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냐, 외부냐로 좁혀진 우리금융 차기 구도…'정상화' vs '외풍 차단' 잡음 불가피
입력 23.01.27 17:43
우리금융 임추위 숏리스트 발표…내부 2명 vs 외부 2명
우리금융 '정상화'…완전민영화 위한 '외풍차단'에 맞불
임종룡 행보에 '관치' 둘러싼 시각도 변화하는 모양새
이사회 고심 큰데…내·외부 모두 잡음 불가피할 전망
  • 우리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4명의 차기 회장 후보군(숏리스트)을 선정했다. 예상대로 내부와 외부 인사 간 대결 구도로 좁혀졌다. 용퇴를 결정한 손태승 회장이 '완전 민영화' 가치를 주문하며 외풍 차단에 힘이 실리는가 했지만 임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 '정상화' 메시지로 맞불을 놓은 형국이다. 

    우리금융 임직원은 내부 인사를 선호하는 분위기이나 이사회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과의 관계나 임추위를 전후해 '한일-상업' 간 해묵은 계파 갈등이 재조명되는 등 부담이 만만치 않다. 임추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건 잡음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27일 우리금융 이사회는 임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직 숏리스트를 선정했다. 숏리스트에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유력 후보로 꼽히던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사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각각 내부 현직 인사 두 명과 전직 한 명, 전직 관료 출신 외부 인사 한 명으로 안이냐 밖이냐를 둔 대결 구도가 마련됐다. 

    한 발짝 더 들어가면 내부 승진을 통한 '외풍 차단'과 외부 수혈을 통한 우리금융 '정상화' 프레임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손태승 회장은 임추위에 "완전 민영화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 발전을 이뤄갈 후임 회장을 선임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사실상 외풍을 막아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금융 노조를 비롯한 임직원 사이에서도 내부 인사가 회장직에 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임 전 위원장은 "외부의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금융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입후보 의사를 밝혔다. 출사표 격으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했다는 분석이다. 거꾸로 보자면 현재 우리금융의 시스템을 비정상이라 진단한 셈이다. 관치·외풍 등 잡음에 대해선 정부가 찍어 앉히는 것이 아닌 이상 지적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임 전 위원장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관치 우려에 대한 세간의 시각도 다소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 전 위원장이 회장직 도전 배경으로 밝힌 우리금융 정상화는 금융당국이 그간 내비쳐 온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임 전 위원장의 진단 자체를 부정하기 쉽지 않다. 완전 민영화를 마친 지난해에도 수백억원대 횡령으로 도마에 올랐던 만큼 관치라는 잣대만 내세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군다나 차기 회장직을 둔 내부 경쟁 과정에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사이 갈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임추위를 앞두고 지난 연말부터 우리금융 내부 전·현직 인사가 지지를 구하는 과정에서 재차 출신 성분을 따지는 구호가 등장한 까닭이다. 이미 금융권에선 숏리스트가 나오기 전부터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외부 인사의 '3파전' 구도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회장직 도전 과정에서 한일이냐 상업이냐 하는 출신 성분 문제가 다시금 부상한 게 자충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라며 "계파 갈등이 여전하다는 인식이 외부 수혈에 대한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이사회에서도 고심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로선 이원덕 행장이 가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데다 손 회장의 빈자리를 지체 없이 이어가는 가장 적합한 인사라는 평이다. 우리금융은 당장 임추위를 끝내고 나면 계열사 경영진 인선까지 마무리 지어야 한다. 우리금융에 대한 이해도 측면에서 손 회장과 손발을 맞춰 온 이 행장의 이해도가 외부 인사보단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부 인사를 최종 후보로 내정했을 때 당국과의 관계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6일 우리금융 임추위를 두고 "차기 회장 2차 후보군이 일주일 만에 결정되는 과정에서 평가에 필요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걱정"이라며 "주주가 객관적 기준을 물었을 때 사후 검증 가능한 정도의 기준이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인데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거론했다. 임추위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다. 

    숏리스트 발표 직전 임 전 위원장이 입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실제로 임 전 위원장은 지난해 금융위가 손 회장에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두고 중징계를 내린 직후부터 하마평에 오르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결국 유력 후보가 됐다. 임 전 위원장의 행보가 외부 조력 없는 독자적 의지인지도 따져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설익은 하마평이 돌 때만 해도 '과거 회귀'라는 비아냥이 나왔지만 임 전 위원장이 때맞춰 유력 후보로 부상하는 것을 보면 정부 의중이 무엇인지 곱씹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임추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건 잡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부 인사를 내정할 경우 내부통제나 지배구조를 둘러싼 금융당국 등 외부 회의적 시각을 떨쳐낼 만한 마땅한 대안이 필요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반면 임 전 위원장이 내정될 때에도 정상화에 필요한 구체적 계획은 물론 노조를 포함한 내부 임직원 반발을 잠재울 방안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숏리스트에 선정된 후보군은 오는 2월 1일과 3일, 이사회에 경영 계획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다. 임추위는 3일 이후 최종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