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가 부러워하는 B2B는 B2C가 또 부럽다
입력 23.01.25 07:00
취재노트
  •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면 이런 얘길 자주 들을 수 있다.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들이 부럽다. 저희가 판매하는 제품이나 제공하는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금방 이슈가 되고 그게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진다. B2B는 대중소비자들을 직접 만날 일이 없으니 얼마나 좋나"

    한국처럼 SNS가 발달된 나라에선 B2C 기업 이슈가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이런 부정적인 여론 분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가치 하락은 물론 경영권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때도 있다. 미국 같은 경우엔 기업과 소비자 간 수천억원 규모의 소송전이 진행되기도 한다.

    B2B 기업에서도 B2C 기업의 '읍소'를 알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다만 B2B에선 문제가 한 번 터지면 복구가 쉽지 않을 정도로 일이 커진다는 게 부담이다. 이는 회사의 존폐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부턴 B2B 기업이 B2C 기업을 부러워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제조업의 본국 회귀,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다. B2B에서도 완성품을 만들지 않는, 중간 단계에 그치는 기업들은 고민이 깊어졌다.

    일례로 애플이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까지 자체 설계해 탑재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매출 감소 여부가 화제다. 한국 업체들이 애플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자극적인 문구가 나올 정도다. 과거처럼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 문제가 아니라 사업 지속성 자체가 떨어지는 문제다.

    중국에서 시작된 자체 밸류체인 강화 움직임은 코로나 이후 미국으로 이어졌다. 특히 미국 B2C 기업들은 리쇼어링을 무기로 국내 기업들의 현지 공장 설립을 유도하고 있다. IT뿐 아니라 미국이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산업은 매한가지다.

    이 지점에서 B2B 기업들의 고민이 크다. 애초에 전 세계적인 분업화를 믿고 선택과 집중을 하고자 B2C를 버리고 B2B에 '올인'한 결과 미래 불투명성도 커졌다.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B2B 기술력을 키우는 데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것 못지않게, 오히려 더 많이 B2C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아는 국내 브랜드라고 해봤자 삼성, 현대 정도이고 이는 휴대폰, 자동차처럼 소비자들과 접점이 있는 경우에 국한된다"며 "국내 대기업들이 B2B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도 B2C를 버리지 않는 이유는 긴 시간 브랜드 구축한 것이 아깝기도 하고 언젠가 자신들의 B2C 브랜드를 다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TSMC를 가진 대만처럼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2차전지, 부품, 소재 등 B2B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힘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런 트렌드도 바뀌는 법이다.

    B2B는 지정학적 문제, 전쟁과 같은 변수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B2B로 힘을 싣던 기업들이 B2C 브랜드 구축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했다. B2C 기업들이 자신들의 약해진 브랜드 파워를 어떻게 강화하느냐는 또 다른 고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