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하이브 공개매수 반격에 SM 증자 '실익' 있을까
입력 23.02.10 17:01|수정 23.02.10 17:28
유상증자·전환사채 인수 방안…"영향력 확대 계획 틀어져"
공개매수 맞상대?…"자금 부담되고 가처분 신청 판결 불리"
  • 하이브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카카오의 낙승으로 끝날 줄 알았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소액주주 지분 공개매수에도 나선 하이브가 지분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카카오는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일단 카카오로선 SM엔터 유상증자에 참여한 실익이 모호해졌다. 원래 계획대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인수를 진행한다고 할 경우, 2172억원의 자금을 들이더라도 겨우 2대 주주에 머물게 된다. 1대 주주가 바뀌는 판국에 카카오와 협업을 단행한 SM엔터 경영진이 그대로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수만 총괄과의 갈등 양상을 감안하면 하이브 등이 이들을 교체할 가능성도 유력하다. 이 경우 ▲글로벌 음원·음반 유통사업 협력 ▲미국·일본 등 글로벌 매니지먼트 사업 추진 ▲K팝 아티스트 공동 발굴·데뷔 ▲SM엔터 아티스트의 카카오 웹툰·웹소설·굿즈 제작 ▲팬 플랫폼 부문 아티스트 IP 및 IT 기술 협력 ▲공연 사업 협력 등의  카카오와 SM의 협업플랜은 무력화된다.

    현실적으로는 카카오가 SM엔터 지분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방법도 있다. 다만 체면이 깎이는 건 불가피하다. 하이브가 SM엔터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에도 카카오는 SM엔터와 다양한 시너지를 보이겠다고 강조해왔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0일 컨퍼런스콜에서도 "카카오가 현재 건립 중인 '서울 아레나’를 완공한 후 SM엔터 대형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진행할 것"이라며 "카카오의 AI·메타버스·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미래 신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라 밝혔다.

    '맞불'을 놓는 방법도 있다. 이른바 카카오도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주당 12만원)을 높여 또 다른 공개매수에 나서는 것. 공개매수 주체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은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주당 가격을 높여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자금소요가 너무 커진다. 소요되는 비용만 조 단위로 추산되는데 카카오로서도 엄청난 부담이다. 게다가 논리싸움에서도 밀릴 수 있다.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이수만 총괄이 카카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도 카카오가 불리해질 수 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는 위법요소가 있는데 카카오의 공개매수 시도가 경영권 인수 시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카카오는 증자를 포기하고 공개매수에 나서야 한다.

    아직까지 카카오는 대응방침을 내놓지 않았다. 카카오 측은 유상증자 등의 기존 계획과 관련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