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하 청약열기 보인 둔촌주공...'계약률'이 내년 주택경기 바로미터
입력 22.12.13 07:00
Weekly Invest
둔촌주공, 예상밖 저조한 청약성적표 받으며 업계 초미의 관심사
"로또라고 할 만한 둔촌주공인데"…"어떻게든 완판은 될 것" 관측
다만, 저조한 매수세 확인돼… 내년 부동산 시장 양극화 우려 커져
  • 둔촌주공의 일반분양 청약 성적표가 관심을 끌고 있다. 내년 1월 일반분양 대금(계약금)이 원활히 유입돼야만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업단으로부터 빌린 사업비 대출을 상환하고 자금조달에도 숨통을 틀 수 있어서다. 

    부동산업계는 둔촌주공 일반분양이 '완판(완전판매)'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최대 재건축단지인만큼 매수 수요는 견조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분양이 완료되면 자금조달은 전면 정상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기대보다 저조한 청약 성적표를 받으면서 청약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 부동산시장의 매수심리가 약세를 보이고 미분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경계감은 지속될 전망이다. 

    향후 부동산 청약 시장 가늠자라 여겨지는 둔촌주공이 일반분양이 부진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1순위 청약의 경우 업계가 추정한 10만명 예상을 크게 하회한 7분의 1수준을 기록했다. 일부 주택형은 최근 진행된 2순위 마감마저 실패했는데 계약 결과에 따라 일부 타입은 청약통장 없이 분양자를 모집하는 '무순위청약'을 진행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금리상승으로 부동산 거래시장이 얼어붙고 미분양이 늘어나며 매수세도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최대한 빨리 사업비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시공사업단으로부터 빌린 7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차환하는데 한차례 실패하며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 탓이다. 지난 8월 조합은 기존사업비 7000억원에 1250억원을 더한 825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10월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이자를 포함한 기존 사업비 7231억원을 조달했지만 금리는 12%안팎 수준으로 크게 뛰었다. 

    돌아오는 만기는 2023년 1월 19일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게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분위기다. 내년 1월 3~17일동안 계약이 성사돼 계약금 등 일부 대금이 유입되면 자금 조달은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일반분양이 완판되면 조합이 최종 얻게 될 분양수익은 4조8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둔촌주공의 공사비는 유치권 행사 등을 통해 4조36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 부동산업계에선 실제 계약이 성사되는 비율인 '계약률'을 주목하고 있다. 

    청약당첨자 발표 후 계약기간동안 계약포기가 속출하면 완판기간이 길어져 자금조달에 불리하단 지적이다. 실제 지난 1월 분양한 강북구 북서울자이폴라리스는 1순위에서 34.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미계약분이 발생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며 매수 결정을 미루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10~20%가 미계약되더라도 상당한 현금이 들어오며 건설사의 자금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둔촌주공이 '완판은' 될 거라고 보고 있다. 5호선·9호선 더블역세권, 상위 건설사들의 참여, 서울 최대 재건축사업단지 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경쟁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6개월의 공사중단으로 추가 공사비가 발생하며 일반분양가가 상승했고,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12억원 주택형도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은 점은 대기 수요가 충분하다는 방증이란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내년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되며 미분양이 늘어날 것이라 예상되는 점이다. 소위 '로또 청약'이라 불리는 둔촌주공마저 저조한 청약성적표를 받으면서 내년에도 '미분양'이 화두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금융사·건설사의 부동산PF 경계감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부동산 전문위원은 "내년부터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 국지적으로 수요가 급감하는 곳들은 미분양이 쌓일 수 있다. 둔촌주공을 시작으로 분양을 시작하려던 서초, 마포 같은 지역들도 분양 일정을 조정할 것"이라며 "미분양이 현재의 속도로 가파르게 늘어난다면 건설사의 투자금 회수가 더욱 더딜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