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 고민 많은 자본시장 큰손들...'해외 인프라'가 궁여지책
입력 23.01.27 07:00
감사원 자료요청에 기관들 대체투자 고민 커져
국내 부동산 경기 하락에 PF 투자 기회 적어져
국내외 인프라에서 답 찾을까…안정성 높아 장점
  • 국내 공제회, 보험사 등 자본시장 ‘큰손’들이 대체투자 부문을 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부동산 경기 위축 조짐에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인 까닭이다. 

    그간 수익률 제고 ‘효자’ 노릇을 했던 대체투자 비중을 줄이거나 내부 운용계획을 손봐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위험성이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보다는 국내 및 해외 인프라 부문에서 활로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행정공제회는 대체투자 관련한 감사원의 자료요청을 받고 관련 내용 제출을 마무리 지었다. 과학기술인공제회, 경찰공제회 등도 감사원에 제출할 자료 준비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최근 주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대체투자 자산 비중과 수익률 등을 포함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특별감사를 진행한 바 있다.

    국내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은 작년 말 투자운용 거시계획을 짜두고 새해부터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보험사들 역시 작년 말 불거진 유동성 위기를 한 시름 넘기면서 다시금 투자운용 전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올해 초부터 금리 상황이 다소 안정을 찾으면서부터다. 

    다만 작년부터 이어진 국내 부동산 경기 하락에 이어 최근 감사원 요청까지 맞물리며 대체투자 부문을 두고서는 기관투자자들이 관련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처럼 공격적인 대체투자 사세 확장은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최근 대체투자 부문의 부실 우려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나오는 탓이다. 

    코로나19 위기로 해외 부동산 부실 사례가 터진 데다 작년 말부터 국내 부동산PF 사업장들도 자금난에 처한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금감원)에서는 부동산PF 위험성을 인지하고 국내외 부동산 투자 전수조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기관들로서는 당장 대체투자 부문을 대폭 축소하기도 난감한 처지다.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대체투자 부문은 지난 몇 년간 쏠쏠한 수익원 역할을 해온 데다 수익률이 즉각 반영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과 같이 주식이나 채권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대체투자 부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이에 기관투자자들은 현재 위험성이 높은 부동산PF보다는 국내 및 해외 인프라 투자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아예 투자를 중단할 수는 없으니 다소 수익률은 떨어지더라도 안정성이 높은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수익률 제고 목적으로 국내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서 투자 기회를 발굴하기도 했지만 올해부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부동산 자산유동화증권(PF-ABCP)와 맞물린 위기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터진 데 따라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기관들 입장에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인프라사업의 경우 만기가 길어 최근처럼 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은행권 대체투자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보험사들은 조금씩 해외 인프라사업에 관심을 갖는 등 대체투자 부문 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라며 “인프라사업은 수익률이 비교적 낮지만 만기가 길고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보다는 해외 인프라 부문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전언이다. 

    정부 주도보다는 민간 방식의 투자가 해외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수익률을 올리기가 용이하다는 의견이다. 비용에 소비자 부담 비중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도래할 경우 원화보다는 달러자산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데, 이 때문에 워싱턴 등 미국 주요 도시 인프라사업의 인기가 커진다는 분석이다. 

    한 대체투자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불안정할수록 부동산 투자 시 임차인이 정부 기관이거나 정부가 주도하는 인프라사업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아진다”라며 “하방이 비교적 탄탄하고 상방도 열려 있는 구조라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