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해보지 못한 고금리, 올해 고점 전망…상반기까진 크레딧물 유리"
입력 23.03.16 07:00
자산운용사 채권 전략 동일 이례적
금리 '피크'가 채권 투자 적기
개인 유입에 시장 활성화 기대
직매보단 ETF 등 간접 투자 추천
  •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기미가 보이면서 '투자상품'으로써 채권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채권 시장과 관련, 금리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금리 인상은 마무리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이윤희 삼성자산운용 글로벌크레딧전략 팀장(VP)은 “채권시장에 몸담은 지 20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높은 금리는 처음이다”라며 “코로나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한 만큼 되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는 느끼지만 언젠가 종결될 수밖에 없고 대부분 비슷한 시각들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례적인 상황인 만큼 이들의 채권 운용 전략도 비슷해졌다. 사실상 올해가 금리의 '피크'가 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지금이 채권 투자의 적기라는 설명이다.

    이미연 한국투자신탁운용 FI운용본부장(상무)은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건 확정 금리로 수익률을 제공해주는 상품의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면 연금처럼 고정 쿠폰을 높은 금리에 제공해주는 초장기 채권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최진영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상무)은 보다 구체적으로 “최소 상반기까지는 단기 회사채 투자가, 중순 이후에는 금리 하락에 대비한 장기채권 투자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자산운용사들은 개인들의 채권 매수세에 고무되는 분위기다. 2021년까지 전체의 1% 내외에 불과했던 개인의 채권 순매수 비중은 작년 말 그 비중이 4% 대로 오르기 시작해 최근 6.3%까지 올랐다. 그동안 채권 투자는 개인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시장이었지만 리테일 상품 라인업 증가와 당분간 채권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비과세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채권 투자 최적의 시기 ▲만기 매칭형 채권 ETF 등 다양한 상품 ▲증권사 대비 낮은 수수료 등을 내세우며 은행 예금으로 묶여 있는 개인들의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유입되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장기물은 국공채가 절대적이고, 높은 금리를 제공해줄 수 있는 장기 크레딧물이 부족한 점은 시장의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각 사의 시장 전망과 전략에 대해 간략히 정리했다.

    이윤희 삼성자산운용 글로벌크레딧전략 팀장

    -시장에 채권 대기 매수자금이 아직은 많은 상황으로 보고 있다. 기관이나 개인이나 들어가지 못한 자금이 꽤 많다. 국내는 중장기 국공채, 해외는 중장기 우량 크레딧을 공모펀드로 밀어달라고 운용팀에 요청했다. 지금 증권사에서 팔고 있는 채권은 대부분 만기 1~3년 중단기인데, 이보다는 최대한 만기가 긴 채권을 추천한다.

    -다양한 만기매칭형 ETF가 활성화되면 거래비용면에서 채권을 직접 사는 것보다 ETF가 유리할 수 있다. 운용사는 수수료를 많이 안 뗀다.

    -국내는 회사채 만기가 짧아 중장기 우량 회사채를 커버하기 힘들다. 해외는 기본 10년이 넘는다. 이에 해외 현지 법인을 가동해서 라인업을 좀 더 원활하게 만들려고 한다.

    -개인이 ETF를 포함해 채권을 사는 규모가 거의 30조원에 달한다. 채권은 이자 수익 수요가 많으며, 운용사가 이 수요를 잡아야 한다. 저축성 예금의 10%만 가져와도 170조원이다.

    -이자수익자 입장에서 개인의 자금이 예금에 쏠려있는 게 좋지는 않다. 예금은 모두 단기고 금리가 낮다. 왜 개인이 굳이 국채처럼 안전한 자산에만 투자해야 하나. 우량 회사채 정도는 투자해도 괜찮다. 문제는 지금까지 그 정도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국내 크레딧 ETF 시장이 성장하려면 현물 설정이 돼야 한다. 크레딧 채권시장의 거래유동성이 급변하는 점을 감안하면 크레딧 및 만기매칭형 ETF에 대규모 현금이 들어올 경우 기존 수익자에게 희석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해외는 크레딧 채권의 현물 설정이 활성화되어 있다.

    -투자자들이 너무 단기 뉴스에 집착하지 않으면 좋겠다. 채권을 평가손익으로만 보는데, 그건 말 그대로 단기적 관점이다. 중요한 건 어떤 금리의 채권을 사느냐가 중요하다. 평가금액이 깨져도 만기까지 가져가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지금까지는 개인이 채권을 구매할 수 있는 수단(비히클)이 없었지만 이제 많이 생기고 있다. 현재 개인 투자자들의 이자수익 추구 투자자산은 3년 내외 짧은 만기에 몰려있다. 만기가 짧아서 안전해 보이지만 미래에 금리가 낮아지면 낮은 이자수익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 위험, 곧 재투자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자수익성 상품에 투자시 본인의 자금수요 및 투자기간을 감안해 만기 분산이 필요하다. 중장기 채권 투자는 만기 분산을 통해 안정적인 미래 이자수익을 제공할수 있는 투자다.

    최진영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

    -지금 시장의 분위기는 2006~2007년 미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에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었는데 장기간 동결됐다. 결국 미국의 실업률이 본격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는 직전부터 금리는 하락한다. 그래서 당분간 최소 상반기까지는 단기회사채 투자로 캐리 수익(채권을 보유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자수익)을 극대화하기에 적합한 환경이고. 중순 이후에는 금리 하락에 대비한 장기채권 투자가 유리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표면이자(쿠폰)와 자본차익을 극대화하는 '토털리턴 어프로치' 전략을 꾀한다. 이는 저평가된 구간이나 저평가된 종목을 사고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쪽을 팔면서 차익을 거두는 전략이다.

    -회사채 ETF의 경우 높은 금리와 롤다운(채권 만기가 가까워짐에 따라 예상되는 가격 상승)으로 5% 이상의 수익률을 예상한다. 상반기 중에는 캐리 전략, 즉 이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듀레이션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 전략보다 괜찮다고 보고 있다.

    -회사는 매우 체계적인 크레딧 유니버스 관리를 하고 있다. 한국 채권 금리는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해외 채권본부와 협업하며 글로벌 관점에서 국내 채권 시장에 접근한다. 국공채, 회사채 등 다양한 ETF 라인업을 갖추고 있고 다양한 니즈에 맞춰서 듀레이션 및 크레딧 등급별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회사채 신용등급 비중도 다변화할 계획이다. 리세션 및 부동산 PF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당분간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AA 등급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A급 회사채 투자에도 분명한 메리트가 있다. 현실적으로 발행량이 부족하다는 제약은 있지만, A 등급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등장하면서 회사채 시장에 유동성이 늘어나고 있고 A등급 채권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이다. A+ 기업 중에서 AA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잠재적 '라이징 스타'를 찾아야 한다.

    이미연 한국투자신탁운용 FI운용본부장

    -단기적으로는 크레딧 포커스 ESG 펀드를 추천한다. 2년 듀레이션 초단기에 캐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변동성을 낮게 유지하면서도 고금리를 누릴 수 있는 펀드다.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에서는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있는 반면, SVB사태로 금리동결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당분간 금리변동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익성을 원한다면 초장기물의 비중을 점차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의 초장기(30년 만기) 금리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펀드가 있다. 올해 금리 하락에 대비해 개인이 선제적으로 매수할 수 있도록 작년 말부터 롱듀레이션 펀드와 ETF를 출시하고 있다.

    -우리의 강점은 리서치다. 국내외 매크로·전략은 물론 크레딧 리서치가 강력하다. 매니저도 애널리스트와 긴밀히 소통하고 종목을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과거부터 매니저로 넘어가기 전 일정 기간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분석 능력을 훈련하는 체계도 있다.

    -회사채에도 강하다. 보험사가 없는 자산운용사 중 우리 크레딧 펀드가 가장 크다. 국내 최대 연기금의 크레딧유형도 10년 이상 가장 큰 규모로 운용 중이다. IB나 브로커 네트워크가 몇십년 축적돼있어 정보 접근성이 크며, 개별 종목에 대해서 높은 정보력과 분석력을 갖추고 있다.

    -회사채 시장은 이제 펀더멘탈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기관의 회사채 매수세는 다소 잠잠해질 것 같다. 회사채 공급도 3월부터 주총 시즌이고 다음엔 회계 마감이라 사실상 소강상태에 접어들게 된다.

    -채권 직매보다는 펀드나 ETF를 추천한다. 펀드는 분산투자라 리스크 노출을 줄일 수 있고, ETF는 리테일 채권에 비해 보수도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