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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들은 상장사 투자 후 다양한 회수 방법을 활용한다. 시장 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통째로 매각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그간 이런 전략을 펴기 녹록지 않았다. 주식 시장이 침체하며 매각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고, 일부 거래는 주가 폭락으로 계약이 깨지기도 했다. 미리 구상해 둔 회수 시기나 규모가 틀어지고, 출자자(LP)에 약속한 배당도 지급하기 어려워졌다.
새해에도 당분간은 상장사 경영권 매각 거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얼마간의 회수 성과라도 필요한 곳들은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상장사 지분을 파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 투자은행(IB)들은 IPO, M&A 등 실적이 부진했던 터라 블록딜을 추진할 만한 기업의 목록을 정리해두고 기회를 노리는 분위기다.
TPG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투자한 카카오뱅크는 새해에 블록딜로 나올 만한 후보 중 하나다. 두 PEF는 2020년말 각각 2500억원씩을 투자했고, 이듬해 상장과 자본재구조화(리캡)를 거치며 회수 성과를 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인수금융 기한이익상실(EOD)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최근 주가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데, 새해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면 지분 분할 매각에 나설 만하다.
상장사는 아니지만 카카오모빌리티도 PEF발 소수지분 매각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꼽힌다. TPG, 칼라일그룹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MBK파트너스에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카카오의 매각 중단으로 무산됐다. FI들은 이와 별도로 지난 6월에도 1%가량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 계속 회수를 시도해왔다. 새해 상반기 회사의 상장 추진 상황에 따라 지분 매각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한 IB 관계자는 “PEF들의 카카오그룹 계열사 포트폴리오는 모든 IB들이 지분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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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PEF들은 몇 곳씩 상장사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커넥트웨이브, 한앤컴퍼니는 케이카·한온시스템·쌍용C&E, IMM PE는 한샘·에이블씨엔씨·하나투어 등 상장사가 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락앤락), 베인캐피탈(클래시스), 베어링PEA(신한지주) 등도 상장사에 투자했다. 지분율이 넉넉한 경우에는 일부 주식을 내다 팔 때 부담이 덜하다.
MBK파트너스는 과거 코웨이를 인수한 후 두 차례에 걸친 블록딜로 투자금 상당 부분을 회수한 경험이 있다. 다만 커넥트웨이브는 이제 투자 1년을 지난 시점이라 회수를 논하기는 이르다. 케이뱅크나 골프존카운티의 경우 상장 및 보호예수(락업) 기간에 따라 지분 매각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한앤컴퍼니는 쌍용C&E LP 교체로 장기간 보유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2018년엔 케이카(전 SK엔카 직영사업부)를 인수했고, 지난 2021년 10월 상장 때 구주매출로 투자금 상당 부분을 회수했다. 한앤컴퍼니가 상장 시 설정한 1년의 락업 기간이 지났고, 케이카 지분을 팔 수 있다. 최근 케이카는 매각설에 대해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해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어피너티가 2017년 이후 장기 보유하고 있는 락앤락이나, JKL파트너스가 2019년 인수한 롯데손해보험도 새해에는 본격적으로 회수를 고민할 만한 상장사 포트폴리오로 거론된다. 경영권을 넉넉하게 지킬 수 있는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어 소수지분을 활용하기에 용이하다. 어피너티와 베어링은 2020년 투자한 신한지주 보통주를 주당 2만9600원에 인수했는데, 최근 2년의 매각제한 기간이 지났다.
물론 PEF가 상장사 포트폴리오 지분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주식 시장이 다시 온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 침체로 회수 눈높이를 하향 조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시가가 투자 원가보다 낮거나 비슷한 상황에서는 지분을 매각할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IMM PE가 경영권을 인수한 한샘은 주가 하락에 EOD 위험이 커지자, 추가 출자로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당장 지분 일부를 내다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락앤락이나 롯데손해보험은 주가가 투자단가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다. 한온시스템에선 우선매수권·동반매도요구권·동반매각참여권을 가진 한국타이어의 존재를 신경써야 한다. PI첨단소재 인수 계약 이행을 요구해야 하는 글랜우드PE도 당분간은 지분 매각 카드를 활용하기 어렵다.
PEF 입장에선 지분을 담보로 갖고 있는 금융사의 존재도 신경을 써야 한다. 블록딜 시 주가가 흔들릴 수 있어 인수금융 대주단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지분을 팔면 빚부터 갚아야 한다. 최근엔 PEF 차주보다 금융사의 목소리가 커진 터라 블록딜 허용 문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블록딜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전 동의까진 아니라도 실행 직전에 PEF가 금융사에 통보는 한다”며 “블록딜이 가능한 조건을 약정서에 명시하고 매각 시 빚도 갚도록 하는데, 요즘은 힘이 센 대주단에 유리한 조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침체 속 회수 난항…지분 쪼개팔기 가능성 주목
카카오 계열사, 투자·상장 후 매각제한 풀린 기업 등
소수지분 혹은 경영권 안정적일 때 블록딜 추진 가능
주가 회복이 선행 조건…대주단·이해관계자 눈치 봐야
카카오 계열사, 투자·상장 후 매각제한 풀린 기업 등
소수지분 혹은 경영권 안정적일 때 블록딜 추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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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12월 2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