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도입, 유동성 위기 직면한 보험사 CEO 연임엔 '호재'
입력 22.11.25 07:00
8개 보험사 CEO 임기 만료 임박…유동성 위기 속 '안정' 방점 찍을 듯
증시 침체로 영업 환경 녹록지 않고…새로운 회계 제도 정착 과제 남아
  • 보험사 CEO의 상당수가 올해 연말이나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연임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어려운 보험 환경이 이들에겐 연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과 유동성 위기 속에 수장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12월 말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 김인태 NH농협생명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내년 3월에는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현대해상의 조용일·이성재 사장, 미래에셋생명의 변재상·김재식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주요 보험사 CEO 임기 만료가 올해 말~내년 초 사이 몰려 있는 셈이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상황은 다르지만, 변화의 시기 속 어려운 여건은 대동소이하다. 그나마 손해보험사들이 실적이나 상황이 생명보험사보다 낫다는 평가다.

    올해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은 통합이라는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임금과 직급체계(HR) 통합 지연으로 사내에 대대적인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하반기 이런 이슈들이 사그라지면서 안정되는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학적 화합에 이르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란 평가다.

    더불어 연이은 실적 하락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 작년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실적이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증시 불안으로 변액보증준비금이 늘어나고 일회성 요인 소멸 등으로 사업비차손익이 축소된 것이 순익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KB손보의 김기환 사장은 손보업계 호황 속 견조한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작년 순이익은 2810억원이었으나, 올해 3분기까지 순이익이 5215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다만 김 사장이 추진하는 조직문화 및 인사제도 개선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매년 노조와 사측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김인태 NH농협생명 사장은 회사의 건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9월 말 기준 농협생명의 자본은 마이너스 상태로 회계상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 2020년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전환한 이후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에서 평가손실만 5조5000억원 발생했다. 지급여력비율은 급락하며 107%까지 떨어지며 기준선을 간신히 지키고 있다. 농협금융 차원에서 추가적인 자본확충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내년 3월에는 대형 보험사 CEO들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다.

    전영묵 삼성생명의 사장 연임에 관심이 높다. 전영묵 사장은 실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생명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6.2% 감소했다.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변액보험준비금 손실이 늘어난 탓이다. 삼성생명은 그간 타 보험사 대비 변액보험을 많이 팔았고, 이러한 실적이 인사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도 실적과 어려운 재무 여건을 극복해야 한다. 별도기준 순이익이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3분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88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누적으로 살펴보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45% 감소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채권평가이익도 감소하며 RBC 비율도 하락했다. 계열사 지원뿐 아니라 자체적인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도 분주한 상황이다.

    현대해상의 조용일 사장은 경쟁사와의 순위싸움이 한창이다. 수년간 이어진 손보업계 2위 싸움에서 다소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으로 오랫동안 이어진 빅3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3분기 당기순이익 260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8.6%나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반면 현대해상은 순이익은 1271억원에 그치며 이에 한참 못 미쳤다. 순이익 규모에선 메리츠화재에 밀리며 4위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각자대표 체제의 미래에셋생명의 변재상, 김재식 대표 임기도 내년 3월 만료된다. 미래에셋생명은 수익이 줄고 있는 점이 고민거리다. 변액보험 중심의 판매구조를 갖고 있는데 변액보험 판매가 절반 이상 줄었다. 보장성 상품을 팔려고 하지 못하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 올해 3분기 전체 상품 APE는 248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7.8% 감소했다. 제판 분리 효과로 순익은 증가했지만, 회사의 성장 모멘텀에 대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이처럼 회사별로 살펴보면 생보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1위 삼성생명조차도 줄어드는 실적에 대한 고민이 깊다. 손보사는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하면서 이러한 걱정에선 다소 자유롭지만,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CEO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나 내년에는 새로운 회계제도가 도입된다는 측면에서 큰 잡음 없이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당장 회계 시스템 등 그간 구축해 놓았던 것들이 문제없이 작동할지에 따라 회사의 평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더불어서 최근 금융권 ‘머니무브’ 움직임에 따라 보험사들도 유동성이 메말라가고 있다. 흥국생명 사태의 여파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어려운 보험환경이 내년에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CEO 연임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 전체적으로 올해 연말인사에선 대대적인 변화보단 ‘안정’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