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그 나물에 그 밥'…여전히 교수들만 가득
입력 23.03.21 07:00
금융지주 사외이사 대폭 물갈이 전망에도 대다수 연임
신임 사외이사 후보 면면 살펴보니…상당수가 '교수'
금융당국 눈치 봐야 하고 책임도 강화…기피 현상 심화
  •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끄러웠던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다. 뚜껑을 열어보니 대부분 교수 출신에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평가가 나온다.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하고도 다소 거리가 있는 사외이사 선임이란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3명 중 28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대폭적인 물갈이 전망이 나왔지만, 대다수가 연임하고 신규로 선임되는 사외이사는 7명에 그쳤다.

    KB금융지주는 6명 중 3명이 새롭게 추천됐다. 새롭게 추천된 사외이사 3명 중 2명이 교수다. 김성용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 상근감사가 새롭게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신한금융지주는 기존 사외이사 8명이 연임됐다. 하나금융지주는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가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윤수영 키움증권 부사장이 새롭게 선임됐다.

    사외이사 후보로 오른 인물들을 살펴보면 교수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과점주주체제인 우리금융 정도만이 금융인 중심으로 사외이사가 채워졌고, 나머지 4대 금융지주는 교수 및 관료 출신들이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KB금융은 7명 사외이사 중 5명이 교수다. 신한금융지주는 8명 중 교수가 6명, 관료가 1명이다. 하나금융지주는 8명 중 4명이 교수고, 1명이 관료 출신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에서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연임에 대한 반대의견을 피력했지만, 이마저도 큰 효과는 없었다. 주주총회 결과를 봐야 하지만 각 금융지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란 관측이다.

  • 계속해서 사외이사 전문성에 대한 지적이 나옴에도 사외이사들 상당수가 교수로 채워지는 것은 그만큼 사외이사 풀이 작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사외이사 선임에 있어서 대다수 금융지주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외이사의 책임이 강화하면서 기피 현상이 생기면서, 사외이사 경험들이 많은 교수 정도가 물망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외이사 풀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이들의 법률책임이 강화하다 보니 사외이사 기피 현상도 나타났다"라며 "금융사의 경우 내부통제 이슈가 화두다 보니 다른 회사들보다 책임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물갈이 사외이사가 예고됐음에도 유임으로 방향이 잡힌 것도 그만큼 마땅한 사외이사를 구하기 힘들었던 점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금융당국 등에서도 사외이사들과의 접점을 늘릴 계획인데 이런 부분도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꺼리는 한 이유로 거론된다. 상대적으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쏟아부어야 하는 시간이 그만큼 많아야 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항간에선 윤석열 정부 출신들이 대거 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는 이와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나금융지주 원숙연 교수 정도가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정도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사외이사 자리가 주요 인사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인 자리는 아니다"라며 "주요 공공기관 기관장 등에 오히려 정부 측 주요 인사들이 몰리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