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부담'에 '정보 불균형'까지…개미들을 위한 공개매수는 없다?
입력 23.02.10 07:00
취재노트
M&A·상장폐지·경영권 안정 등 다양한 목적
프리미엄 붙지만 소액주주 반드시 득볼지 의문
대주주와 정보 불균형성에 회수 판단 쉽지 않아
소액주주간 폭탄돌리기 우려…양도세도 고려해야
  • 공개매수는 말 그대로 회사나 주요 주주가 공개적으로 주식을 매집하는 행위다. 목적은 M&A나 경영권 안정, 상장폐지, 지주사 요건충족 등이며 일정 기간과 가격을 정해 진행한다. 

    어쨌든 시가보다 웃돈이 얹어지는 터라 소액주주들에 있어 '호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공개매수가 소액주주 보호의 한 수단으로 연결되는 분위기다. 다만 제도상으로는 이들이 공개매수에 응해 반드시 이득을 볼 것으로 장담하긴 어렵다. 

    우선 세금문제가 있다. 장내에서 주식을 매각하면 세금을 내지 않지만, 장외에서 진행되는 공개매수에선 20%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한다. 주식 양도소득세는 일정 지분율(코스피 1%, 코스닥 2%)이나 금액(10억원) 이상 주식을 가진 대주주에 부과되지만, 공개매수 같은 장외거래 때는 소액주주에게도 부과된다. 현재 정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상장사 M&A시 의무공개매수 제도' 역시 과세 제도와 연계되지 않으면 소액주주들에게 큰 기회가 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공개매수 가격보다 나중에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 판단, 이에 응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오히려 영영 엑시트 타임을 놓치는 일도 있다. 애초에 개미로 불리는 소액주주들이 회사나 대주주에 비해 정보수집과 분석에서 다소 불리함은 피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유니슨캐피탈코리아-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공개매수 방식으로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 매수 규모는 주당 19만원씩 최대 2조1236억원인데, 이 중 1조7000억원을 NH투자증권에서 빌린다. 보통 M&A에선 계약 서류를 만족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아오겠다 약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공개매수 때는 필요자금 전부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블라인드펀드 출자자(LP)에 자금을 요청하면 비밀유지가 어려워 증권사와 손을 잡았다는 시각도 있다. 회사 주가는 공개매수 발표 직전 거래일 오후에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컨소시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모든 소액주주에 동일하게 제공하는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밝혔다. 이전 3개월 평균종가 대비론 51%의 웃돈을 얹었는데 글로벌 피어그룹 주가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이러니 소액주주 입장에선 공개매수 실패 후 가격을 높여 2차 공개매수에 나서는 것이 가장 유리하지만, 컨소시엄은 그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그나마 견제자로서 역할을 내세우던 KCGI(6.57%) 강성부 펀드는 이제 자사 펀드 LP들의 이익을 더 강조하는 분위기다.

    세금을 감안하면 아예 장내에서 미리 매각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 

    공개매수에서 개인에게 부여되는 양도소득세율은 지방세 포함 22%고, 증권거래세(매매가의 0.35%)도 붙는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세금 부담을 고려하면 개인주주들은 의무공개매수에 응하는 것보다 기관 매수세가 있을 때 장내에서 공개매수 가격보다 소폭 할인된 금액으로 파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관들은 별도의 양도세 부담이 없다. 즉 개인들로부터 그렇게 인수한 주식으로도 공개매수에 참여,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지금 오스템임플란트 주가가 18만원 중후반에서 횡보하는 것도 이와 연관지어 해석되기도 한다. 주당 19만원 공개매수가격을 기준으로 '개인→기관 →공개매수'로 이익 배분이 자연스레 이뤄진다는 의미인 셈이다.

    사실 상장사가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정보 공개 의무가 늘어나고 평판 위험도 신경 써야 하는 등 부담이 크다. 또 상장 후 순자산 이상 가치를 유지하는 곳은 손에 꼽는다. 이러다보니 주주 관리 비용이나 낮은 가치평가를 감안, 상장폐지를 시도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과정이 소액주주의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도 한다. 

    맘스터치는 2016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작년 초 대주주 케이엘앤파트너스와 회사가 공개매수에 나섰고 그해 5월 상장폐지됐다. 맘스터치는 잇따른 구설로 주가 관리에 애를 먹었는데, 상장폐지로 불확실성을 줄이고 이후 M&A 절차도 본격화했다. 하지만 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있었다. 지분율을 크게 높여둔 상태에서 공개매수에 나선 터라 소액주주나 가맹점주의 목소리가 반영되긴 어려웠다. 매각가로 상장폐지 전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그룹은 2016년부터 한국아트라스BX 코스닥 상장폐지를 추진했다. 회사는 이를 위해 자사주를 대거 매입했다. 자기주식 포함 95% 이상을 확보해 상장폐지한다는 계획이었는데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의 강경한 반발에 부딪혔다. 공개매수 가격이 낮았고, 주주보다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만 신경을 쓴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공개매수 시도도 실패하자 회사는 2021년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합병했고 자동으로 상장폐지됐다. 회사가 자기돈을 써서 상장폐지하는 것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2019년 한국거래소가 제도 개편에 나섰다.

    태림페이퍼는 2015년 IMM PE에 인수됐고 이듬해 코스닥 상장폐지됐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3600원으로, 당시 주가가 역사적으로 저점을 지나던 시기였기 때문에 많은 소액주주들은 이익을 내기 어려웠다. 공개매수에서 지분율 95%에 도달하지 못했고, 이후 회사가 신탁계정으로 자사주를 사모아 상장폐지 조건을 충족했다. 상장폐지 후 주당 공개매수 가격 이상을 배당해 논란이 됐다. 소액주주들은 이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1심은 주당 가격을 1만3200원으로 판단했으나, 7600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 가격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판단, 더 높은 금액을 얻어내기 위해 매집 행렬에 뛰어들기도 한다. 

    이른바 '공개매수 가격을 더 높여야 응해주겠다'라는 전략인데, 이 과정에서 '분쟁'으로 인식돼 주가가 단기간에 몇 배나 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영권을 갖고 정보에도 밝은 대주주와는 경쟁의 시작점과 무기가 다르다보니 최종적으로는 매수자의 뜻대로 공개매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기 위한 일부 주주의 행동이 소액주주간 '폭탄돌리기'로 마무리 되기도 한다. 운좋은 일부 주주는 단기차익을 누리고, 일부는 그 물량을 소화하려다 주가급락으로 되레 손실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