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ㆍ루나 위기 불똥 튄 한화증권ㆍ하나벤처스...손절 불가피
입력 23.04.05 07:00
한화증권, LP 한화생명과 벤처펀드 만들어 차이페이에 투자
차이페이, 신현성 대표 구속 논란에 자본잠식ㆍ직원이탈까지
업계선 “차이페이 회생 어려워”…LPㆍ감사인도 손절 요구해
하나금융 조성한 1000억 펀드에서도 7억 투자...전액 손실 가능성
  •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와 하나금융그룹이 가상화폐 테라ㆍ루나 사태에 연루된 ‘차이페이홀딩컴퍼니’(이하 차이페이)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전액 손실 처리할 위기에 처했다. 

    창업자 신현성 대표가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데다, 회사 재무 상태가 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이 밝혀지면서다. 실제 투자에 참여한 VC(벤처캐피탈) 중에선 투자금을 재무상 손실 처리한 곳도 있어, 투자업계에선 한화생명ㆍ하나은행 등 금융권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요원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금융 계열사 한화생명ㆍ한화투자증권과 하나금융지주의 VC계열사 하나벤처스는 차이페이 투자금 전액 상각 처리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단 중 한 곳인 스톤브릿지벤처스가 투자금 전액을 회계상 감액처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지난 2022년 12월 31일 회계 기준으로 투자액을 전액 상각 처리한 바 있다. 

    투자단 중 한 곳은 “현재 공동 투자를 단행했던 약 10개 회사가 상각 처리를 할 것인지에 대해 첨예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며 “부동산PF에 대주단이 있는 것처럼 VC 대규모 투자에도 투자단이 있고 공동의 절차가 있는 법인데, 스톤브릿지벤처스가 갑자기 독단적으로 상각 처리를 해버려 우리도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차이페이는 가상화폐 테라ㆍ루나 폭락 사태의 책임자로 꼽히는 권도형ㆍ신현성 두 테라 공동창업자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지주회사다. 2020년과 2021년 시리즈B와 후속 투자를 통해 약 1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한화투자증권을 비롯해 하나금융그룹ㆍ소프트뱅크벤처스ㆍSK네트웍스 등 13곳이 참여했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차이페이의 회생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다. 오너 리스크 뿐만 아니라 회사 재무 상태도 자본잠식에 빠진 탓이다. 투자단의 한 관계자는 “작년 8~9월부터 LP들과 회계감사인 사이에서 차이페이를 정리해야된다는 말이 꾸준히 나왔었다”고 시인했다. 

    창업자 신 대표는 현재 금융투자상품 투자사기(자본시장법 사기적부정거래 및 특경법사기),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배임증재 및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차이페이는 자본총계(약 30억원)가 자본금(213억원)보다 적은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 2021년 말 기준으로 자본잠식률은 약 86%다. 최근 2년간 쌓인 누적 적자만 약 800억원에 달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회사 영업에 차질이 있는 데다 사업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듯 보였다”며 “신 대표가 지속적으로 법적 이슈에 연루된 상태에서 내부 직원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손상 처리를 하지 않은 투자자들이야말로 원칙에 어긋나는 회계를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앞서 시리즈B 당시 한화투자증권은 출자조합인 ‘한화드림펀드1호’를 구성, 차이페이의 리드 투자자로 나섰다.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한화그룹의 손해액이 가장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 측은 “한화드림펀드는 공모펀드가 아닌 블라인드펀드라서 정확한 투자 금액과 수익률, 운용 내역 등 포트폴리오를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LP(기관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투자를 집행한 것이기 때문에 회사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부분은 적다”고 항변했다. 

    LP들로부터 운용 수수료를 받는 GP(위탁운용사) 입장이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에 실패해도 큰 손해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한화투자증권의 드림펀드 지분율은 약 1%, 순자산지분금액은 약 8억300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한화드림펀드의 앵커LP가 한화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화생명이라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2019년경 해당 펀드에 900억을 투자하면서 91%의 지분을 획득했다.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한화생명이 큰 피해를 입는 구조다. 

    한화생명 측은 “한화드림펀드(舊드림플러스)에 900억원을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펀드 운용 부분에 대해선 관여한 바 없다. 손실 처리 등 절차는 전부 한화투자증권의 몫”이라고 전했다. 

    하나금융지주도 하나벤처스가 운용하는 ‘하나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펀드로 투자단에 참여했다. 해당 펀드는 총 1000억원의 자금으로 운용되는 블라인드 벤처펀드로, 하나은행을 비롯해 하나금융투자하나캐피탈ㆍ하나벤처스 등 하나그룹의 계열사들이 자금을 모아 구성했다. 

    다만 한화그룹 대비 차이페이에 투자한 금액이 적어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 역시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의 앵커LP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인 데다, 펀드 내 차이페이 포트폴리오 비중이 적은 까닭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 계열사 펀드 출자액이 1000억원인데 이 중 7억원이 익스포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