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장수 안 바꾼다지만…삼성금융사 사장단 유임 속 경쟁력 퇴보는 '우려'
입력 22.12.09 07:00
녹록지 않은 금융환경 속 연임 성공한 삼성금융사 사장단
IFRS17 도입되고 유동성 위기 커지면서 '안정' 무게 찍은 듯
다만, 증시 부진·업황 침체로 삼성금융사 위상 줄곧 하락세
  • ‘위기에 장수를 안 바꾼다’는 연말 인사 기조가 삼성금융 계열사에도 이어졌다. 눈에 띄는 실적 덕이라기보단, 위기 상황 속에서 안정감을 위해 연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금융사 경쟁력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는 가운데 세대교체 및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연말인사를 앞두고 보험사 CEO(최고경영자)들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17이 도입되는 가운데 유동속 위기까지 커지고 있어서 쉽게 수장을 바꿀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삼성금융 계열사 인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유임됐다. 삼성생명은 올해 실적이 발목을 잡고 있다. 3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6.2%나 감소했다.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변액보험준비금 손실이 늘어난 탓이다. 삼성생명은 그간 타 보험사 대비 변액보험을 많이 팔았고, 이런 실적만 놓고 보면 연임을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빅3 보험사 중에선 한화생명이 보험설계사 조직을 떼어내는 등 가장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생명은 보험영업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 사장이 취임할 당시만 하더라도 M&A(인수·합병)에 대한 기대감 등이 존재했지만, 아직까지 보여준 뚜렷한 성과는 없다.

    삼성생명이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그룹의 맏형 역할도 삼성화재에 내주고 있는 판이다. 매출에서 삼성화재가 삼성생명을 올해 1분기 처음으로 앞지른 데 이어 그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삼성생명 직원들의 실망감도 크고, 성과금도 삼성화재에 뒤처지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은 올해가 취임 첫해로 유임 가능성이 거론됐다. 상대적으로 손보업계 업황이 생명보험보다 낫다는 점에서 실적 부진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았다. 다만 삼성화재도 고민은 깊다.

    업계 1위의 아성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3분기 26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업계 2위 자리에 올랐다. 반면 삼성화재는 3분기 당기순이익이 2827억원을 기록해 메리츠화재와 격차가 줄었다.

    경쟁사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홍 사장이 이를 대처할 적임자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홍 사장은 삼성생명으로 입사했지만, 이후 삼성전자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삼성생명으로 돌아와 인사팀장 전무, 특화영업본부장 등 영업 업무를 경험한 뒤 삼성화재 사장 자리에 올랐다. 

    삼성금융사 CEO 코스라 불리는 그룹 비서실 및 인사팀장 출신으로, 어려운 영업환경을 헤쳐 나갈 역량이 있는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삼성금융사 내에서는 이사회 중심 경영이 강조되면서 금융 전문가로 양성된 인물이 CEO에 올라야 한다는 지적이 줄곧 있어왔다.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은 어려운 업황에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생명에서 오랜 기간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은 ‘재무통’으로 카드사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15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9% 증가했고, 3분기에도 140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0.8% 증가했다. 카드 업황 부진으로 경쟁 카드사들이 실적이 감소한 것에 비해선 우수한 실적이란 평가다. 다만 업황 부진을 타개할 방법을 마련해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다.

    2024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증권은 올해 3분기 수탁수수료 감소와 금융비용 증가로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50% 이상 감소 폭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 규모가 커진 것도 향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나오면서 ‘관리의 삼성’ 답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 사장이 삼성증권 사장 자리에 오르는데도 급작스러운 사고의 영향이 컸다. 지난 2018년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 취임 한 달 만에 우리사주 배당 사고가 터지면서 금융당국이 삼성증권 제재를 확정하자 구 사장은 사의를 표했다. 

    이때 구 사장을 대신해 삼성증권을 맡게 된 것이 당시의 장석훈 부사장이었다. 사고 이후 코로나 등이 터지면서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증권사들은 호실적을 이어갔다. 이를 바탕으로 임시로 삼성증권 대표를 맡게 된 장 사장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고 여전히 삼성증권을 맡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 삼성증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일년의 임기를 더 부여받은 장 사장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에 스포트라이트는 박종문 삼성금융경쟁력제고 TF장이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에 오른 점이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박 사장은 그룹과 금융사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했다. 사실상 금융사들의 중간지주사 격인 삼성금융경쟁력제고 TF를 이끌면서 금융계열사 컨트롤 타워 역활을 했다. 주어진 역할에 비해 부사장이란 한계와 더불어 계열사 사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때문에 이번에 사장 승진을 함에 따라 박 사장이 어떠한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삼성생명법 개정 움직임이 야당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지배구조 문제를 풀 핵심적인 인물로 거론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는 위기 속 변화보단 안정을 택했지만, 삼성금융사 전체적으로 삼성이란 브랜드에 걸맞지 않은 위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언제까지 안정만을 추구하긴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