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차기 회장에 금융계 원로 대거 물망…‘올드보이'의 귀환?
입력 22.12.15 07:00
BNK 회장 후보군 18명…외부인사는 9명
이팔성•김창록•이현철 등 ‘올드보이’ 포함
농협금융 이은 모피아 및 낙하산 인사 우려
  • BNK금융그룹 회장 후보로 금융계 원로들이 대거 거론되면서 낙하산 인사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최근 NH농협금융 회장 인사를 시작으로 금융권에 ‘관치금융’ 논란이 벌어진 데 따라 현 정부와 연관이 있는 외부 후보들이 잇따라 조망되고 있어서다. 앞서 연령제한을 없앤 BNK금융 지배구조상 금융권 ‘올드보이’들이 대거 거론된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3일 BNK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회의를 열고 내부 후보군 9명과 외부 자문기관에서 추천받은 외부 후보군 9명을 차기 CEO 후보로 확정했다. 임추위는 이들을 대상으로 다각적인 평가를 종합해 22일 2차 후보군을 추릴 계획이다. 

    내부 후보군은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 최홍영 경남은행장, 명형국 BNK저축은행 대표, 김영문 BNK시스템 대표, 김성주 BNK신용정보 대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 김상윤 BNK벤처투자 대표 등 계열사 사장단 인사들이다. 

    외부 후보군은 임추위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안효준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이현철 전 한국자금중개 사장 등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밖에 하나은행 출신으로 솔로몬투자증권 사장을 지낸 김윤모 노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후보들로 현 정권과 연관있는 금융계 ‘올드보이’들이 대거 물망에 오르자 금융권에서는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관료 출신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이 대거 외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탓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렸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지지 의사를 밝히며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944년생인 이 전 회장은 올해 78세다. 윤 정부에서 전성기를 맞은 김 전 총재 역시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전신) 국장 출신이다. 행시 33회 출신으로 한국자금중개 사장 등을 지낸 이현철 우리카드 감사는 금융위원회 전직 간부들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BNK금융에 금융권 원로들이 몰린 까닭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나이 제한에 자유롭기 때문이다. 앞서 BNK금융그룹 이사회는 외부 출신을 회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고 나이 제한도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이 전 회장이나 1949년생인 김 전총재 등 70세가 넘는 고령의 후보들도 지역 기반 세력을 모으기 위해 공을 들인다는 전언이다. 

    BNK금융은 부산, 울산 등 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으로 다가올 금융위기에 발빠르게 대처할 인물이 적합한 회장 후보로 꼽힌다. 다만 이처럼 고령의 금융계 원로들이 여러 위기 상황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을지를 두고 다소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정치권에서 ‘한 자리’를 챙겨주기 위해 BNK금융이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과거 선례를 살펴볼 때 지방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와 비교해 유독 ‘외풍’이 많이 분다는 특징이 있다. 지배구조 면에서 ‘주인없는’ 회사로 특히 정권의 입김에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BNK·DGB·JB 등 3대 금융지주사뿐 아니라 6개 지방은행의 은행장도 전부 교체된 바 있다. 

    NH금융이나 우리금융, 기업은행 인사 후보에도 경제 관료 출신 인사들이 대거 거론되면서 윤 정부와 연관된 ‘낙하산’ 논란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앞서 새 농협금융 수장으로 임명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행정고시 26회로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시절 주요 경제 관직을 거쳤고, 윤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를 거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특별고문으로 참여한 바 있다. 

    우리금융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조준희 전 YTN 사장 역시 ‘낙하산’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기업은행장을 지냈고, 윤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직능본부 금융산업지원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기업은행은 내년 1월 초 임기가 끝나는 윤종원 행장 후임으로 경제 관료 출신인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을 시작으로 정치권의 ‘외풍’이 금융권에 불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라며 “실적이나 성과가 좋았던 금융지주 회장들도 자리를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금융권 전반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