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펀딩도 불안한 마당에…새 '메기'까지 찾겠다는 금융당국
입력 23.03.07 07:00
'토스뱅크, 5000억 투자유치 진행하는 과정에 "쉽지 않네"
'중저신용' 요구로 족쇄 걸고 대형은행 과점까지 견제 요구
인뱅 3사 자리잡는 중인데…당국 급발진에 스텝 꼬였단 평
제도개선 TF 결론날 때까지 '은행권' 투자환경 깜깜이 국면
제4 인터넷은행 나올까 우려 지속…'비상장' 인뱅 대형 악재
  •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 확충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이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을 두고 혼란스럽단 반응이 늘고 있다. 정부가 내준 중저신용 대출 숙제로 영업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형은행을 견제하는 역할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은행업 경쟁 촉진을 위해 신규 사업자 출범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기존 인터넷은행 3사가 온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터에 금융당국 입장이 오락가락하며 스텝이 꼬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현재 5000억원 규모 추가 투자 유치 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금융당국 요구 이상으로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끌어올린 터라 올해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추가 자본금을 마련해야 할 거란 분석이 많다. 5000억원이라는 액수 자체는 이미 지난 하반기부터 시장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원하는 가치에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당시나 지금이나 우려가 적지 않다.

    일단 토스뱅크측은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1조2000억원 규모 추가 자본을 확충해온 만큼 올해도 주주사 신뢰 바탕으로 순조롭게 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기업공개(IPO) 추진이 무위로 돌아간 케이뱅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토스뱅크에 비해 중저신용 대출 비중 목표치는 낮게 잡았지만 올해는 비중을 30% 선으로 재차 끌어올려야 한다. 시중은행에 비해 절대적인 자본 규모가 낮은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관리하자면 영업 제한이 불가피하다. IPO 재도전에 대비해 성장성을 입증하려면 추가로 자본금을 마련해야 할 거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을 거란 목소리가 많다. 작년 하반기만 해도 시장 경색으로 마땅한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정부당국 리스크가 주로 거론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주가 폭락 이후 인터넷은행 라이선스 가치에 대한 시장 눈높이가 한차례 꺾였는데 정부당국이 은행업 라이선스에 투자할 의지까지 꺾는 듯한 상황"이라며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맞추느라 투입한 자본금 대비 영업에 나설 수 있는 여력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게 지난해 드러난 데다 현재는 기본적인 프라이싱 문제까지 정부 허락을 받아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이 시장 지위를 구축할 때까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데 정부가 혼선을 주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은행업 경쟁도 평가를 통해 국내 인터넷은행 3사 출범 이후 산업 집중도가 다소 완화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미약하나마 메기 효과가 지표로 드러난 셈이다. 이 때문에 산하 자문기구인 경쟁도 평가위원회에서도 이들의 성장을 계속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연초 정부가 은행업 경쟁 구도를 5대은행의 독과점 체제로 진단하고 이를 깨트려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자 상황이 뒤집혔다. 금융당국은 곧바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직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7일 인터넷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국내 은행업 경쟁의 촉매가 돼 달라고 독려했다. 

    대형은행을 견제해달라는 이야기인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4분기 인터넷은행 3사는 연말까지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사실상 고신용 대출 시장에서 발을 빼다시피 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이를 두고 5대은행이 정부가 내준 특허를 장벽 삼아 '이자장사'를 벌이는 등 과점 폐해가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였다. 

    대형 출자기관(LP)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3사가 기존 은행에 대한 견제나 금융혁신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자본력을 갖추고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뿐인데, 정부당국이 급발진하면서 상황을 꼬아놨다"라며 "이들의 혁신 성과에 낙제점을 주고 중저신용 대출을 특정 수치까지 맞추라며 성장 잠재력에 족쇄를 걸어놓은 건 금융당국인데, 이제 와서 은행을 견제하라고 요구하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은행 경쟁 촉진 방안을 발표하기 전까지 은행업 전반 투자 환경이 깜깜이 국면이 될 거란 걱정도 전해진다. 

    금융위원회 산하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현재 신규 인터넷은행 인가 여부를 포함해 인가 체계 개선, 비금융 사업 진출 확대 등 여러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권 단위로 덩어리가 큰 현 인가 체계를 기능별로 뚝 떼어 나눠주거나 비금융업 진출 장벽을 낮추는 등 기존 금융권에서 솔깃할 내용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에선 부담이 될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제도개선 TF는 오는 6월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새 인터넷은행 출범 여부다. 금융당국도 당장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물밑에선 작년부터 거론된 제주은행의 인터넷은행 전환 여부도 재조명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IPO 시장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네 번째 인터넷은행이 출범할 수도 있다고 한다면 비상장사인 케이뱅크나 토스뱅크에 누가 투자를 할까 싶다"라며 "은행지주를 포함해 국내 금융 섹터를 두고 외국인 투자가들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고 연기금 측에서도 수익률 관리가 안 될 거라는 푸념이 전해진다. 제도개선 TF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확인하기 전까지 깜깜이 국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