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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대기업들의 주력 사업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자금시장 경색에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면서 각 기업의 총수들은 위기대응을 강조하며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5대그룹 총수들의 신년사를 바탕으로 투자계획에 변화가 있는지, 무게추를 옮길 사업부문은 어디인지 살펴봤다.
현금 풍부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신사업'
이재용 회장이 지난해 복귀한 삼성그룹은 그간 시장이 부진하다고 평가해온 인수합병(M&A) 움직임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연초부터 협동로봇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에 6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든 지 2년 만의 첫 지분 투자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년 전 증시 입성할 때부터 삼성그룹과 LG그룹에서 투자를 검토한 회사로 알려지며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곳이다.
이처럼 삼성그룹은 신사업 관련 투자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5년간 45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미래먹거리를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금번 신년사에서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술 발굴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투자계획에는 신사업 뿐만 아니라 반도체 시장 지위 유지 및 제고를 위한 투자예산도 포함돼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케펙스'(CAPEX·설비투자)를 지속 집행하면서도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채용을 늘린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도 대응한다. 미국 현지에서의 세제 혜택 연장을 위해 2046년까지 2000억달러를 투자,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 11곳을 지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현금고가 찬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 투자에 집중한다. 정의선 회장은 "물이 고이면 썩는다"라는 발언과 함께 '치밀한 융합제품' 제작 의지를 내비쳤다.
기업금융(IB)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투자재원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은 상태다. 기존 주력 사업 또한 그간의 우려가 무색하게 실적 호조를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생산 및 판매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되레 판매믹스 개선과 고환율 덕을 봤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말 밝힌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전환'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30년까지 18조원을 투입해 전 차동을 SDV로 전환하고 이를 위한 기술력을 강화할 방침임을 공표했다. 자회사인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에 추가투자를 집행하는 한편 KT와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통신망 등 기술 개발에 협력을 꾀한다. 전기차 생산 확대를 위해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미국 인플레이션법(IRA) 대응에도 전념 중이다. 미래 모빌리티인 전기차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의 착공식을 최근 가졌다.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질 롯데그룹과 SK그룹
시장의 관심은 SK, 롯데 두 그룹으로 모아지고 있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만큼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많진 않아서다.
특히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까지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롯데건설의 자산유동화증권 만기차환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전 계열사를 동원해 유동성 확보에 골머리를 앓았다. 롯데건설의 경우 지난해 말 신용평가 3사 모두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하며 신용도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이익체력 강화를 주문했다. "핵심역량을 쌓는 게 중요하다. 기존 핵심사업 영역에서는 과감한 시도를 당부한다", "과감한 판단과 빠른 시도 등으로 격변하는 경제상황에 대비하자" 등이 주요 메시지였다.
기존에 세운 투자 계획은 지속 이행할 전망이다. 롯데는 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 사업으로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등 3가지를 꼽고, '5년간 총 37조원'을 투자한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투자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 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 인수작업을 마무리한 상태로, 이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 롯데케미칼은 친환경 사업을 위해 2030년 50조원이 매출계획을 내세운 상태다. 이를 위해 사업부문 별로 1조~7조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한다. 롯데쇼핑도 5년간 8조1000억원을 투입해 복합몰 개발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말까지도 유동성 확보에 애를 먹던 SK그룹은 올해 자금 확보에 고민을 이어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SK그룹은 지난해까지 각 계열사별로 투자를 위한 실탄 확보를 이어왔다. 국내외 주요 은행들의 SK그룹에 대한 대출한도가 지난 3분기에 이미 찼다고 알려진다. 올해엔 국책은행의 계열사별 여신한도가 일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최태원 회장은 "경영시스템을 단단히 가다듬자"라고 신년사를 통해 언급했다. 그간 계열사별 기업가치를 확대하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공모자금을 조달하는 등 '파이낸셜스토리'를 강조해온 최 회장이 '주가'보단 '경영시스템'을 언급한 데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계열사 상장이 연달아 좌초되자 "성과와 실적 중심의 경영을 부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SK그룹 또한 지난해 발표한 투자 계획이 있다. 5년간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등 핵심 성장 동력에 투자한다. 반도체와 소재에는 2026년까지 142조원대, 전기차와 2차전지에는 67조원, 디지털 사업에 25조원, 바이오 사업에 13조원대 투자를 집행하는 게 세부 내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지난해까지 현금을 충분히 쥐기 위해 조달에 나서긴 했으나, M&A할 만한 기업들이 대체로 규모가 큰 까닭에 추가 자금 수요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 '고객' 강조한 LG그룹, 전장사업 확대할 듯
LG그룹의 신년사의 주제는 또다시 '고객'이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후 신년사를 통해 줄곧 '고객 가치'를 강조한 경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다만 '사업 취사선택' 방향성에 대해선 호평이 오간다. 지난해까지 스마트폰, 태양광 등 부진한 사업부문을 정리하곤 전장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LG그룹은 2026년까지 미래성장분야에 10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언급된 사업분야에는 전장을 포함한 배터리·배터리 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이 포함됐다. 특히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부문에는 5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전장사업은 지난해부터 흑자가 나기 시작했다. 2021년 말 전장 담당 출신 임원들을 대거 승진시킨 이래 자동차부품솔루션(VS)사업본부는 지난해 2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현금 풍부한 삼성·현대차는 '신사업 투자' 방점
SK는 '경영시스템 관리'·롯데는 '과감한 시도'
'사업 취사선택' 성과 나오는 LG그룹, 전장에 집중할 듯
SK는 '경영시스템 관리'·롯데는 '과감한 시도'
'사업 취사선택' 성과 나오는 LG그룹, 전장에 집중할 듯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1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