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부활(?)한 신한금융 주주환원책...'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입력 23.01.12 07:00
Invest Column
  • 각금시이작비(覺今是而昨非),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최근 증시의 환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신한금융지구의 주주환원책을 요약하기에 이보다 좋은 말을 찾기는 어렵다.

    신한금융은 지난 2일 새해 경영포럼에서 보통주자본비율(CET1) 12%에 초과하는 자본 여력을 주주환원에 사용할 것이라고 주지했다. 이 내용이 '12% 초과분은 모두 배당한다'로 와전됐고, 현 시점 기준 예상 총 배당금은 2조6000억원, 주주환원율은 50%라는 계산까지 등장했다. 연초 이후 신한금융 주가는 6거래일만에 19.2%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5.6%의 3배가 넘었다.

    이 주주환원책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20년 외국계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자 당시 기업설명회(IR)를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CET1 기준 12%라는 기준이 이때 제시됐다. 적정 자본을 내부에 유보하되, CET1 기준 13%는 넘기지 않고, 잉여자본은 배당 포함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당시 이 주주환원책은 아무런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시기가 좋지 않았다. 당시 신한금융의 CET1은 11%대였다. 당장 실현이 불가능했다. 규제가 덧씌워졌다. 2021년 1월 금융위원회에서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하는 은행지주 배당 자제 권고안을 의결했다. 이후 신한금융은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하고 분기배당을 시작했지만, 주가 하락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간 신한금융을 비롯해 국내 은행지주 주가가 약세를 띄었던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오랜 저금리 시대에 순이자마진(NIM)이 급락했다. 지난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으로 수익성이 좋은 가계대출의 성장세가 꺾였다. 성장이 사라진 가치주의 유일한 투자 매력인 배당마저 봉쇄당했다. 주가가 오를래야 오를 수 없는 환경이었다.

    최근 은행주의 선전은 금융시장 환경의 급변을 반영한다. 

    미국 기준금리 5%, 한국 기준금리 4%를 향해 가는 상황에서 NIM은 호전되고 있다. 이런 상대적 고금리 시대는 앞으로 상당기간 유지될 예정이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시장은 올해 6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점쳤지만, 예상보다 고용 등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이런 시각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 규제가 해제되며 이제 서울에서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주택가치의 70%(LTV)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생애최초 주택 구매의 경우 LTV 80%이 적용되고, 다주택자도 주택가격의 30%까지 대출받을 길이 열렸다. 배당 규제도 풀렸다. 금융당국은 지난 연말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다면 은행지주의 배당에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사실 은행지주엔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주요 은행지주 주가는 지난해 7월과 9월 두 차례 바닥을 확인한 뒤, 4분기 내내 차츰차츰 저점을 높여가며 상승 추세를 띄고 있었다. 연말 배당락 이후 시장이 쉬어가는 상황에서,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한 주주환원책이 뜬금없이 주목을 받으며 수급이 단기간 폭발적으로 몰린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기보다는, 규제 완화로 인해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상황에서 타이밍이 좋게 이슈화까지 된 것"이라며 "은행주 주가순자산비율(PBR) 리레이팅(재평가)은 올 상반기 증시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ET1 12%라는 기준은 규제기준인 10.5%에 손실흡수력과 지속가능성장을 감안해 1.5%의 완충구역을 둔 수치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무의미하게 13%를 넘기느니 여러 방식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의미이지, 12%가 넘는 잉여자본은 무조건 배당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연초 경영포럼에서의 언급은 '기존 정책을 상기한다'는 의미이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 방법, 규모를 제시한 것이 아니다. 언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머나먼 기다림을 거쳐야만 할 거란 전망이다.

    그 기다림 끝에 나온 답변이 지금 부풀어오른 소액주주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상당한 곤혹을 겪어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신한금융의 경우 고심끝에 내놓은 주주환원책이 3년만에 빛을 보기 시작했는데, 이전과 기조가 바뀐 게 없는 상황에서 주주들의 기대감만 한 없이 부풀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에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루머가 양산되는 중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은행지주 주가를 올린 건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와 배당에 대한 당국의 입장 변경이 핵심"이라며 "이미 은행지주들은 유무형의 규제 허용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주주환원을 고민해왔기 때문에,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개선안을 요구한다고 추가로 내놓을만한 내용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