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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가 만들어놓은 판에 최대주주가 공룡들을 끌어들이며 맞불을 놓자 모처럼 싸움구경, 불구경하기 좋은 시장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판을 벌린 KCGI 펀드와 얼라인파트너스의 역할은 점차 흐릿해지는데, 좀 더 진전이 있었던 얼라인파트너스의 입장이 훨씬 곤란해진 것으로 보인다.
강성부 대표의 KCGI 펀드는 10일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6.92%를 보유한 KCGI는 소액주주 권리 침해를 지렛대 삼아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 및 경영진을 견제해 왔는데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연합인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의 등판으로 기존 전략을 고수하기 난감해진 참이었다.
뒤이어 이창환 대표의 얼라인파트너스는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공식화에 대해 ▲"공개매수 가격 12만원은 너무 낮고, 가격을 대폭 올려야 한다", ▲"이사회 장악, 경영권 확보 목적이라면 지분 100%를 보유해야 이해상충이 발생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얼라인파트너스 역시 이수만 총괄이 하이브를 끌어들이며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그간 대립하던 최대주주가 모셔 온 우군에 지분을 팔고 떠나는 KCGI가 다소 궁색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뒷말이 무성한 건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장이다.
KCGI는 상식적인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KCGI가 대변해야 할 소액주주들이 "우린 수익만 남기면 되니 괜찮다"라고 나오는 터에 KCGI에 남겨진 역할도 애매해졌다. 무엇보다도 메디트를 쥔 MBK파트너스가 UCK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스템임플란트까지 손에 넣고 '하관'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그림 이상의 가치 제고 방안을 모색하기도 어렵다. 남의 돈 굴리는 펀드 입장에서 실익도 불투명한데 더 버티다가 회수 시점을 놓치느니 수익을 듬뿍 남기고 떠나는 게 본업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반면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장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하이브 측에 지분 100%를 확보하라 요구하는 모양새인데, 자칫 얼라인파트너스 지분까지 사가라는 말로 들린다. 직접적으로 공개매수에 응하겠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KCGI와 같은 결말을 희망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친다는 얘기다.
실제로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에 대한 주주행동을 마무리 짓고 회수를 희망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KCGI처럼 공개매수에 응할 수 없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총괄을 제외한 SM엔터 경영진, 그리고 카카오엔터와 한 배를 탄 구도로 조명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의도했든 아니든 SM엔터를 둘러싼 지난 한 달 동안의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이 셋을 '원팀'으로 인식하게끔 굴러갔다.
지난 20일 SM엔터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이창환 대표를 기타 비상무이사로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자본시장과 산업계 역사에 길이 남을 사례를 만든 SM 경영진의 역사적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라며 "이 선례 하나가 우리 모두의 미래에 얼마나 소중한지 오래 고통받아온 많은 분들이 알고 있기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
공교롭게도 카카오엔터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를 비롯한 유수 기관투자자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마친 직후의 일이다. 당시 카카오엔터는 두둑해진 곳간을 콘텐츠 밸류체인 구축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에 쓰겠다고 밝혔고, 직후 카카오엔터의 SM엔터 인수 추진 소식이 시장에 돌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가 SM엔터가 발행하는 신주와 전환사채(CB)를 약 21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공시하며 사실로 밝혀졌다.
카카오엔터가 SM엔터 경영진과 합세해 이수만 총괄을 내쫓는 모양새인 것은 물론 돈을 덜 쓰고도 지배력만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 측 인사도 당시 이사회에 유선으로 참석했다고 한다. 당시 이사회 결의 내용은 곧 법정에서 위법성이 가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얼라인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참여할 경우 이 대표를 이사회 멤버로 받아주고 미래를 약속한 SM엔터 경영진을 배신하는 구도가 된다. 역사를 바꾼 위인들을 배신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SM엔터 경영진과 카카오엔터의 편에 설 수 있느냐, 하면 이것도 애매해 보인다. 하이브가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의 지분을 직접 인수하고 같은 가격에 소액주주 지분 25%를 추가로 공개매수하기로 하며 더 정석적인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입장에선 카카오엔터보단 하이브의 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안 그래도 카카오엔터의 지분 인수 방식을 두고 종전 그룹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또 편법을 택했다"라는 말이 나오던 차에 지금으로썬 하이브의 방식이 더 돋보인단 평이다.
양측 경영권 지분 확보전이 어느 쪽의 승리로 마무리될지 아직은 알기 어렵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현금 동원력에 대한 분석도 한창인데, 네이버가 등판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엔터 산업의 본질이 '팬덤 장사'인 만큼 주주 아닌 실제 고객층인 팬덤에선 하이브의 승리를 선호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총괄의 경영 실태가 어땠건 간에 '팬덤 장사'에선 국내에서 대체가 불가능한 구루로 꼽힌다. 소액주주 가치나 경영 정상화를 떠나 하이브와 SM엔터의 결합을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정리하자면, 주주행동이 끼어들 여지는 점점 흐릿해지는데, 이마저도 전략을 짜기엔 전망이 너무 불투명해졌다. 이 경우 얼라인파트너스 역시 KCGI처럼 일찌감치 발을 빼고 수익률이라도 챙기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100% 사 가라"라는 말도 실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이 짙게 남는다.
취재노트
하이브 등판에 KCGI와 입장 겹쳐 보이는 얼라인파트너스
깔끔하게 회수 선택한 KCGI 대비 갸우뚱한 주장 내놨는데
SM 경영진·카카오와 이미 '한 배'…'회수'도 '지지'도 어려워
싸움 격해질수록 '역할' 흐릿해지는데…그런 맥락의 발언?
하이브 등판에 KCGI와 입장 겹쳐 보이는 얼라인파트너스
깔끔하게 회수 선택한 KCGI 대비 갸우뚱한 주장 내놨는데
SM 경영진·카카오와 이미 '한 배'…'회수'도 '지지'도 어려워
싸움 격해질수록 '역할' 흐릿해지는데…그런 맥락의 발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2월 10일 17:1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