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다케다 좀 봐라"…삼성-롯데의 '우물안 개구리' 바이오 인력 쟁탈전
입력 23.02.17 07:00
취재노트
  • 바이오 업계에서도 국내 기업간 인력 쟁탈전이 시작됐다. 이번엔 삼성과 롯데의 싸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는 최근 지속적인 인력 유인활동을 즉각 중지해달라며 롯데바이오로직스(이하 롯데바이오)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지난해 두 번을 포함해 총 세 번의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도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인천지방법원에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전 직원 3명을 상대로 영업기밀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인천지방법원은 같은 해 7월 이를 인용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는 이들을 대상으로 형사고소도 진행 중이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10월 롯데바이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삼성바이오는 명실상부 국내 최대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3조원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40%에 육박한다. 이런 와중에 롯데가 바이오 사업 진출을 선언했고 롯데바이오는 삼성바이오를 좇아 위탁생산(CMO)으로 첫 발을 내딛기도 했다.

    국내 풀(Pool)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공장을 짓는 등 관련 투자를 늘리기는 했고, 그렇다보니 일할 사람은 없으니 전문 인력을 동종업체에서 많이 데려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원직 롯데바이오 사장도 삼성바이오 출신이다. 앞서 반도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배터리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간의 갈등과 다르지 않다.

    지루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바이오업계와 투자업계는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쩐(錢)의 전쟁'이 한창인데 국내 대기업 간의 소모전이 우물 안 개구리들마냥 안타깝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바이오 산업의 '꽃'은 신약 개발이고, CMO는 그를 위한 대규모 온실 같은 거다. 결국 신약 개발을 위해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인력을 유치하고,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투자 무대 자체를 확장해야 한다. 그러면서 업계 전문가들은 일본 다케다제약을 본받으라고 충고한다.

    일본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제약은 1781년에 창업됐지만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선 세계 10대 제약사이면서 새로움을 구가하는 제약사로 통한다.

    1990년대말 일본이 고령화에 급격하게 진입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문제로 약값 인하 압박이 거세졌다. 제약사들은 등 떠밀리듯 자국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고 마침 일본 후생성은 글로벌 신약을 만들면 자국에서 가격 특혜를 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그때부터 다케다제약은 스스로 글로벌 제약사가 되기로 했다.

    다케다제약은 2008년 항암전문 제약사 밀레니엄을 인수했고, 2011년에는 스위스 제약사 나이코메드, 2017년에는 아리아드를 연속적으로 합병했다. 2019년에는 67조원이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희귀질환 전문제약사 샤이어를 인수했다. 2015년엔 영국 기업 글로소스미스크라인(GSK)에서 20년 근무한 프랑스인 크로스토프 웨버(Christophe Weber)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고 영어를 공용어로 택했다.

    한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싸우는 동안 일본 제약사들은 서구권 바이오 시장에서 '저인망'으로 인력과 회사들을 다 쓸어 담고 있다. 아스텔라스, 오노제약 등 다른 일본 제약사들도 다케다제약 전철을 밟으려고 한다. 이들은 LP출자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바이오 펀드나 벤처캐피탈(VC) 뒤에는 일본 대형 제약사들이 많이 있다. 자본시장에 씨를 뿌리면서 거둘 준비만 하고 있다.

    보스턴 등 미국 바이오 시장에선 "왜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이곳에 투자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현지 투자자들이 많다고 한다. 조금 더 늦으면 끼어들 틈도 없을 거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삼성이나 롯데나 각사의 CEO들은 그럴 겨를이 없을 것이다. 한쪽은 CMO 공장을 지어야 하고 한쪽은 투자를 더 해야하고, 사람을 더 데리고 와야 하고 그 사람들을 지켜야하고. 당장의 성과는 거기에서 차이가 날 테니 그걸로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맨 위에 계신 분들이 결정을 해야 할 문제다. 바이오 산업에 진출한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그렇다면 이런 진흙탕 싸움 대신 무엇을 우선시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