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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연속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는 SK하이닉스가 2조2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 SK하이닉스의 투자자들은 유상증자라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할 수 있었지만 전체 주식의 2%가 넘는 주식이 시장에 언제든 쏟아져 나올 수 있단 불안감은 상존해 있다.
SK하이닉스는 주주환원을 내세우며 사들인 자기주식을 단 한 차례도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전략이 위기에서 결국 통했다. 회사는 1%대의 낮은 금리로 2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고, EB에 대한 투자 수요도 확인할 수 있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앞으로 SK하이닉스가 추가 자금조달에 나설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자사주를 활용해 EB를 발행해 조 단위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한 상황인데 최소 2~3분기 이상 연속 조 단위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가정하면 추가적인 자금 조달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있다는 평가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하면서 SK하이닉스의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다소 누그러진 모양새이긴 하지만 사업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SK하이닉스가 발행하 EB의 교환 대상은 자기주식 총 2012만6911주이다. 해외에서 17억달러어치의 사채를 1.75%의 이자율로 발행하고, 투자자들에게 SK하이닉스 주식을 한 주당 11만1180원에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발행조건만 두고 본다면 1.75%의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와 더불어 발행일 종가 대비 27% 할증된 금액으로 교환가액이 설정돼 있기 때문에 회사 측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삼성전자가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의 자금을 대여할 당시 이자율 4.6%와 비교해도 금리 부담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투자자들은 1%대의 이자수익을 노리고 투자에 나섰다기 보단 SK하이닉스의 주가가 11만원대 이상으로 오를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합리적이다.
사실 SK하이닉스는 현재와 같은 사업적 위기 상황에서 조 단위 자금을 조달할 창구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도 했다.
2조원대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면 주주들의 부담이 너무 클 뿐 아니라 대주주의 지분율 희석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었다. 가장 큰 부담은 역시 SK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이자 SK하이닉스의 대주주(20.7%) SK스퀘어의 지원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SK스퀘어의 개별 기준 보유 현금은 약 1300억원수준에 불과하다. 주주배정증자에 나서도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을만큼의 출자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나마 그룹 계열사 가운데 양호한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SK텔레콤이 대주주였을 당시엔 계열 지원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였으나, 인적분할과 중간지주회사 설립이 완료한 현재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지난 2월 SK하이닉스가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 금리는 약 3.8~4.9%였다. SK하이닉스가 금리 수준을 따질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투자 수요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EB 발행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발행은 SK하이닉스와 EB 투자자들의 이해관계는 맞아 떨어진 모양새이지만 기존 투자자들과 주주들의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어닝쇼크를 기록한 이후 주가는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고 현재 신저가를 겨우 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2조원이 넘는 채 발행을 발표하자 주가는 다시 하락세를 기록했다. EB발행 발표 직후엔 공매도까지 급증하며 지난 4일엔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유상증자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이 다행이란 분위기가 있지만 결국엔 주식 시장에 조 단위 물량이 풀릴 수밖에 없어 주주들의 부담이 늘어난 셈"이라며 "결국엔 재고 감소, 실적 회복을 통한 주가의 가파른 상승을 기대해야겠지만 대외 변수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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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은 약 1조6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 개별 기준 차입금은 전년(약 14조9000억원) 대비 40%가량 증가한 20조1400억원 수준이다. 1년 미만 차입금 규모가 크게 늘어난 점이 눈에 특징이다. 공모 회사채의 상환 부담은 올해에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회사는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10조원 후반)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보유 현금과 최근 끌어들인 2조원대 자금만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현재는 1분기 적자 가능성이 확실시한 상황에서 최대 4조원가량의 적자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즉 유상증자, 회사채발행, 계열지원 등의 마땅한 자금 조달 대책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결국 이번 EB 발행과 유사한 방식의 직접 자금 조달을 추진할 수 있단 전망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자기주식은 4035만1325주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만 이번 EB 발행에서 활용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현실적으로 유상증자 방안을 택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한번의 조 단위 EB발행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주식 희석의 우려는 없지만 보유 주식을 활용한 자금 조달로 인한 기존 주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사주 활용한 2.2조원 규모 EB발행
교환가액 11만원대, 주가 상승 걸림돌 될 듯
1분기 적자폭 확대 전망…최대 4조 손실 가능성도
보유 현금 미미…중간지주 설립 이후 모회사 지원도 불가능
적자 지속시 조 단위 EB 발행 재차 나설수도
교환가액 11만원대, 주가 상승 걸림돌 될 듯
1분기 적자폭 확대 전망…최대 4조 손실 가능성도
보유 현금 미미…중간지주 설립 이후 모회사 지원도 불가능
적자 지속시 조 단위 EB 발행 재차 나설수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4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