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턴 해외골프 나간다"…성장성 둔화하는 국내 골프 산업
입력 23.04.25 07:00
팬데믹으로 하늘길 막히며 지난 수년간 반사이익
2021년 폭발적 성장 후 2022년 성장세 둔화해
골프 인구·골프장 몸값·관련 기업 실적도 주춤
해외 여행 재개에…"성장 낙관 어렵다" 시선
  • 국내 골프 산업의 성장성이 슬슬 둔화하는 모습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민 여가 스포츠로 떠올랐지만 작년엔 골프장, 장비, 의류 할 것 없이 성장세가 꺾이거나 완만해졌다. 하늘길이 막힌 데 따른 반사이익을 누렸던 골프 산업은 작년 이후 해외 여행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관심에서 살짝 멀어지는 분위기다. 호황기에 치솟은 골프 관련 비용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이 커졌고, 경기는 좀처럼 반등하지 않고 있다. 올해도 국내 골프 산업의 성장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골프장 이용객은 2013년 3000만명, 2019년 4000만명을 넘어섰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성장세는 더 가팔랐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이용객 수 5000만명의 벽을 돌파했다. 각 국이 공항을 걸어 잠그며 해외 여행길이 막혔고, 그 대안으로 골프장을 찾는 인파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골프에 관심이 적던 MZ세대와 여성들도 골프에 열광했다.

    최근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골프장을 예약하기 쉽지 않지만, 그 경쟁 강도는 최고 수준일 때보다 덜해졌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매년 1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던 골프장 이용객 수는 작년엔 제자리 걸음을 했고, 1홀당 평균 이용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제동이 걸렸다. 사뒀더니 몇 억원이 올랐다는 무용담은 듣기 힘들어졌다.

  • 이런 경향은 개별 골프장의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골프장들은 야외 활동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하기 시작한 2021년 가장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많게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뛴 곳도 있었다. 골프장을 찾는 수요가 몰리자 이용료(그린피), 식음료 및 서비스 가격을 끌어올렸다.

    반면 2022년 실적은 대체로 성장 기울기가 완만해진 모습을 보였다. 이용객이 크게 늘지 않았고, 각종 비용을 이용객에게 전가하는 것도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까지 골프장은 회원제와 대중제로 나뉘었지만 올해부터는 회원제, 비회원제, 대중형으로 나뉜다. 대중제 골프장이 세금 혜택은 받으면서 비용은 회원제보다 높다는 지적에 따른 개편이다. 많은 골프장이 비용 인하 혹은 세금 인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골프장 자체의 매력은 줄었다. 수도권에선 홀당 가격 100억원을 넘는 거래가 속속 이어졌지만 지금은 인수 열기가 전만 못한 분위기다. 요지에 위치한 골프장은 그래도 새 주인을 찾아가는 분위기인데 잠재 매물 골프장들이 모두 원하는 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3000억원대로 거론된 큐로CC는 몸값이 소폭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작년부터 증시 문을 두드린 골프존카운티는 상장을 철회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 사이 골프장을 인수한 곳 중 이제 다시 팔아야 할 시기가 다가오는 곳들이 많다”면서도 “팔아야 할 곳은 많은데 사려는 곳은 많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골프의류, 장비 등 관련 기업들의 성적표 역시 골프 산업의 큰 흐름과 비슷한 궤도를 보였다. 2021년 급성장, 2022년 성장 둔화 공식을 따랐다. 마크앤로나(제이씨패밀리), 말본골프(하이라이트브랜즈) 등 브랜드를 앞세운 곳들은 의류 사업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대부분은 성장 폭이 크지 않았다. 까스텔바작, 와이드앵글(에프씨지코리아) 등은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작년부턴는 골프보다 테니스 패션이 각광받고 있다. 볼빅(골프공), 브이씨(거리측정기)는 적자전환했다. 상장한 골프관련 기업은 증시 부진의 여파가 더 컸다.

  • 이전까지 골프가 해외 여행 감소에 따른 반사효과를 봤다면 이제는 그 반대의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1월 인천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626만여명에 달했지만 4월부터는 매월 20만명 안팎으로 급감했고, 작년 초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졌다. 작년 6월 다시 100만명을 넘어서더니 12월엔 343만명이 국제선을 이용했고, 올해는 월 평균 400만명 가까운 추이를 보이고 있다. 골프 관련 비용도 해외가 훨씬 싸다 보니, 해외 여행 재개가 국내 골프 산업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해외 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기 때문에 국내 골프 관련 사업의 성장세도 갈수록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골프 관련 사업 중 스크린골프 업체들의 작년 성적표는 양호했다. 업계 1위 골프존은 2022년 매출이 전년 대비 40% 가까이 늘었고 카카오VX와 에스지엠도 50%, 70% 수준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비용이나 시간, 편의성 등 실제 골프장에 가는 것보다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잘 나가는 사업인 만큼 잡음도 나오고 있다. 이달 특허법원은 카카오VX와 에스지엠이 골프존의 골프 시뮬레이션 장치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고, 두 회사에 기존 제품을 폐기하고 골프존에도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카카오VX는 골프장 IT솔루션을 두고도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스코어는 2015년 태블릿 기반 스코어 관리 솔루션을 내놨는데, 2021년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한 카카오VX가 기술을 침해했다며 소송 제기 및 공정위 제소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