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등 출자한 남대문 삼부빌딩 개발 무산...체면 구긴 이지스ㆍ롯데건설
입력 23.05.08 07:00
남대문 삼부빌딩, 고금리에 공사비 인상 견디지 못하고 사업 중단
자산매각 진행…OK캐피탈, 삼성증권 등 투자회수 가능할까 '촉각'
시공사로 나섰던 롯데건설은 결국 100억 손실처리하며 아쉬움 남겨
  • 이지스자산운용과 롯데건설이 함께 개발에서 나섰던 남대문 삼부빌딩 사업이 무산됐다. 새마을금고·현대커머셜·OK캐피탈 등 대주단이 자금 회수에 나선 가운데 롯데건설은 투입비용을 손실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삼부빌딩 및 토지 매각이 진행 중이다. 지난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이 시행사로 나섰던 주거 개발 사업으로 사업이 무산되면서 대주단이 자금 회수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금리가 고공해진하고 공사비도 대폭 올라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진다. 착공도 하지 못한 채 사업 중단 수순을 밟았다고 전해진다. 

    시공사로 참여한 롯데건설은 손실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롯데건설은 앞서 이지스운용이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한 '남대문칠일PFV'에 출자했고 PFV가 발행한 ABCP의 채무보증을 서기도 했다. 

    약 2년간 착공을 준비하다가 결국 비용을 손실 처리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금액은 100억원 수준이다. 절대적으로 큰 액수는 아니지만 고금리로 개발 중단 사업장이 잇따라 나올 수 있단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관련업계에선 남대문칠일PFV에 대출을 내줬던 대주단이 온전히 자금 회수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를 포함해 다수의 금융사가 대출을 내줬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이지스운용이 남대문칠일PFV를 통해 일으킨 대출약정금은 1470억원이다.

    1순위 우선수익권자로 새마을금고 중앙회를 포함한 지역새마을금고 대주단(대출금 415억원), 현대커머셜(250억원), 롯데카드(150억원), 산은캐피탈(100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2순위로 더블에스남대문제이차(삼성증권, 100억원), DB캐피탈(55억원) OK캐피탈(75억원)이 있고 OK캐피탈은 225억원을 추가로 대출해주며 우선수익권 3순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4순위에는 롯데건설이 이름을 올렸는데 앞서 손실 처리한 ABCP 발행 100억원이다.

    무엇보다 중·후순위 채권자인 OK캐피탈, DB캐피탈, 삼성증권 등이 자산매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현재 삼부빌딩 건물 및 토지가 매물로 나와 있지만 매각이 성사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부동산업계에선 후순위채권자의 투자금 회수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지스운용은 지난 2021년 삼부빌딩 토지와 건물을 1100억원에 인수했다. 이미 매입가부터 대출약정금에 못미치고 최근 고금리로 자산가치 하락 압력이 거세다는 지적이다. 건물 및 토지를 매각한다고 하더라도 매입가 및 대출약정금을 뛰어넘길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일찍이 남대문 삼부빌딩을 주거시설로 탈바꿈하는데 업계의 시선이 회의적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이지스운용에서 이번 개발을 맡았던 팀의 책임자는 퇴사한 것으로 업계에 알려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처음부터 남대문 삼부빌딩을 주거시설로 개발하는 게 잘 될까라는 시선이 나왔는데 결국 올 초 사업이 무산됐다"라며 "이지스운용에서 해당 개발 사업을 주도하던 책임자는 회사를 옮겼다"라고 귀띔했다.

    시행 주체인 이지스운용은 당초 남대문 삼부빌딩 부지에 지하 8층에서 지상 20층 규모의 건물을 세워 주거시설을 공급하고 약 1028평의 상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