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독일 헤리티지펀드 전액반환 결정 두고 법조계 시끌…계약 취소 사유 여부 논란
입력 22.11.25 07:00
금감원,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
다만, 법조계에선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다르단 지적
판매 시점의 불법성 입증 됐나 논란
  • 금융감독원이 '독일 헤리티지펀드'를 판매한 금융사에 투자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권고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독일 현지 운용사의 계획대로 사업이 이뤄지기 불가능했음에도 판매사가 상품을 팔아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봤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옵티머스펀드에 전액 반환을 권고한 것과 다르다는 관전평을 내놓고 있다. 전액 반환을 결정할 만큼의 불법성이 확인됐는지 여부를 두고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분조위는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회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헤리티지펀드는 독일 내 문화적 가치가 있는 고택을 매입해 리모델링 후 매각해 이익을 얻는 구조로 설계됐는데 사업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환매가 중단됐다.

    금감원은 시행사 이력 및 재무 상태가 부실했다는 점을 들어 애초에 잘못된 판매였다고 설명한다. 투자계획대로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했음에도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시행사의 헤리티지 사업 이력 및 신용도 관련 사실이 허위·과장됐고 ▲투자금 회수구조가 실현 불가능했으며 ▲이면계약에 따른 높은 수수료 지급 구조를 발견했고 ▲시행사가 헤리티지 부동산 개발 인허가 신청을 하지도 않았다고 근거를 들었다.

    법조계에서는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옵티머스펀드에 이어 전액 반환 결정이 나온 것을 두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때는 펀드 판매 시점에서 불법성이 비교적 명확히 밝혀졌던 반면 이번 헤리티지펀드 때는 정황상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여서다.

    한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독일 헤리티지펀드는 라임·옵티머스와 달리 판매 시점의 불법성이 확인됐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 수 있다. 현재 밝혀진 내용을 두고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느냐를 두고 업계에선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란 애초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정도의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계약 자체를 취소시킬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착오는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뜻하는 것으로 장래에 대한 기대가 실제와 달라진 경우까지 포함하진 않는다.

    즉 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사후적으로 부실이 난 경우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그간 금감원에선 사기 등 상품 판매 시점부터 불법성이 드러난 것에 한해 선별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분위기로 알려진다.

    대표적으로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옵티머스펀드는 '애초부터 잘못된 판매'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판매 시점에 이미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운용사와 판매사가 이 같은 핵심 정보를 속여 투자자들에게 판매했기 때문이다. 옵티머스펀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사가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한 적이 없음에도 이를 투자한다고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

    반면 독일 헤리티지펀드와 관련해선 처음부터 허위로 상품을 판매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일어났다면 100% 책임을 묻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독일 현지 시행사의 사업 이력 및 재무 상태 허위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현지 시행사의 사업 이력이 검증되지 않아 사업 전문성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법조계에선 정황에 의한 주관적 판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떄문에 '허위' 사실이 명확히 밝혀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금감원이 확보했다고 밝힌 2014년 재무제표로는 불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감원은 현지 시행사 및 자회사가 2014년 완전자본잠식이었으므로 시행사의 신용을 통한 투자금 상환 계획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헤리티지펀드 판매 시점은 2017년으로 해당 연도의 재무제표가 드러나야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투자자의 손해를 보전하는 방법으로 판매사의 불완전판매책임을 물어 60~80% 손해배상을 권고하고 있기도 한 만큼 '계약취소' 결정을 하려면 명백한 근거에 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다른 대형법무법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의도적으로 투자자들을 속이려고 한 것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계약취소 결정이 나면서 과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법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느냐 여부를 두고 내부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쳤고 직접 조사를 통해 관련 사실관계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