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한은 영역 넘나드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말들'
입력 23.04.21 07:00
취재노트
이복현 금감원장, 금융위·한은 소관 가리지 않고 코멘트
자기정치 위해?…끊임없는 출마설로 자본시장 혼란 가중
  • "금리를 너무 미시적으로 조정하려 하지 말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결코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난 14일(현지시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정책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에 해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거시금융정책 정례회의에서 이 총재가 이 원장에게 "금리를 미시적 조정 하지 말라"라고 말했다는 발언이 보도되면서 이례적으로 즉각 해명에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한은과 금융당국의 정책에 괴리가 있기 때문에 정책 엇박자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 기준금리를 연 2%포인트 올리며 긴축페달을 밝고 있다. 시장의 유동성을 옥죄면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경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반면 이 원장은 은행들에 사실상 금리인상 자제령을 내리며 대출금리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금리는 1년 만에 연 3%대까지 떨어졌다.

    한은 내부에서조차 이 총재가 "금리를 미시적으로 조정하려 하지 말라"는 발언이 실제 없었더라도 중앙은행 총재로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원장의 행보에 따라 통화정책 제약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 총재로서 적절한 행동을 취하며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이 시장금리에 구두개입하는 것을 두고 회의적인 반응이 다수다. 이 원장이 '도장깨기'하듯 은행들을 잇달아 방문하자 각 금융사가 대출금리를 인하한 모양새라 관치금융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은행권의 이자수익을 두고 '은행의 약탈적 행위'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 이 원장의 압박에 금융권이 줄줄이 선물 보따리를 준비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장이 금융정책에 대한 발언을 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많다. 금융과 관련한 정책을 만드는 곳은 금융위원회다. 금감원은 금융위가 만든 제도를 통해 시장과 금융사를 감독하는 곳이다. 

    앞서 이 원장은 금리인하뿐 아니라 금융사 지배구조, 성과급 체계 개편 등을 언급한 바 있지만 역할 구분에 따르면' 월권'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선 이 원장이 자기 정치를 위해 타 기관의 소관 영역을 넘나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의 SM엔터테인먼트 압수수색을 두고도 회의적인 시선이 제기된다. 금감원의 카카오의 SM 시세조종 의혹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특사경이 수사에 속도를 낸 것까지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이 원장은 취임 후 불공정거래 엄벌에 힘쓰겠다는 다짐에도 그간 금융사 CEO와 만남에 더욱 관심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SM인수전이 자본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빅딜인만큼 발빠르게 나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금융권에는 이 원장이 총선을 위해 7월께 중도사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실이든 아니든 이 원장의 출마설이 지속되며 금융위의 어젠다가 뒷전으로 밀리는 건 금융시장에 불행한 일이다. 자본시장 '실세'로 꼽히는 이 원장과 금감원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금융위의 입지는 줄어들고 정책 엇박자로 인한 자본시장 혼란도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