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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퓨얼셀이 사모 전환사채(CB) 발행 계획을 철회한 것에 대해 기관투자가(이하 기관)들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이 주력하는 수소사업의 업사이드가 크다고 평가받고 있고 CB 발행 조건이 괜찮아 여러 기관들이 투자 의사를 밝혔다.
주식으로 전환되기 전 CB는 회계상 부채로 잡힌다. 재무구조 개선 자체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두산그룹 계열사 입장에선 부담을 느꼈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복수의 운용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두산퓨얼셀은 1000억원 규모의 사모 CB 발행 계획을 접었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지난달 북 빌딩에 본격 돌입한 이래 이달 중 발행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30일 두산퓨얼셀 측은 사모 CB 발행 추진 여부에 대해 "검토 중에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하며 선을 그은 바 있다.
해당 CB에 다수의 기관들이 투자 의사를 밝혔던 만큼, 운용업계 관계자들은 두산퓨얼셀의 '부인'에 가까운 공시에 "취소가 될 리는 없다"고 반응했다. 다수의 기관들이 CB 투자에 참여하기 위해 주관사에 직접 전화를 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당초 복수의 증권사들이 CB 1000억원을 나눠 인수한 뒤 셀다운(재매각)하는 안이 고려됐는데, 열기가 더해지자 모집 과정에서 전량 '직접 인수'로 구조가 바뀌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물량을 조금만 배정해달라고 요청하는 기관들이 많았다"라며 "인기가 폭발하면서 물량을 구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상황이었어서 철회 소식이 믿기지 않았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관들은 상당히 아쉬워하는 모양새다. 발행 조건이 꽤 괜찮았기 때문이다. 최근 메자닌 채권의 금리 수준이 높아지면서 메자닌 투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해당 사모 CB의 발행 조건은 표면이자 3%, 만기보장수익률(YTM) 4%로 책정됐다.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기간은 2년, 콜옵션 행사한도는 발행가액의 30%다. 리픽싱 조건도 마련됐다.
두산퓨얼셀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지난해 1분기 두산퓨얼셀의 부채비율은 1년 만에 51.4%에서 43%로 떨어졌다. 차입금 의존도도 같은 기간 13.7%에서 11.6%로 떨어졌다. 향후 채권을 상환할 재무적 체력이 갖춰졌다는 평이 나오는 배경이다.
친환경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투자 요인으로 꼽혔다. 두산퓨얼셀은 2019년 지주사인 ㈜두산의 연료전지 사업부문이 인적분할된 기업으로,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수소연료전지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다. CB 발행을 통해 모집한 자금을 토대로 수소 관련 사업의 설비투자(CAPEX)를 늘릴 경우 업사이드가 상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는 등 수소경제 쪽 테마가 좋다고 봤다"라며 "또한 두산퓨얼셀은 대기업 계열사로 망할 리가 없고, 일단 메자닌 채권은 펀드에 담아 2~3년 정도 보유하면, 주가가 많이 빠지지 않는 한 일정 수준의 차익은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두산퓨얼셀이 발행을 취소한 것과 관련해서는 여러 배경들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단 회사의 부채 관리 부담이 없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2020년 두산그룹은 산업은행으로부터 긴급 자금지원을 받기로 하며 비용 절감 등 자구책을 이행해야 했다. 이를 위해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 23개월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졸업했지만 여전히 부채관리 압박이 존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부채관리를 철저하게 하라고 요구 받은 기관들은 CB 발행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는 맞다"라며 "CB도 결국 채권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두산퓨얼셀 측은 "검토 중이라는 공시를 할 적에도 진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었다"라며 "현재도 중단했다고 확정지어서 이야기할 순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기관들 주관사에 러브콜도…친환경 사업·발행조건에 호평
부채관리 부담느꼈나…"건전성 압박받는 기업들 CB 기피"
부채관리 부담느꼈나…"건전성 압박받는 기업들 CB 기피"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2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