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올 상반기 리파이낸싱 위기…정관 변경 등 자금조달 노력 '분주'
입력 23.01.03 07:00
상장리츠업계 최대 현안은 '리파이낸싱'…이자비용 부담↑
롯데리츠,1조원 대출금 만기…3개월 단기채권 활용
메자닌 발행 위해 정관 변경 추세 이어질 듯…상반기 주총 '주목'
  • 자금 조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장리츠업계에서 새해 화두는 '리파이낸싱'이 꼽힌다. 이에 올 상반기 주주총회에선 전환사채(CB)발행 등 자금조달 다양화를 위해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가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리츠업계에 따르면 NH올원리츠는 새해 1월 만기가 도래하는 분당스퀘어 선순위 담보대출 1180억원에 대해 리파이낸싱(차환)에 성공했다. 흥국생명 등 기존 대주단이 이탈함에 따라 신규대출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NH농협은행이 앵커 대주로 참여하며 다른 금융사의 참여를 높였다고 알려진다.

    업계에선 금리 수준이 당초 대비 두 배 이상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3개월 CD 기준금리는 1.5%에서 4% 선까지 오른 상태다. 이에 지난 2020년 분당스퀘어 선순위 담보대출 연 이자율은 3%였으나 이번 리파이낸싱 금리는 7%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NH올원리츠의 새해 주당배당금은 작년 대비 9% 정도 하락할 것으로 점쳐진다.

    만기 예정 차입금이 1조원에 달하는 롯데리츠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자금경색이 심화하면서 3개월 단기대출까지 활용하고 있어서다. 롯데리츠는 지난 10월 기존 담보대출 4780억원을 차환하기 위하여 1년 만기 담보대출 2800억원, 3개월 만기 단기사채 2000억원을 발행했다. 2000억원 단기사채의 금리는 6.2%로 새해 1월 만기가 돌아온다. 현재 상환을 위해 담보사채, 담보부사채, 담보대출 등 발행을 검토 중인데 관련업계에선 금리 수준이 더욱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운용역은 "금융사에서 워낙 부동산 대출을 깐깐하게 보고 있어 대출 승인이 나면 '다행'이란 분위기다. 배당이 떨어지더라도 우선 '생존'이 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높은 금리를 감내해야 한다"라며 "당분간은 높은 금리 수준으로 인한 금융비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리파이낸싱을 앞두고 상장리츠들의 자금조달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자산매입을 위해 삼성증권으로부터 차입한 540억원과 한국투자캐피탈, 신한캐피탈에서 빌린 600억원의 만기가 내년 6월에 도래한다. SK리츠는 한국스탠드차타드은행, 미즈호은행 등으로부터 시설자금(U 타워) 목적으로 빌린 1200억원의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최근엔 기존 차입금 일부 상환 및 자금 운용을 위해 300억원을 대출했는데 돌아오는 8월 만기 예정이다.

    아울러 자산편입을 목전에 둔 리츠도 있는 만큼 상장리츠업계는 자금조달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자금조달방편으로 메자닌을 검토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지난달 1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신한알파리츠는 전환사채 외에도 회사가 발행할 수 있는 주식으로 전환주, 우선주 등을 추가했다. 이외에도 리츠 AMC 다수가 자금조달 방편 중 하나로 메자닌 발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상장 리츠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장리츠 최대 현안은 '리파이낸싱'이다.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다양한 자금 조달방안들이 나올 것 같다. 2022년에 상장 리츠가 몇 군데가 CB 발행을 위해 정관을 변경했는데 올 상반기 주주총회 때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리츠 투자 비중을 늘리려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전환사채 등 메자닌 투자 기회가 호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기관 입장에선 프리 IPO외에 대량으로 리츠 주식을 매수할 기회가 드물기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의 상장 리츠 주가가 하락하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가운데 CB를 매입해 시세차익도 함께 노릴 만하다.

    다만 기존투자자 입장에선 지분 희석 등의 문제가 달갑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량의 물량이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어 잠재적 오버행 문제가 생기는 데다, 자산 편입이 어려운 시기인 만큼 주식 수 증가가 주당배당금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