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가동된 PF 대주단 협의체…선순위 대주간 손실 분배 방법이 핵심
입력 23.04.27 07:00
PF 채권금액 대부분 선순위로 구성
발언권 없는 후순위, 전액 상각 가능성도
  •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업권·상호금융업권에 이어 전(全) 금융권이 참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 협의체가 본격 가동된다. 직간접적 PF 지원이 어려워진 정부가 금융권에 손실을 분배하려는 취지라는 평가다. 사실상 선순위 대주가 협의체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선순위 대주끼리 어떻게 손실을 분배할지가 핵심이 됐다.

    지난 2월 저축은행 79곳 전체가 자율협약을 맺어 부동산 PF 대주단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4월 들어선 여신전문금융업권과 상호금융업권도 대주단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은행·보험·여신전문금융회사·저축은행·증권사·상호금융조합(새마을금고 포함) 등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의체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이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전 금융권 대주단 협약의 경우 ▲만기 연장은 전체 채권액 기준 3분의 2 이상의 대주가 동의 ▲상환 유예·금리 인하 등 채권 재조정·신규 자금 지원은 전체 채권액 4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가능하다. 단일 기관 1곳이 전체 채권액 4분의 3 이상을 보유한 경우 5분의 2 이상의 기관이 동의하면 의결할 수 있다.

    전 금융권 대주단 협약은 PF 사업장에 여러 금융업권이 같이 참여할 때 적용된다. 단일 업권으로만 대주단이 구성된 곳은 해당 업권에서 만든 업권별 협약을 따른다. 앞서 출범한 저축은행 협의체는 일부 사업장에서 만기 연장에 동의한 바 있다.

    다만, 협의체 운영 과정에서 후순위 비중이 높은 사업장일수록 '잡음'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개별 사업 약정보다 대주단 협약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개별 사업 약정상 각 대주의 개별공매권 행사를 막기 힘들었으나, 협약을 통해 이를 막을 수 있게 된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선순위와 후순위 대주의 의견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

    협의체는 사실상 선순위 대주가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PF 대주단의 전체 채권금액 중 70%은 선순위로 구성돼있다. 결국 선순위 대주끼리 어떻게 손실을 분배할지가 핵심인 셈이다. 

    후순위 대주는 대주단 협의 결과에 따라 전액 상각할 가능성도 있다. 협약에 따르면 원금·발생이자가 감면될 경우 채권 순위에 따라 감면 비율을 차등적으로 정할 수 있다. 감면 금액의 일부를 사업장에 대한 출자로도 전환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PF 관계자는 "부산의 한 사업장의 경우 80% 할인해도 팔리지 않았을 만큼 이미 선순위 대주마저 상당 부분 손실 구간이다. 어차피 후순위 대주는 구제 방법이 없어 보이며, 발언권이 있는 현장도 거의 없다"며 "자금이 급해 개별공매를 원했던 중소형 후순위 대주의 경우 상환을 받지 못해 무너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주도로 만들어진 '자율' 협약체가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는 협약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정책적으로 판단할 시 일부 대주가 손실을 떠안는 것보다 사업장이 망가지는 게 더 큰 손해라는 셈이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처음에는 직접적·금융권 통해 간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했으나 더 이상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다 보니 자율 협약을 통해 각자 손실을 나누라는 게 골자"라며 "전국의 대부분 브릿지론 현장이 멈추고 부실 규모가 너무 커져, 협의체의 실효성은 차치하고 자율 협약할 현장이 너무나도 많다는 게 문제"라 전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업장에 참여한 각 순위 대주에 따라 이해관계는 달라질 수 있지만, 각 안건에 따라 의결권을 가지기에 누구라도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