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종자본증권 우려 지우려 '안간힘'…자본조달 선택지 줄까 '한숨'
입력 23.04.05 07:00
신한금융·우리은행, "예정대로 콜옵션 행사하겠다" 발표
CS사태로 확산된 코코본드 우려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
금융당국이 자본확충 주문하는데…은행권, 운신의 폭 줄까 걱정
  • CS(크레디트스위스) 코코본드 전액상각 사태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하자 국내 은행권이 선제적 조치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다가오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 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은행권은 최근 지속적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확충 압박을 받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어려워지면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달 콜옵션 행사가 시작되는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예정대로 조기상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신한금융도 다음 달 만기인 13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 행사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CS 매각 과정에서 AT1(코코본드·신종자본증권)이 전액 상각되면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를 불식시키고자 은행권이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당분간 신종자본증권을 별도로 발행하지 않아도 건전성과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도 지난 1월 신종자본증권을 선제적으로 발행한 영향으로 추가 조달 없이 중도 상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신종자본증권 투자 심리가 악화하며 신규·차환 발행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자 금융사 및 주관사 내부에선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은 보통 연초에 자금조달 일정을 미리 계획하는데 지금 같은 분위기론 차질이 불가피하다"라며 "연초에 발행이 많았던 만큼 당분간은 괜찮겠지만 공백이 장기화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추가 자본 적립을 주문하는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이란 선택지를 배제하기 난감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나타내는 3대 지표 중 하나인 기본자본비율(Tier 1)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어려워지면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문제가 된 신종자본증권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건  Tier 1비율이다. 만약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어려워지면 BIS비율은 후순위채 등으로 보완하면 되지만 Tier 1비율은 딱히 대응하기가  어려워진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여의찮더라도 현재 국내 금융지주의 Tier 1비율은 규제 비율을 안정적으로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자본비율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돼 은행이 충족해야 할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에 연초 신종자본증권을 잇달아 발행했던 은행권에선 발행 일정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작년만 하더라도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꾸준한 수요를 모았지만 현재 시장에선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초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많았지만, 현재는 소강 상태다.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위기감이 번지면서 리테일 수요가 유지될지 걱정하는 분위기"라며 "작년에 개인투자자들의 은행채 매수 비중이 전체의 50%에 이르렀는데  앞으로 발행이 잘 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