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지표 확인 후 금융사 매물 늘어날 듯…4월 이후 M&A 본격화 전망
입력 23.02.03 07:00
2월 실적발표 시즌…4분기 고금리 '후폭풍' 드러날 전망
'딜 가뭄' M&A 시장선 금융사 중심 매물 늘어날까 기대
PF 부실 증권·캐피탈·카드 外 K-ICS 반영되는 보험사 등
상반기 중 물밑 경쟁…하반기 금융사 M&A 본격화 전망
  • 연간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금융사 인수합병(M&A) 거래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분기 자산 부실화 정도에 따라 팔아야 할 곳과 살 만한 곳이 가려질 거란 얘기다. 

    이미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금리 인상 여파를 넘기기 힘든 금융사를 잠재 매물로 보고 물밑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新)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효과가 가려지는 4월 사업보고서 시즌 이후로는 보험사 매각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평이다. 

    지난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금융사를 두고 시장에선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 지표가 얼마나 악화했을지 주시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금융(PF) 노출도가 높은 증권사나 캐피털, 저축은행은 물론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를 직격으로 맞게 된 카드사까지 금융사 전반이 부실화한 연말 지표를 내놓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고금리로 인한 시장 경색이 11월 이후 본격화했던 터라 지난 3분기 기준 건전성 지표엔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나 자문 업계에선 역설적이게도 부진한 연말 지표가 드러나면 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하반기 이후 M&A 시장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거래 가뭄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금융사 매물이 공백을 메워줄 수 있다는 얘기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연초부터 금융사를 중심으로 딜 파이프라인이 쌓이고 있다"라며 "정부 안정 대책으로 부동산 분양 시장이나 조달 환경이 일부 숨통은 텄지만 금융사 전반적으로 금리 인상에 후행해서 자산 부실화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매각은 물론 인수 측에서도 기회를 살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7일 다올금융그룹의 다올인베스트먼트 지분 52% 매각에서 인수 우선협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지배구조 불안으로 거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유동성이 필요한 다올금융과 비(非) 은행 포트폴리오를 확충해야 하는 우리금융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실적 발표 시즌을 거치면 다올금융 외에도 구조조정 성격의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은행지주 계열이 아닌 중소형 캐피털사의 경우 특히 4분기 건전성 지표에 대한 우려가 높은 편이다. 정부가 연초 특별 대책을 내놓으며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사업장을 살려놓긴 했지만 캐피털사가 주로 일으킨 지방 사업장의 브리지론 부실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4분기 중 이미 수차례 만기를 연장한 PF도 연말 지표가 드러난 이후로는 충당금을 쌓으라는 압박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여신전문 금융사인 전업 카드사 역시 카드 연체율 증가세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캐피털사와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여전채 차환만으로도 이자 부담이 대폭 불어날 예정인 가운데 올해 역성장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만 업계 전반 실적 부진이 PEF 운용사가 보유 중인 잠재 매물의 매각 작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 부실화 정도가 드러나면 본격적으로 대손을 쌓으라는 압박이 늘어날 텐데 버티기 힘든 곳에서 깜짝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라며 "그간이 깜깜이 국면이었다면 기업 가치도 이를 기점으로 현실적인 눈높이로 수렴하면서 당초 진행 중이던 매각 작업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년째 잠재 매물 전반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하던 보험사의 경우 실적 발표에 이어 사업보고서 시즌을 거치며 명암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경우 기존 지급여력비율(RBC) 대신 K-ICS를 반영하며 운용 자산과 보험 포트폴리오에 따라 자산 규모 변동이 예고된다. 이미 발 빠른 금융지주 등은 자문 업계를 돌며 원하는 기업의 매각 의지를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 등 원매자 측에서도 보험 포트폴리오가 좋은 생보사의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K-ICS 적용으로 밸류에이션에서 득을 볼 수 있는 매각자 측도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라며 "상반기 중 지표들이 드러나고 나면 하반기에는 금융사 M&A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