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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가 시발점이 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급격한 자금 경색은 과거 저축은행발(發)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할 만큼 국내 금융기관과 건설사들의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수 개월 동안 시중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보험사, 캐피탈사를 막론한 금융기관들은 부동산 관련 사업의 신규 대출은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 여기에 기존 여신을 빠르게 회수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며 자본시장에서 일시적으로 자금이 돌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시행사 및 시공사의 위기감은 더욱 확산했다. 실제로 2022년 도급순위 8위인 롯데건설이 단기간에 조 단위 자금을 조달하고, 그룹이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국내 대형 건설사 부도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돌았다.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이 확산하던 부동산PF발(發) 위기감은 다소 잦아들었다. 금융당국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출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추진했고 금융기관 수장과 실무진을 수시로 만나 유동성 공급 방안 마련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유동성 위기를 겪어본 대형 건설사들의 대응은 비교적 기민했다. 정부의 지원에 “최악의 상황은 지나고 있다”는 평가에 힘입어 주요 건설사들은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우발채무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평가 받던 롯데건설(약 4조5000억원)도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당장의 유동성 확보에 성공했다. 물론 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의 추가적인 지원, 이를 위한 증자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초기에 우려했던 심각한 자금 경색의 위기는 일시적으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상반기 기준 조(兆) 단위 우발채무를 보유한 곳은 롯데건설, 태영건설,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등 5곳이다. 우발채무가 모두 현실화 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몇몇 곳을 제외한 대규모 건설회사들의 현금 또는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들을 고려하면 해당 우발채무는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11월 들어 국채와 회사채의 금리 상승세가 완화하고, 다소 안정기에 접어들었단 점은 자금 조달 그리고 재무안정성 제고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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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대형 건설회사들의 PF 사업장 대출이 연장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정부의 끊임 없는 유동성 공급 주문의 영향이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돈이 돌기 시작할 조짐이 나타나자 외부 자금조달 속도를 늦추는 곳도 등장했다. 국내 도급 순위 5위권 내 초대형 건설회사는 제 1금융권 대출 연장이 어려워지자 신규 사업장 및 보유 자산을 담보로 15% 이상의 금리를 감당하며 외부 자금 조달을 추진했는데 최근 들어 이 계획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PF 사업과 관련해 아예 신규 여신과 대출 연장을 거부하던 저축은행들 사이에서 여신을 유지 또는 확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우려했던 건설사들의 줄도산은 아직 현실화하진 않았다. 다만 어디까지나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들에 국한한 것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사업장을 둔 중소형 건설사, 그리고 시행사들이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다. 지난 9월엔 충청남도 지역의 종합건설업체 6위 우석건설이, 지난달엔 경상남도 지역 도급순위 18위의 동원건설산업이 최종 부도가 났다. 재무 안정성이 열위한 건설업체들의 부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2022년 채권시장 자금 경색 사태가 대형 건설회사들의 자산 건전성 문제로까지 전이되거나, 금융권까지 위기가 크게 확산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럽지만 앞으로의 대응이 시급하다.
정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 받는 부동산 시장은 하락세로 전환했다. 주택 시장의 냉각기는 예상보다 오래갈 수 있다. 주요 건설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상당 부분은 국내 주택 부문이 차지한다.
주택 가격의 하락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은 신규 분양 시장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舊 둔촌주공 아파트)', 같은 시기에 분양한 강북 최대 규모 '장위자이레디언트' 모두 특별공급 또는 1순위 청약 미달이란 성적표를 받았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2순위 청약에 공급 가구 수 5배에 달하는 예비 입주자를 채우지 못했다. 차수를 거듭하며 끝내 미분양에 이를 것으로 예단하긴 어렵지만 사실 지난해 분양 시장의 과열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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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어로 꼽힌 재건축 단지의 분양 성적표는 앞으로 신규 분양 사업장을 보유한 기업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전국적으로 준공 전후를 막론하고 미분양 주택의 수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실 미분양과 건설사의 손실을 100% 연관짓기는 어렵다. 사업장 별로 차이는 있지만 건설사들의 평균 손익분기점은 분양률의 약 70~80%이다. 즉 100가구를 분양한다면 70내지 80가구의 분양이 완료하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선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 들어선 분양률이 저조하자 기존 수분양자들이 청약을 취소하는 사업자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분양에 이은 최종 계약까지 사업자가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 다. 물론 부동산 시장 상황에 맞춰 분양가를 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실제로 PF사업자들은 이미 일정 수준 이하의 분양률을 기록할 경우 할인 분양을 통한 수익률 방어 계획을 세워 놓긴 하지만,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엔 분양가 조정 자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이 대표적이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수년 간 부동산 호조에 힘입어 많은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충했고 과거에 비해 대응력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유동성 리스크 외에도 사업적 리스크를 봐야한다"며 "▲주택경기 하락세가 빠르게 진행하고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기존 사업장의 채산성 저하된 점 ▲미착공 사업장 증가 가능성 등으로 수익성 및 현금흐름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BBB급 건설사 뿐만 아니라 PF 우발채무 규모가 큰 A급 건설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건설사들이 기대를 걸어볼 만한 외부 요인은 정부의 주택 재정비 사업 규제의 완화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재정비 사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정책을 펼치고는 있지만 가파른 금리 상승기에 그 효과가 상쇄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즉 금리 상승과 주택 가격과의 연관성이 높아지고,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주택 매수 심리가 급격하게 꺾이면서 당분간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 방어 수단이었던 전세 비중의 감소와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이 경상적인 수준에 비해 낮은 상황, 그리고 변동금리가 다수를 차지하는 전세대출 잔액이 늘어난 점 고려하면 향후 금리와 아파트 가격의 상관관계가 과거 대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내 주택 시장의 침체가 '상수'라면 건설사들의 해외 시장 진출은 '변수' 또는 '기대감'으로 평가할 수 있다. 네옴시티(NEOM City)로 대표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적인 개발 사업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수주 기대감을 갖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다수의 양해각서(MOU)를 통해 기대감이 일정 수준 가시화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MOU 수준의 계약일 뿐 아직 실질적으로 사업적·재무적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만한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를 비쳐보면 저가 수주로 인해 해외사업장이 오히려 손실을 기록한 사례도 종종 찾아볼 수 있고, 다양한 외부 변수가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중동의 모든 지역을 동일 선상에 두고 평가할 순 없지만 한화건설의 대표적인 해외사업장인 이라크 비스마야 개발사업은 최근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빈살만 왕세자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적 역학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종은 올 한 해 코스피 상장사들 가운데 연초 대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업종 중 하나다. 물론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에 비해 저평가 돼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사업적, 재무적 리스크가 외형에 비해 훨씬 크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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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후폭풍 소강상태 PF 시장
관치 논란 무릅쓰고 나선 금융당국
금융위기 학습효과에 체력 비축한 건설사들
"최악의 상황은 지나고 있다" 평가에
버티기 모드 돌입한 건설사들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미분양 공포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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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미분양 공포 이어질 듯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12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