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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와 부동산금융업계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언제 어디서 균열이 나서 시장이 도미노처럼 무너지지 않을까 초긴장 상태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주축인 증권업계에선 곡소리가 나고 있다. 하루하루 유동화증권 차환이 될지 안될지만 지켜보고 있다.
차환자금을 대줄 만한 여타 금융업계는 심정이 복잡하다. 증권업계 사람들이 한창 돈 잘 벌 때는 성과급 잔치 하면서도 아는 척도 안하더니 요즘은 다들 '죽을 상'으로 도움을 부탁한다고 한다. 워낙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증권사 사람들을 만나면 우울증이 생길 것 같아 피하고 있다고 하소연 하기도 한다. 동시에 위기의 순간 진짜 내 편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부동산금융 업계는 10여년전 위기 때와는 체감도가 다르다고 얘기한다. 그 땐 정말 돈 가뭄이었다면 지금은 분명 시중에 돈이 있는데 연 20% 금리를 제시해도 부동산 금융시장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고, 이게 더 무섭다고 한다. 과거엔 몇몇 건설사들이 정리가 되면 해결될 문제였다면 지금은 전체 금융업계가 묶여 있고, 결국 해결사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위기의 방향성을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롯데건설과 둔촌주공, 이 두가지를 꼽는다. 이 문제가 해결되느냐 아니냐가 업계가 사느냐 죽느냐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분명 롯데건설(일부는 태영건설도 여기에 포함시키긴 한다)이 무리한 것은 맞고, 그 책임 역시 회사에 있지만 지금은 누군가가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체감할 수 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야 돈이 돌고, 그래야 시장이 살 수 있다는 논리다.
롯데건설이 계열사와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리고는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해 보인다. 결국 시중 자금을 빨아들인 은행이 움직여줘야 다른 금융사들도 은행을 믿고 동참할 수 있다. 이는 곧 정부의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엔 '빌린 돈을 안 갚을 수도 있다'는 레고랜드 트라우마가 낙인처럼 박혀 있어 정부와 은행이 이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소형 증권사의 PF-ABCP 매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봐야 한다.
내달 청약에 돌입하는 둔촌주공은 그 흥행 여부가 내년 부동산금융 시장 전체를 판가름할 거라고 한다. 잘 되면 "이제 됐다"는 안도감이 생기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것도 안되면 다른 곳들이 되겠냐"는 절망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분위기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
한 쪽의 얘기라 이 말들이 모두 맞고, 또 이렇게 돼야 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다만 부동산금융 시장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롯데건설 유동성 이슈와 둔촌주공 청약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취재노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11월 25일 11:1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