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發 회사채 발행 훈풍?…시장은 여전히 회의적, '정책 덕분이야'
입력 22.12.09 07:00
SK㈜, SK텔레콤 연이어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흥행 성공
채권시장 활기 되찾나?…수급 안정화 위한 일시적 정책발 '훈풍'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자금 여력 남은 곳들이 앞장선 영향
다만, 금리 인상 예고된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까진 지켜봐야
  • SK그룹 회사채 수요예측이 흥행하면서 공모 회사채 시장이 회복되는 것 아니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책발 '훈풍'에 의해 일시적으로 상황은 안정됐지만, 낙관적 전망을 하기엔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SK㈜에 이어 SK텔레콤도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6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8배에 가까운 2조원가량의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SK㈜가 지난주 2300억원의 자금을 모집하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두 배를 넘는 금액을 모은 데 이어 연타석 홈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간 냉기가 돌았던 공모 회사채 시장이 연기금 등의 매수세에 힘입어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채권시장 '큰 손'인 국면연금이 지난달 말부터 회사채 잔고를 늘려가면서 수급 상황이 나아진 모습이다. 국면연금은 지난달 30일 진행된 SK㈜ 회사채 수요예측에 1000억원, 지난 6일 SK텔레콤 회사채 수요예측에 1400억원을 규모로 참여했다고 전해진다. 시장 안정화 조치인 채권시장안정펀드도 수요예측에 적극적으로 입찰하고 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채권시장 관계자들의 속내는 자못 복잡하다. 채권시장이 이른 시일 내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매수하는 게 아니라는 해석이다. 

    그보단 정부 입김에 따라 수급을 개선하기 위한 비공식적 지원창구가 가동됐다는 시각이 더 많다. SK㈜가 23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을 때도 시중은행 및 일부 연기금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교직원공제회 등 다수 공제회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 시장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채권 매수를 독려하고 있다"라며 "그나마 자금 여력이 있는 연기금이나 시중은행이 회사채 매입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지난 10월부터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를 포함한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회사채 매입을 위해 증권가에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문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리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연기금, 공제회, 시중은행 등 대형 기관들에 채권 매입을 적극적으로 주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물론 국고채 금리가 안정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채권 가격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그간의 막대한 채권 평가손실을 줄이기 위한 '물타기' 수준이란 해석이다. 북 클로징을 앞두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윈도우 드레싱'이란 얘기다.

    채권 운용역은 "최근 발행하는 회사채에 대한 기관 수요는 윈도우 드레싱 목적도 있다. 올해 채권 가격 하락 폭이 너무 컸다. 채권이 다 '터진' 상황에서 물타기라도 해야된다"라며 "만기 보유를 해 수익률을 보전하더라도 법적으로 시가평가는 매년 받아야 하지 않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증권가에서도 회사채 투자 수요 회복에는 시일이 더 소요될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고채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시중 유동성 우려가 더 줄어들어야 투자 수요가 살아날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비공식적인 지원창구 등에도 불구, 금리 스프레드가 줄어드는데 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절대금리 수준은 내려오겠지만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채권시장 분위기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