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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이어지며 중소형 건설사들이 휘청이기 시작하자 신탁사에도 여파가 밀려오고 있다.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지는 사업장 대부분이 중소형 건설사의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탁사의 자산건전성이 나빠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한 건설사는 362곳으로 전년(305곳) 대비 19% 증가했다. 이는 404개 업체가 폐업 신고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올해 1월 말까지 폐업 건설사가 약 480곳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해 월간 최고 기록인 12월의 401곳을 뛰어넘는다.
부도 건설사도 늘어났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22년 부도난 건설사는 5곳으로 전년 대비 3곳 늘어났다. 이중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202위인 우석건설과 388위인 동원건설산업이 최종 부도 처리됐다. 평가 대상에 오른 토목건축공사업체가 3055곳임을 고려하면 상위 10% 건설사도 부도를 피하지 못했다.
중소형 건설사가 어려움에 처하고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가 이어지며 신탁사에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책임준공확약 관리형토지신탁(책준확약 관토신)'의 우발부채 위험이 현실화하며 업계의 수익성 저하 가능성이 커졌다.
책준확약 관토신은 시공사가 기한 내 준공하지 못한 경우 발생 비용을 신탁사가 부담하는 상품이다. 통상 도급 순위가 낮은 중견·중소 건설사가 부동산 PF 대출을 받을 경우 대주단은 신탁사의 책임준공확약을 요구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책준확약 관토신 사업에 참여한 시공사 중 도급순위 100위권 밖인 사업장 비중은 83.5%에 달했다.
신탁사는 통상 책임준공 기한을 준공예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로 설정해, 기존 시공사가 부도날 경우 다른 시공사로 교체해 공사를 이어나간다. 이후에도 시공사를 교체하지 못해 책임준공 기한을 맞추지 못할 경우 신탁사는 PF 대주단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우발부채가 현실화하며 PF 대출 원리금에 대한 신용 위험 부담이 발생한다. 대출채권을 인수할 경우 사업이 실질적으로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이혁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신탁사 책임준공 이행 여부의 핵심은 신속한 시공사 교체인데, 저하된 부동산 업황과 악화된 시공사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시공사 교체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업계 총 PF대출한도는 최대 4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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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중위권 신탁사는 절반 이상의 사업장에서 공사가 중단돼 금융감독원이 집중 관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탁사의 경우 박리다매 영업을 추구하며 '굉장히' 부실한 건설사에도 낮은 수수료에 책임준공을 확약했다는 설명이다.
교체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시공사도 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자금난에 여러 사업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국내 총 14개 신탁사 중 절반 이상이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하는 사업장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83위를 기록했다.
'평창 스위트엠 엘크루'는 신태양건설을 승계 시공사로 선정해 공사를 재개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대금 지급 문제로 공사기간이 연기된 '속초 영량호 엘크루 라테라'는 신탁사가 하도급 업체에 직접 대금을 지급하는 직불 체제로 전환해 공사를 진행중이다. 지난해 말에도 유동성 문제가 불거져 경기도 평택 고덕 LH 아파트 공사와 고양시 공공분양주택 공사에서 철수한 바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건설현장에 '위기'가 찾아오자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계 신탁사마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우리자산신탁·신한자산신탁·하나자산신탁·KB부동산신탁 등 은행계 신탁사는 높은 신용도를 내세워 책준확약 관토신을 적극적으로 수주할 수 있었다.
한 은행계 신탁사는 최근 공사 중단으로 공사비용이 6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명시된 수수료는 2%지만 협상 과정에서 1% 초반까지 낮아진다. 1% 보수를 감안할 경우 약 6000억원 규모의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다른 은행계 신탁사도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업장에 3곳 이상 물려있다. 전체 책임준공확약 대비 미미한 비율이긴 하지만, 최종 손실까지 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신탁사들은 시공사가 부도나더라도 최근 건설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기존 시공사를 대체할만한 곳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체 시공사를 찾더라도 이 과정에서 공사비용이 20~30% 늘어나고 공사기간도 늘어나 금융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추가로 투입되는 자금은 PF대출 금융기관보다 상환이 후순위로 밀려 신탁사의 자산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 책임준공 기한이 초과되면 신탁사는 고유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기평은 신탁사가 (PF 대주단에) 손해배상을 하거나 대출채권을 인수할 경우 조정부채비율이 떨어지는 등 자본적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최근 대형 시공사의 신용등급도 떨어지는 상황인데, 대부분 투기등급인 중소형 시공사는 우려가 더 크다"며 "현금 유동성 부족에 연이어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으며, 그 여파는 신탁사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신탁사, 책준확약 대부분이 중소시공사 사업장에 몰려
시공사 부도나면 대체할 곳 찾아야…시간·비용 부담 커져
중소형 시공사 대부분 투기등급…도산 위기 우려
시공사 부도나면 대체할 곳 찾아야…시간·비용 부담 커져
중소형 시공사 대부분 투기등급…도산 위기 우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1월 27일 16:0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