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KT 주가는 곤두박질…새 대표 후보엔 전·현직 KT맨 대거 포함
입력 23.02.28 17:22
지난해 12월 국민연금 ‘투명성’ 문제 제기
주가 가파른 하락세에 결국 52주 신저가
"디지코 전환 등 사업 영속성에 의문"
새 대표이사 후보 모두 전현직 KT 임원 4배수 선정
정치권 인사 배제한 듯
  • KT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며 결국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외풍(外風)에 의해 구현모 대표이사는 결국 연임을 포기했는데, 미래 전략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구현모 대표이사는 지난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석해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 KT를 계속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구 대표가 이사회에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행사는 구 대표의 사실상 마지막 글로벌 공식 행사가 됐다. 구 대표가 그 동안 연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 왔기 때문에 해당 발언은 그동안 이끌어 온 사업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영속성에 대한 불안감으로 해석됐다.

    구 대표가 지난해 12월 이사회에 의해 차기 CEO 후보로 선임되자, 국민연금은 즉각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국민연금은 취임한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은 서원주 최고투자책임자(CIO)를 통해 대표이사 선임 절차 투명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 했고 KT는 결국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새롭게 진행해야했다.

    실제로 대표이사 선임 과정의 잡음이 불거지면서 KT 주가는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주가는 현재 3만원 선에 겨우 걸쳐있는데 지난해 중순 4만원에 근접한 것과 비교하면 30%가량 하락했다. 주가의 내림세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최근 구 대표의 연임 포기 이후 가팔라졌다.

  • 28일 KT의 투자 비중을 축소할 것을 권고하는 레포트도 등장했다. 하나증권은 KT의 목표주가를 현재가(약 3만원) 대비 50%가량 높은 4만5000원을 제시했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반기엔 투자 비중을 축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들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매도세가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들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매도세가 집중되는 상황이다.

    하나증권은 레포트를 통해 "경영진 교체에 따라 수익성 위주의 경영정책과 주주환원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신임 CEO의 성향 및 경영 비전이 투자자들에게 인지되기 전까지 혼란한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KT의 주가는 지난 3년간 꾸준한 상승 그래프를 그려왔다. 2020년 주당 1만7000원대의 최저점을 기록하며 취임 직후 구 대표의 제 1의 목표도 주가 부양이었다. 사내에는 주가 상황을 관리하는 별도의 조직도 신설했다.

    디지코 전환을 위한 인공지능, 클라우드, 미디어 등 8대 신사업 위주의 투자도 가속화했다. 실적과 주가, 신사업 등에 힘임어 구 대표의 연임이 가시화했으나 최종적으론 낙마하면서 이제껏 추진해온 디지코 전환 등 사업에 영속성에도 물음표가 달린 상황이란 평가다.

    국내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담당 한 관계자는 "CEO 교체에 따른 갑작스런 전략의 변화, 주주환원책의 축소 등은 예단하기 어렵다"며 " 장기적인 투자 계획, 핵심 사업 전략 등은 새로운 CEO에 맞춰 수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다소 보수적으로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공모를 진행한 KT는 28일 적격후보자리스트(숏리스트)를 발표했다. 리스트에는 ▲박윤영(前 KT 기업부문장, 사장) ▲신수정(現 KT Enterprise부문장, 부사장) ▲윤경림(現 KT 그룹Transformation부문장, 사장) ▲임헌문(前 KT Mass총괄, 사장) 등 총 4명이 이름을 올렸다. 

    당초 공모 과정에선 정부 및 여권 출신 인사 등 외부 인사 18명이 지원하며, 사내후보 16명(구현모 대표이사 제외 後 15명)과 심사 대상에 올랐고, 일부 여권 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최종 후보엔 오르지 못했다. KT는 내달 초 최종 후보를 선정하고,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표결을 통해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