌다는 분석이다. 꾸준한 자사주 매입 소각을 통해 메리츠금융 각 상장 계열사의 대주주 지분율은 높아진 상태다. 2020년말 기준 72.2%였던 지주 지분율은 현재 75.8%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화재는 56.1%에서 59.5%로, 증권은 47.1%에서 51.3%로 올랐다.

    높아진 지분율 덕에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무산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메리츠지주를 제외한 화재 및 증권 주주에게만 지주 신주를 발행하는 포괄적 주식교환 구조상, 신주 발행 규모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완전자회사화 후에도 지주에 대한 조정호 회장의 지분율은 47% 이상을 유지하며 '완전한 지배'가 가능한 상황이다.

    메리츠화재 지분을 보유 중인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에 더 유리하다는 이상한 논리로 35%에 달하던 배당성향을 10%로 크게 줄인 뒤, 해당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며 대주주 지분율을 끌어올렸다"며 "이 과정에서 최대 수혜자는 단연 현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분율을 크게 끌어올린 최대주주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지주가 밝힌 완전자회사화 추진 배경은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지연으로 인한 투자의 어려움 ▲컴플라이언스 이슈로 인한 임직원간 의사소통의 어려움 ▲이로 인해 생기는 전반적인 경영 비효율이다. 

    김용범 메리츠지주 부회장도 21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반대매수청구권을 감당할 수 있는 이익 체력이 됐고, 경영 비효율을 가급적 빨리 제거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었다"며 "3사 간 주가 흐름에 유불리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증권가는 일단은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특히 연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하겠다는 발표에 22일 오전 중 지주와 화재, 증권 3사 모두 주가가 상한가로 직행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주들에게 제시한 이런 '당근'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화재와 증권 모두 올해를 고점으로 이익 기반이 약해질 가능성이 큰데, 현재 수준의 이익이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계산한 주주환원율이라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메리츠화재의 순자산이익률(ROA)이 경쟁사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이유는 차별화된 운용자산이익률 덕분이다. 2020년 기준 업계 평균은 2.8%에 그쳤는데, 메리츠화재는 무려 4.9%였다. 올 상반기에도 메리츠화재 운용자산이익률은 4.0%로 업계 평균 3.2%를 크게 상회했다.

    차별화된 수익률의 배경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투자다. 메리츠화재의 부동산 PF 대출은 6조6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운용자산의 25%를 차지한다. 아직까진 큰 문제가 없지만, 부동산 금융시장 환경이 악화되며 조금씩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다. 당장 메리츠화재만 해도 PF대출 연체가 발생하며 2021년말 0.1%였던 대출채권 연체율이 상반기 1.45%로 높아졌다.

    메리츠증권도 고금리 환경 아래서 수익창출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3분기 누적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2% 감소했다. 크게 늘어난 이자수익 등 금융수지가 실적을 방어해주고 있을 뿐, 기업금융ㆍ브로커리지ㆍ자산관리 등 주력 사업은 모두 전년대비 두 자릿 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완전자회사화를 두고 부동산 투자업계에서는 다른 해석이 나온다. 문제가 생겼을 때 자본 여력이 있는 회사에서 문제가 생긴 회사로 자금을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간단히 말해 올해 기준으로 환산이익이 1조8000억원이니 9000억원을 환원해서 주주환원율이 16%가 된다는 계산인데 불가능한 숫자라고 본다"며 "실제 완전자회사화 후 주주환원은 내년 실적으로 이뤄질건데, 증권은 PF 부문 업황 악화로 이익 창출력이 전 같지 않고 화재는 IFRS17 도입으로 인해 배당여력이 크게 높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율과 배당성향의 인식 차이에 따른 투자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례로 메리츠증권의 경우, 증권가에서는 2021년 배당성향을 9%로 측정하지만, 메리츠증권 공식 실적발표 자료에는 40%로 밝히고 있다. 자사주 매입금액까지 합친 금액이라서다. 표현만 배당성향일 뿐 실제로는 주주환원율에 가까운 개념이다.

    자사주 매입의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메리츠지주가 '주주환원율 50%' 안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 어느 쪽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주주들이 느낄 체감 효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주주환원율이 아닌 '배당'만으로 계산시, 배당성향이 10%였을때의 배당수익률은 3%, 배당성향이 50%였을 때의 수익률은 15%로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메리츠금융은 자사주매입소각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 지분율을 끌어올려왔다"며 "완전자회사화 후에도 배당 확대가 아닌, 꾸준한 자사주 매입을 통해 대주주 지분율을 올리려 할 것인데, 소액주주에게도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체감적으로 큰 효용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메리츠금융그룹의 경우 과거 사세를 확장할 때 유상증자를 잘 활용해왔는데, 이런 관점에서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을 통한 주가 부양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중장기적 자본 조달 관점에서 주가를 관리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소액)주주만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