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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출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수출은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무역수지는 13개월 연속 적자다. 정부는 범부처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여는 등 여건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밖에서는 한국의 수출 급감을 세계 경기 침체의 전조라고 보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촉발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을 키웠고, 그 결과물의 작은 조각이 전방 산업에 부품을 제공하는 한국 기업의 수출 감소라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한국이 탄광(세계 경기) 속에 들어가는 '카나리아'라는 평을 내놓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화려한 노란 깃털을 가진 그 카나리아가 속은 비어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거시적 흐름에서뿐만 아니라 한국 대표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약화가 궁극적으로 심각하다.
밖에서 보기에 한국 산업의 공격진은 과거 차·화·정(車·化·精)에서 반도체·배터리·바이오로 바뀌었다. 다시 말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KOREA'에 투자할 때는 시장을 선도 또는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저들 산업, 또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 지극히 이성적 판단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언제든 그 지위가 흔들릴 수 있고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투자의 불안 요소라고 지적한다.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 애초에 메모리 중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몇 년 전부터 비메모리 확장을 주창해왔지만, 정치·외교 문제로 비화한 반도체 시장에서 이도저도 못한 신세가 됐다. 메모리 시장 지위를 지키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비메모리 투자 확대는 어불성설이 돼버렸다. 반도체 불황에 대응하고자 삼성전자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빌렸고, SK하이닉스는 2조원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를 발행한다. 그 사이 비메모리 톱티어 기업들과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배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재무부가 IRA(인플레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이 되는 배터리의 세부 조건을 발표했는데 국내 업체들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도 우리 기업과 동등한 조건에서 미국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큰 부담 거리다. 중국 업체들도 우회하는 방식으로 미국 배터리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대체재가 있다는 점, 그 대체재들의 경쟁력이 있다는 점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앞으로 가야할 길이 꽤나 거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정부가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고픈 바이오 산업은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투자 속도에 맞춰가는 것도 힘든 와중에 국내 제약업체들의 존재감은 더 약해졌고, 국내 바이오 대기업들은 아직까지 CMO(위탁생산)나 CDMO(위탁개발생산) 쪽에 포커스를 맞춰두고 있다. 그나마 CMO에서 CDMO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지만 이 역시 신약 개발 보다는 생산 쪽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 이런 생산 시설은 언제든지 ‘과잉’이 될 수 있고 역시나 대체재들이 많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의 고민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때 '세계 1위'를 자랑스러워했던 조선, 해양플랜트도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과 드릴십의 기술경쟁력은 높지 못했다. 대형건설사들도 플랜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설계 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은 껍데기는 빨리 잘 만든다"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래서 관련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들이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생각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나마 조선업은 유럽, 일본이 손을 뗀 이후에 'K조선'이 만든 배가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는 선진국 기업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도 안했다. 그리고 내실이 아직 단단하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위를 굳건하게 유지하거나 선두로 도약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카나리아가 탄광에 들어가기엔 아직 역부족이 아닐까.
Invest Column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4월 04일 10:0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