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회피 물량에 '팔자' vs 배당차익거래에 '사자'…방향성 잃은 연말 증시
입력 22.12.27 16:19
1월 인플레이션 지표 '주목'…"상단 열릴 이벤트는 안보여"
  • 연말 증시가 안갯속이다. 금일 국내 증시는 소폭 상승세로 장을 마쳤는데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관투자자는 배당주를 사들이며 매수세를 키웠지만 개인투자자는 양도소득세 회피 목적으로 물량을 쏟아내면서다. 

    2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65포인트(0.68%) 상승한 2332.79로 장을 마쳤다. 전날에 이어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순매도 물량이 코스피 상승폭을 제한하는 모습니다. 장초반 코스피는 기관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우상향 곡선을 그렸지만 오후 개인투자자의 매도세로 변동성이 커지며 오름폭이 둔화됐다. 이날 기관투자자는 1조981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투자자는 1조1331억원어치 팔았다.

    매년 연말엔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한 대규모 물량이 출회된다. 올해는 28일 주식 보유액을 기준으로 과세대상자를 결정해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매긴다. 개인투자자가 양도세를 내지 않으려면 올해 27일까지 보유주식의 시가평가액을 10억원 미만으로 낮추거나 지분율을 1%(코스피), 2%(코스닥) 미만으로 낮춰놓아야 한다. 이에 개인투자자는 최근 5거래일간 누적 1조6000억원에 이르는 물량을 순매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예상보다는 매도세가 크지 않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배당차익거래를 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코스피를 끌어올리면서다. 기관투자자는 통상 연말에 주가 상승이나 배당 등의 이익을 바라고 배당차익거래를 하는데, 배당주 현물은 사고, 선물은 매도하는 방식이다. 기획재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과세 범위를 '본인 및 가족들 포함 종목당 10억원'에서 '본인 10억원'으로 완화시키는 소득세법 시행 개정령을 연내 완료하겠다고 밝힌 점도 완충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양도세 회피 매도 폭탄, 주요국 연말 휴장 등으로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주가 흐름이나 수급 상으로 국내 증시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평균 거래대금은 연중 최저치를 잇따라 기록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미국의 연말 휴장, 연말 양도세 회피 물량 출회 등으로 거래량이 대폭 감소했다. 이렇게 거래가 없는 상태에선 조금만 수급상의 변화가 생겨도 주가 영향이 크다. 주가흐름이나, 수급상으로나 큰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 '노이즈' 장세라고 보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내달 인플레이션 지표가 공개되고 국내 기업의 4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되어야 시장 방향성이 가늠될 것이란 전망이다. 내달 12일엔 미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정도를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인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내년도에도 금리인하 방침이 없다고 못박은데다 4분기 국내 기업이익 컨센서스도 하향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시 상단이 열릴만한 이벤트는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KB증권에 따르면 4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성장률은 -14%로 예상되지만 과거 평균만큼 어닝쇼크를 반복한다면 실제로는 -25%안팎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