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된 JP모건 한국 IB 대표, 후임은?…업계 연쇄 이동 신호탄 될수도
입력 22.12.20 07:00
김영기 전 대표, 승진 반년 만에 네이버로 이적
내부 승진 안정적이지만 차기 후보군 많지 않아
젊고 실적·네트워크 갖춘 외부 인력 원할 수도
CS 이경인·BofA 조찬희 대표 유력 후보로 물망
  • 김영기 JP모건 한국 투자은행(IB) 부문 총괄 대표가 네이버로 떠나며 생긴 자리를 누가 채우게 될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조직 문화에 밝은 내부 인사를 올리기도 하지만 업계에서 그만한 경력을 갖춘 인사도 많지는 않다. 이경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한국 대표와 조찬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한국 IB 대표 등 트랙레코드가 충분하고, 오랜 기간 일할 수 있는 경쟁사의 젊은 IB 대표들도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영기 전 대표는 지난달 JP모건에 사의를 표했고, 내년부터 네이버제트와 크림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한다. 2009년부터 JP모건에서 근무한 김 전 대표는 2019년 매니징디렉터(MD)를 달았고, 올해 4월 IB부문 총괄로 승진했다. 장기적으로 JP모건 한국대표 자리도 맡아둔 당상이라 주변의 만류가 적지 않았지만, 대기업에서 일하겠다는 의지가 컸고 네이버의 조건도 후해 이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으로 JP모건 한국 IB 대표 자리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주목된다. 통상 글로벌 IB들은 대표의 유고 가능성을 대비한 승계 전략(succession plan)을 세워둔다. 다만 이번엔 IB 대표 승진 반년에 만에 급작스레 변수가 생긴 상황이라 마땅한 대응책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란 시선이 있다. 한국은 최근 수년간 대형 거래가 쏟아진 아시아 국가다 보니 JP모건도 아주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대개는 내부에서 승진자를 올리는 편이 위험 부담이 적다. 글로벌 IB끼리도 운영 방식이나 업무 문화가 천차만별이다보니 내부 승진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 IB 본사도 한국에서 큰 돈을 버는 것보다는 시장 내 존재감을 유지하면서 큰 사고를 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다만 연배와 경력, 승진기간 등이 맞아야 한다. 

    JP모건은 올해 한국 IB 부문에선 조솔로 전무와 하진수 전무, 두 명의 MD를 배출했다. 조 전무가 카카오페이·하이브 상장, 하이브의 미국 이타카 홀딩스 인수, CJ E&M의 미국 엔데버 컨텐츠 인수 등을 자문했고 하 전무는 쿠팡·하이브·SK IET·카카오페이·크래프톤 IPO 등 공로를 인정받았다. 내부에서 대표를 찾는다면 이들이 유력한 후보다.

    하진수 전무는 1973년생으로 김영기 전 대표와 나이가 같은데, 그간 수행 업무가 주식자본시장(ECM) 쪽에 치우친 면이 있다. IB 업무 전반을 수행해 온 조솔로 전무는 1980년생이다. 다른 IB에서도 MD 승진 1년 만에 IB부문 대표를 맡은 사례가 있긴 하지만 보통 IB 대표를 맡게 되는 나이보다는 젊다는 평가가 있다. 때가 돼서 승진을 해도 내부에서 뒷말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JP모건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외부에서 한국 IB 대표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필요 조건을 충족할 후보군은 거의 손에 꼽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IB가 각광받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IB의 처우가 제자리를 걷는 사이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은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유능한 뱅커들을 모셔 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인력 충원에도 소홀했던 터라 지금쯤 MD가 되었어야 할 인력들이 부족하다. 차기 리더군을 찾기 힘든 상황이 갈수록 고착화하고 있다.

    올해 IB들은 거래 기근에 실적을 쌓기 쉽지 않았는데, 이런 분위기는 내년에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JP모건이 외부로 시선을 돌린다면 그간 쌓은 네트워크와 경험으로 당장 거래를 발굴해낼 수 있는 중량급 인사를 모셔야 할 상황이다. 한번 자리에 앉히면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50대 이상의 인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들을 감안하면 이경인 크레디트스위스(CS) 서울지점장 (1975년생), 조찬희 BoA메릴린치 IB부문 대표(1977년생) 정도로 후보군이 추려진다. 다른 IB에서도 이들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는 분위기다. 실제 당사자들에게도 JP모건의 영입 제안이 없었느냐는 지인들의 문의가 쏟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 임원은 “JP모건이 외부에서 IB 대표를 찾는다면 젊고 성과가 좋은 이들 이외에 이렇다할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경인 대표는 2004년 삼일회계법인을 시작으로 맥쿼리증권, 노무라증권을 거쳐 2013년 CS에 합류했다. 2016년말 MD로 승진하면서 서울지점 공동지점장으로 선임됐고, 이듬해 한국 IB부문 대표에 올라 현재 증권 서울지점 단독헤드를 맡고 있다. KDB대우증권, 금호타이어, 대우조선해양 등 산업은행 주도 M&A와 SKC 필름사업 매각, 차이나가스홀딩스 블록딜 등 SK그룹 관련 거래에 강점을 보였다.

    조찬희 대표는 홍콩 씨티글로벌마켓증권, 글로벌 사모펀드 마운트 켈렛 캐피탈(Mount Kellett Capital)을 거쳐 2011년에 메릴린치에 합류했다. 2018년 MD 승진 후, 작년 IB 부문 대표로 승진했다. 조 대표는 SK쉴더스(전 ADT캡스) 인수, 11번가 투자유치 등 굵직한 SK그룹 일감을 두고 CS와 경쟁한 이력이 있다. 최근엔 휴젤, 두산공작기계, 대우건설 등 매각 자문 성과를 거뒀다.

    JP모건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함께 글로벌 빅3 IB로 꼽힌다. CS와 BofA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이름값과 존재감이 높다. 보수나 처우 역시 더 나은 것으로 알려져 대표직 제안이 온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경인 대표와 조찬희 대표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아직도 40대다. JP모건에 가게 되면 조직을 새로 꾸리고 당장 실적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성과만 내면 충분히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