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ㆍ토스뱅크ㆍ케이뱅크의 '내로남불'
입력 23.03.30 07:00
Invest Column
금융위 TF에 인터넷은행 경쟁력 재고방안 제출
대출이동시 수수료 면제ㆍ중저신용자 비중 완화 등 담겨
TF에서 제안 대부분 '거부'…인터넷은행에 '경고'사인 해석도
막상 인터넷은행 '소비자 편익 적다'는 결과 나왔는데
'신용모형 등 해야할 건 안하고, 땅짚고 헤엄치겠다는 것'
  • "지금까지의 인터넷전문은행 성장과정을 보면 급격한 외형성장에 치중한 측면이 있었던만큼, (중략) ▲대안신용평가의 고도화ㆍ혁신화 ▲중ㆍ저신용자 대출 활성화 ▲철저한 부실관리 등 내실을 다져나가야 한다. 이것이 국민들이 기대하는 '은행권 경쟁촉진, 디지털 혁신, 상생금융 확산'에 기여하는 방법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23일 은행권 제도개선 TF 회의)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사실상의 거부'로 해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ㆍ토스뱅크ㆍ케이뱅크 3사로 이뤄진 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가 은행권 제도개선 TF에 제출한 '인터넷전문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의사항'에 대한 것이다.

    해당 건의사항에서 협의회는 ▲이르면 5월 출시되는 대출이동제에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중저신용대출 비율 목표 완화 ▲비대면 영업제한 완화 ▲방카슈랑스 25%룰 등 적용 완화 등을 요청했다. 

    이 중 TF가 "의미있다"로 받아들인 건의는 '인터넷은행-지방은행 상생 공동대출' 정도에 그쳤다. 나머지 건의사항에 대해서는 모두 '거부반응'을 보였다. 특히 최근 여러 간담회 등을 통해 자주 언급되고 있는 '중저신용대출 비율 목표 완화'와 관련해서는 '위험관리능력 제고가 더욱 중요하다'며 거절의 뜻을 피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TF의 좌장격인 김 부위원장이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 자체를 감독당국의 인터넷은행에 대한 일종의 '경고 사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기존 은행권이 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메기 역할을 하라고 당부한 것 역시 고신용자 대출 시장에서 땅 짚고 헤엄칠 생각하지 말라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이번 TF 회의를 앞두고 작성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출범 이후 예금 및 대출금리 측면에서 소비자의 가격 부담 절감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초기인 2017~2019년에는 고객 유치를 위해 인터넷은행의 평균 예금금리가 월등히 높았으나 이후에는 격차가 줄어들었다. 평균 대출금리 역시 2022년에는 지방은행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인터넷은행으로 인한 소비자 가격 절감 효과는 '고신용자 대상 가계신용대출시장에서 일부 실현된다'는 게 결론이었다. 이마저도 인터넷은행의 비용 절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점유율을 위한 출혈 경쟁인지는 판단이 어렵다는 게 금융연구원의 분석이다.

  • 인터넷은행이 은행권에 '메기' 역할을 했는지 불투명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 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는 '메기' 역할을 하기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내놨다.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배경엔 '수익성'이 있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강화를 강하게 압박한 이후, 인터넷은행의 여신 성장률 곡선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설상가상 시중금리가 오르며 지난해 말 기준 대출 연체율이 0.62%로 뛰어올랐다. 시중은행(0.21%)의 세 배에 가깝다.

    한 증권사 금융담당 연구원은 "중금리 대출 비중으로 인해 '돈 되는' 고신용자 대상 외연 확장은 제한되는데, 급하게 늘린 중저신용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하니 영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담보물이 확실해 부실 가능성이 적고 수익성도 높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늘리고 싶은데, 중저신용자 비중이 발목을 잡고 있으니 풀어달라는 의도가 건의안에 드러난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은 출범 이후 가계 신용대출 시장에 들어와 낮은 금리로 고객군을 확보한 후, 금리를 기존 은행권보다 크게 올리는 방법으로 수익성을 확보했다. 당장 중저신용자 비중을 완화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인터넷은행의 활동범위를 넓혀줬을때,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거란 '신뢰'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불신은 '방카슈랑스룰' 규제 완화 건의에 대한 TF의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특정 보험사의 상품 판매 비율을 25%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를 인터넷은행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일견 불합리해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 TF는 해당 건의에 대해 사용자경험(UI)을 악용해 소비자를 속이는 '다크패턴'을 사례로 들며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에 협의회가 건의한 내용들은 금융당국 입장에서 ▲소비자 편익이 늘어났고 ▲중저신용자 금융시장에 확실한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수치가 확인된 뒤에나 완화ㆍ허용을 검토할 수 있을만한 것들"이라며 "해야할 건 하고 규제 완화를 요구해야 하는데, 하라고 한 건 잘 못하고 편의를 봐달라고만 하니 당국 입장에선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