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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서 투자시장도 기지개를 켜는 듯했지만 온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국내외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다시 확산하며 M&A 시장이 잔뜩 웅크린 모습이다. M&A에 강점을 둔 투자은행(IB)이나 자문사들은 먹거리 부족에 고민하고, 회계법인들의 감사-재무부문 분리 논의는 쏙 들어갔다.
M&A 시장에서 대기업들의 보폭은 줄어들었다. 삼성전자-로봇, 현대차-자율주행, SK-배터리 등 확장 행보로 눈길을 끄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자문사에 쏠쏠한 수입을 안겨 주던 대기업 일감 중 아웃바운드 바이아웃(해외 기업 경영권 인수) 거래는 거의 자취를 감춘 모습이다. HMM, YTN 등 예전같으면 계륵으로 평가했을 거래도 자문 수임 경쟁이 치열했다.
한 자문사 대기업 담당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실적 부진, 유동성 부담이 이어지면서 해외 M&A 등 확장 움직임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장기 불황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많아 당분간 기업들이 적극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주춤하더라도 자문사들은 조직과 인력을 활용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대기업조차 움직이기 어려우니 다시 사모펀드(PEF)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당장 일감이 마땅치 않은 곳들은 PEF 포트폴리오 목록을 다시 작성하기도 한다. PEF는 펀드 기한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잠재 일거리를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특히 회수 작업은 되도록 만기 전에 마쳐야 한다. 이를 역산하면 PEF가 언제부터 회수 작업에 나설지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모든 IB, 자문사가 동일한 상황이다 보니 수임 경쟁이 치열하다. PEF들도 돈 많고 잠재 원매자가 많을 때는 '공개' 매각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매각에 나섰다 실패할까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매각을 결정하고도 확실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공식화하지 않기도 한다. IB로서는 몇몇 강력한 인수 후보를 찾아와야 매각 주관을 따낼 가능성이 커진다. 회수기에 접어든 잠재 포트폴리오 매물을 들고 원매자들을 찾아다니는 곳이 많아지는 분위기다.
거래를 성사시키고 돈을 받는 것이 IB의 일이기 때문에 그런 시도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PEF와 자문 계약 체결 등 '문서화' 작업을 거치지 않고 움직이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소문만 자자한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구두로' 매각 주관 자문을 약속 받았다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면 말이 다른 것이다. 매도자 PEF와 잠재 인수자가 서로 어리둥절한 사례가 나타나기도 한다.
맥쿼리자산운용이 2019년 인수한 DIG에어가스는 올해 초 시장에서 회수 가능성이 거론됐다. 인수 자문을 도왔던 라자드가 다시 매각 작업도 맡을 것이란 소문도 돌았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금시초문이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맥쿼리는 경쟁사라는 이유로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인수전에도 초빙받지 못했다.
MBK파트너스가 2018년부터 투자한 bhc도 일부 IB가 거간꾼을 자처하는 분위기다.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투자 기간이 됐으니 팔아야 하지 않겠느냐, 조건만 맞으면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정도다. MBK파트너스에서도 bhc 매각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의 더마펌 매물 출회 여부도 관심사다. 앵커PE는 2019년 소수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추가 투자를 거쳐 더마펌 경영권 지분을 확보했다. 최근 복수의 IB가 잠재 인수후보들에 더마펌 인수 의향을 물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앵커PE는 자문 계약을 깐깐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식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기보다는 IB들이 먼저 시장 상황을 살피는 것으로 풀이된다.
IMM PE가 2020년 한국콜마의 제약사업부와 콜마파마를 인수해 설립한 제뉴원사이언스도 IB들의 손을 거치며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IMM PE는 5호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하며 회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제뉴원사이언스는 국내 대표 합성의약품 위탁생산(CDMO) 업체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매물이다. IMM PE는 매각 추진 여부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명확하지 않은 거래 자문 건들이 오가다 보니 일각에선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서로 보장할 수 있는 것이 마땅치 않으니 협의를 해봤자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즘엔 정직하게 '나 매각 시작했어요' 하는 경우가 드물고, PEF들도 인수자 찾아와야 매각 자문 주겠다 하는 경우가 많다"며 "IB들도 일감을 따내야 하다 보니 여러 IB가 한 포트폴리오 잠재 매물을 들고 다니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시장 위축 장기화하며 다시 PEF에 주목
회수기 예측 가능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심해
거래 성사 부담에 '확실한 원매자' 확인 우선
IB들, 자문 계약 따내려 원매자 찾기에 분주
중복건 주선도…당사자는 "사실무근" 반응도
회수기 예측 가능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심해
거래 성사 부담에 '확실한 원매자' 확인 우선
IB들, 자문 계약 따내려 원매자 찾기에 분주
중복건 주선도…당사자는 "사실무근" 반응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4월 28일 13:3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