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배당 눈치싸움…배당성향 30% 목표치 '대동소이'
입력 23.01.17 07:00
4대 금융지주 관심사, '외형성장'→'주주환원'
투자유치 위해 투자자 이익 보장해야 하지만
배당성향 낮은 탓에 고질적 저평가 목소리 多
  • 4대 금융지주간 경쟁이 외형확장에서 주주가치 확대로 옮겨가고 있다. 작년 가계대출이 사상최초로 감소한데 이어 금융지주들은 올해 대출 성장 목표를 크게 낮췄다. 우리금융을 제외하곤 비은행 포트폴리오도 갖춰진 터라 외형확장 경쟁은 얼추 마무리됐다. 이제 관심은 이들이 제시하는 배당정책 등 주주환원이다. 내세우는 목표가 대동소이 하다는 점에서 어느 금융지주가 치고 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4대 금융지주가 밝힌 배당정책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점진적으로 배당성향 30%에 도달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KB금융은 중장기 배당정책 목표를 배당성향 30%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주주환원책으로 중간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2020년 사모펀드 대상 대규모 유상증자 이후 주주들의 반발을 감안해 좀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이미 발표한 상태다. 보통주자본비율 12% 수준을 유지한다는 조건하에 잉여 자본을 분기배당 또는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은 코로나 19 불확실성 해소 시점부터 배당성향 30% 목표에 이를 때가지 점진적으로 배당을 늘릴 것이란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중장기 경영계획에 근거해 점진적으로 배당성향을 30%까지 상향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4대 금융지주 공히 현재 배당성향은 25% 수준에 불과하다.

  •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주환원은 4대 금융지주가 크게 신경쓰는 부분은 아니었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외형규모가 4대 금융지주를 가르는 기준이었다. 이에 따라 KB와 신한은 생보, 손보, 증권 등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외형성장이 주목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만성적인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비은행 강화를 통한 수익성을 높이자는 차원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 넘치는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일명 개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4대 금융지주의 해외대비 낮은 PBR은 금융당국의 규제란 이름으로 정당화됐다. 해외투자자들도 4대 금융지주 펀더멘털 보다는 금융당국의 스탠스에 오히려 관심을 가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가 조 단위 M&A를 하더라도 주가는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라며 "해외투자자 입장에선 금융당국이 어떠한 자세를 취하는지에 오히려 관심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신한금융의 뜬금없는 유상증자가 4대 금융지주 투자자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별한 자금소요가 없는 상황에서 외부 투자자를 유치한다는 명목하에서 진행된 증자에 해외 투자자들은 신한금융뿐 아니라 4대금융지주에 대해 등을 돌렸다. 오죽했으면 일각에선 일본 주주마저도 이유없는 증자에 등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전의 계기는 지난 하반기부터 만들어졌다. 금융당국에서 '배당자율성'을 외치는 등 변화된 자세를 보이면서, 타 금융지주보다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한 신한금융의 배당정책이 주목을 받은 것이다. 대규모 M&A로도 움직이지 않던 주가가 움직이면서 4대 금융지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다 성장주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배당주로서 4대 금융지주가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관심은 어느 금융지주가 치고 나오느냐다. 다들 배당성향 30% 목표치를 내세우지만 저마다의 이유를 달고 있다. 여기에다 당국 눈치보느라 섣불리 치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인데, 이전과는 달리 당국의 목소리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가오는 주총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주주환원을 둘러싼 외부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은행지주사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자본적정성을 높이는 데 힘썼고, 부실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데 더욱 신경썼지만 2017~2018년부터 재무체력이 한층 높아진만큼 배당을 높여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다 해외 투자자들도 금융지주에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에 요구에 어느 금융지주가 화답할지에 따라 주가도 민감하게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까진 KB금융지주가 국내 금융지주 중에 가장 선호받고 있다"라며 "다만 4대 금융지주 모두 각자의 주주환원책을 준비하는 만큼 이번 주총 전 어떠한 발표가 있을지 관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