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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들어 코스피 상장 사례가 자취를 감춘 가운데 내년에도 IPO 시장의 ‘보릿고개’가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증시의 방향성을 예단하기가 어려운데다, 벤처투자 규모 등 IPO 전 단계 투자 시장도 침체를 면치 못한 까닭이다.
올해 하반기 초반만 하더라도 굵직한 기업의 신규 상장을 준비하던 증권사 IPO 팀들도 당분간 ‘개점휴업’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빅딜' 몇 곳이 언급은 되지만, 현재 준비작업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기업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인베스트조선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4분기 신규 상장 건수 가운데 코스피 기업은 전무했다. 대부분 수백억원 규모의 코스닥 기업 위주로, 공동 주관이나 복수의 인수사를 낀 사례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발행금액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윤성에프앤씨는 모집규모가 900억원대로 4분기 기준 공모금액이 1000억원을 넘는 상장사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2차 전지 관련 더블유씨피나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 등 ‘빅딜’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4분기 들어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12월 상장을 앞둔 바이오 콘텐츠 및 동물 진단기업 바이오노트가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지만 고평가 논란에 휩싸여 흥행 여부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8일부터 진행된 수요예측이 부진한 결과를 낳으며 공모물량을 기존보다 20%가량 줄이고 공모가액도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아예 상장 일정이 미뤄진 건들도 수두룩하다. 올해 상장을 추진했던 새벽배송 플랫폼 컬리는 예상 기업가치가 크게 낮아진 데 따라 상장 철회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사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가 컬리의 상장을 늦추는 데 힘을 싣고 있다는 전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역시 코인시장 급락 등의 여파로 상장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 등은 하반기 상장을 시도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하반기부터 급격히 찾아온 IPO 시장 ‘한파’가 정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된다. 급격한 금리인상 여파로 금융권 이곳저곳에서 자금경색 위기가 불거지는 가운데 주식시장 역시 직격타를 맞은 데 따른 영향이다.
최근 VC(벤처투자)시장이 당분간 ‘보릿고개’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분간 IPO 시장 침체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상장시장에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플랫폼 기업들은 현재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위기에 처해있다. 자금난으로 '오늘회'를 운영하던 오늘식탁은 사실상 서비스 중단 상태고 샌드박스나 부릉 등 한때 유망했던 스타트업들이 구조조정이나 법정관리 상태에 놓여있고 왓챠나 정육각 등도 모두 이전보다 밸류가 한참 내려간 상태다.
IPO 시장의 또 다른 한 축을 차지하던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 역시 상장을 바라보기는 어려운 처지이긴 마찬가지다.
은행권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며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상장을 준비하기 위한 R&D(연구개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한국거래소가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안정적인 현금흐름 및 재무상태를 구축하기에도 쉽지 않다는 후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여러 창업자들이 이전 기업가치(Valuation)를 깎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기도 하고, 실제로 지분 희석 이슈 때문에 밸류를 낮춰서 투자를 받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라며 “추가 투자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상장을 꿈꾸는 기업들이 나오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IPO 시장에 '빅딜 파이프라인'이 아예 없진 않다. 올해 상장을 시도했다가 철회한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원스토어, 골프존커머스, CJ올리브영,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이 여전히 대기하고 있다. 11번가나 케이뱅크, 컬리 등 2023년을 타깃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
그러나 12월 현재 이들 중 구체적이고 본격적으로 상장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회사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이들은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공모주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길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았던 증권사 ECM 부서들도 당분간은 코스닥 위주의 상장을 준비해야할 전망이다. 당장 수수료를 많이 받거나 네임밸류가 높은 코스피 딜(거래)을 찾기보다는 될성부른 초기기업에 투자하며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계획을 세워둔 증권사들도 대다수다. 수년 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IPO ‘호황기’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증권사 IPO 팀에서 신규 인력 채용도 종종 있었지만 이제는 인력 유출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VC(벤처투자) 시장이 급격히 말라붙은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반기 코스피 상장 건수 부진…공모금액 500억 미만 다수
공동 주관 및 복수 인수단 상장 사례 없어…‘보릿고개’ 지속
내년에도 나이질 기미 저조…VC가뭄에 증권사‘개점휴업’ 신세
공동 주관 및 복수 인수단 상장 사례 없어…‘보릿고개’ 지속
내년에도 나이질 기미 저조…VC가뭄에 증권사‘개점휴업’ 신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12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