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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역대 최고 호황을 누린 국내 M&A 시장은 작년부터 급격히 침체했다. 올해 들어 오스템임플란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거래가 나오지만 이를 분위기 반전의 신호로 보기엔 이르다. 기업과 사모펀드(PEF)가 아직 보수적 행보를 이어가는데, 경기 부진에 투자 대상들의 몸값도 낮아지는 추세다. 당분간 조단위는 물론 수천억원대 거래도 뜸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 26일 작년 상장사 중 M&A를 마쳤거나 진행 중인 회사는 137개사로 전년(141개사) 대비 2.8% 감소했다고 밝혔다. 상장사가 주주에게 지급한 주식매수 청구대금은 2636억원으로 전년(8274억원) 대비 68.1% 줄었다. 비상장사에 집중하는 PEF가 작년 개점휴업 상태였고, 우리 기업의 크로스보더 거래도 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침체는 더 두드러졌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거래 규모도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일진머티리얼즈, 대우조선해양, SKC필름사업 등 조단위 M&A가 드물었다. 2021년엔 10조원 이상의 M&A 재무자문 성과를 거둔 곳이 3곳이었지만, 작년엔 한 곳도 없었다. 하반기로 갈수록 대형 M&A나 투자가 뜸해졌다. 실제 베인캐피탈의 클래시스 인수(6700억원, 1월), SK에코플랜트의 TES 인수(1조2000억원, 2월 인수 계약), 현대백화점의 지누스 인수(8789억원, 3월) 등 많은 대형 거래가 상반기에 이뤄졌다.
해가 바뀌었지만 시장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돈 걱정 없는 대형 PEF나 해외 투자자의 행보가 시선을 모았을 뿐 대부분 잠잠하다.연말까지 기존 투자 계획을 마친 대기업들은 올해 새로 판을 벌여야 하는데 아직은 연초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확장보다는 수성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금리 환경이 점차 안정화 되고 있어도 돈을 빌려 M&A에 나서긴 부담스럽다. M&A 진행 중인 한 기업은 차입 규모를 계획보다 20% 이상 줄이기로 했다.
M&A 시장을 주도해 온 PEF의 상황은 더 팍팍하다. 10% 안팎으로 치솟은 인수금융 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있어 레버리지 전략을 펼치기 어렵다. 3%대 금리일 때와 달리 피투자기업의 배당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다. 돈을 빌리기도 어렵지만, 빌리기로 해놓고도 금리 부담에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고금리를 감수하려면 애초 거래배수를 낮춰 인수하는 수밖에 없다. 잠재 투자대상들의 가치도 점차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M&A별 기대 규모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 빚을 내기 어려우니 투자금 대부분을 지분투자(Equity)로 마련해야 한다. 사실상 건당 지분 투자 여력이 곧 그 거래의 규모가 된다. 국내외 대형 PEF라도 한 거래에 5000억원 이상의 펀드 자금을 쓰기는 쉽지 않다. 예전엔 지분투자 5000억원과 차입금 5000억원을 더해 1조원짜리 M&A를 했다면, 이제는 5000억원짜리 거래를 해야 하는 셈이다.
M&A 호황기에도 1조원짜리 거래는 가볍지 않았다. 특히 PEF는 2조, 3조원으로 몸값이 튈수록 회수 선택지가 좁아지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돈빌리기 쉬울 때도 대형 PEF는 5000억~1조원, 중형사는 3000억~5000억원의 거래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그 반토막이 된 분위기다. 1조원이었을 거래는 3000억~5000억원, 5000억원 거래는 1500억~2000억원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지금 1조원 짜리 M&A를 하면서 절반을 차입하면 이자만 연간 500억원인데 배당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다”며 “글로벌 PEF도 지금 최대로 할 수 있는 M&A 규모는 5000억원 정도다"라고 말했다.
최근 M&A 건들도 수천억원 규모가 많았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최대 2조원대 공개매수를 진행하지만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이 직접 부담하는 자금은 4000억원대다. 해를 넘겨 진행되는 넥스플렉스, 폴라리스쉬핑 등 예상 가격은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솔루스바이오텍 매각가는 3000억원대가 될 전망이다. M&A는 아니지만 KKR은 티와이홀딩스에 4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예상 거래들의 성적표에도 관심이 모인다.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SK에코프라임, 녹수, 케이카 등 PEF발 거래들 대기 중인데 현재까진 회수 장벽이 낮지 않은 모습이다. 앞으로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기업과 PEF의 자금 사정이 풀려야 원하는 회수 성과를 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초호황 누렸지만 작년 침체 급반전
대기업도 PEF도 지갑 열기 어려운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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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1월 2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