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차세대 시스템 구축 '혼란'…큰 비용 들지만 실효성은 글쎄
입력 23.04.26 07:00
수천억원에서 조단위 비용 발생
IFRS17 도입으로 데이터 관리 중요한데
데이터 신뢰성 문제 등 구축해도 골머리
중소형사는 비용부담 고민 커
  • 보험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위해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기대에 못 치는 효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으로, 더욱 정교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해졌으나 디지털 역량은 이를 따라가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대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삼성생명과 화재는 2017년에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했다. 2015년부터 개발에 나서 1조원의 개발비용이 들었다. 해당 시스템 도입을 통해서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표준화되었고, 데이터 통합 작업이 진행됐다.

    교보생명은 2019년에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험사무 전 분야에 걸친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했다. 한화생명은 차세대 시스템을 2020년부터 구축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보험금 지급을 심사하는 '보험금 AI 자동심사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투입하고 있는 금액이 수천억원에서 조단위에 이른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선 차세대 시스템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차세대 시스템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졌다. 

    보험계약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에 들어올 수익을 측정해야 하는 만큼 정교한 데이터와 분석이 중요하다. 해당 프로세스가 명확하지 않으면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온 정보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 보험관련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수십년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세대 시스템이 구축되는데 무엇보다 보험사들이 이전의 데이터가 잘 정리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다"라며 "그러다 보니 아무리 비용을 들여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해도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고객 개인 특성에 따라 일일이 갱신해야 하는 데다, 차량정비소ㆍ병원 등 다양한 유관기관과 연계시켜야 하는 점도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보험 상품은 라이프 사이클이 길고 개인별 계약조건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서비스 처리시 업무 프로세스가 복잡하다”며 “상품 개발도 수시로 이뤄지고, 고객의 과거 이력도 지속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 과정이 번잡한데 아직 카드ㆍ은행 대비 전문 인력은 적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사와 시스템 구축 업체간의 갈등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흥국생명은 한화시스템과 맺은 계약을 취소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근본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그 효과에 대한 의문 등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여진다. 

    대형사의 경우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라도 나설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보험사들은 해당 비용마저 감당하기가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대한 신뢰성 마저 높지 않다 보니 갈등의 소지가 있다. 

    이 관계자는 "IFRS17 도입으로 차세대 시스템 구축 중요성이 더욱 올라갔으나, 구축한 곳도 구축해야 하는 곳도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라며 "해도 문제고, 안해도 문제이다 보니 보험사들이 이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