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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시장 과당경쟁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정황상 타깃은 메리츠금융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레고랜드, 흥국생명 사태 등으로 촉발된 위기 상황에서 퇴직연금 과당 경쟁이 다시금 채권 및 자금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가 10년 만에 퇴직연금 시장에 진입한 것과 관련,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온다. 올해 퇴직연금 사업을 재개한 메리츠화재가 올 상반기 거둬들인 퇴직연금 원수보험료는 4348억원이다. 이는 퇴직연금 시장 선두 주자의 상반기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05년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었을 당시 국내 손보사 중에서 가장 먼저 퇴직연금 사업권을 취득했다. 이후 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2012년 10월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현재는 사업권을 반납하고 비사업자로 퇴직연금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경쟁사들은 메리츠화재가 비사업자로서 퇴직연금 사업을 재개한 것을 두고 ‘꼼수’라고 비판한다. 퇴직연금사업자는 퇴직연금 상품의 이율을 적용하기 3영업일 전에 홈페이지에 금리를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비사업자는 이러한 규제가 없어서 사업자가 제시하는 이율보다 높은 이율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이 유효할 수 있는 것은 최근 금리 상승기에 있다는 점에서 공격적인 금리를 제공해도 수익성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11월 기준 메리츠화재는 5.8%의 약정금리로 이율보증형보험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인 DB생명은 5.5%, 롯데손보는 4.9%, 한화생명 4.7%, 삼성화재는 4.1% 수준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 매월 금리가 올랐다는 점에서 메리츠화재 등 비사업자들은 사업자들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 고객 유치에 나섰다”라며 “이러다 보니 금리를 놓고 과당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행태를 두고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금융당국에 과도한 경쟁을 자제시킬 것을 요구했다. 팔짱만 끼고 있던 금융당국은 최근 이러한 행태에 대해서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단순히 금융사 간의 경쟁이 아니라 자칫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경고장’을 날렸다.
김 위원장은 “연말 퇴직연금시장 과당경쟁 우려 등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시적, 개별적 이벤트를 사전에 면밀히 파악해 적시에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최근 전 금융권에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 제공, 운용, 금리공시와 관련해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일명 ‘커닝 공시’에 대해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국까지 나서서 퇴직연금 경쟁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금융사 간 경쟁 과정에서 ‘머니무브’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DB형)은 통상 사업자와 기업 간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는데 이들의 80%가 12월에 만료된다.
이때 움직이는 자금만 300조원에 이른다. 통상 기존 금융사와 연장 계약을 하지만 금리 경쟁이 붙으면 더 높은 금융사로 퇴직연금 사업자로 갈아탈 유인이 생긴다. 이때 고객을 뺏긴 금융사는 기존 퇴직연금 자산에 포함된 채권을 매각, 현금화해 새롭게 계약한 금융사에 넘겨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채권 매도가 이뤄지고, 채권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수십조원의 퇴직연금발 채권 매도가 이뤄질 경우 레고랜드, 흥국생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채권시장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라며 “금융당국이 연말까지 퇴직연금 과당 경쟁에 대해 모니터링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 퇴직연금 시장 진입 두고 우려의 목소리 다수 제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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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11월 2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