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갔지?" 이복현 금감원장의 첫 해외 IR을 둘러싼 의문들
입력 23.05.19 07:00
취재노트
금감원장 이례적 금융사 동행 IR 두고 아쉬움 목소리 여전
"금융위원장이 갔으면 뒷말 안 나왔을 일"…역할 분담 모호하고
피감기관과 동행 부적절하다는 평…총선과 연결 짓는 시선 지속
투자 유치 돕는 의도 좋지만…정치적 의도 의심도 이어질 듯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12일 떠났던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마치고 국내 업무에 복귀했다. '실세'로 통하는 금감원장의 첫 해외 IR은 성공적이었을까. 금융권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금감원장이 굵직한 금융사 CEO들과 해외 출장을 동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금융 정책을 관장하고 금융감독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곳은 금융위원회다. 금감원장의 해외 IR 동행은 이번이 금감원 설립 이후 처음이었다. 

    출장 전부터 이미 금감원장이 해외 투자사를 만나도 줄 수 있는 선물 보따리가 없다는 얘기가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역할 분담을 생각해 보면 금감원장이 할 수 있는 발언은 제한적이다. 금융위원장을 대신한다고 하더라도, 규제 완화를 위한 정책적 약속은 본래 소관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간 이복현 원장은 금융사 지배구조, 성과급 체계 개편 등을 월권에 가까운 발언을 지속해 왔다. 이런 발언들이 타 기관의 소관 영역을 넘나드는 것을 두고 '자기 정치'를 한다고 평가받기도 했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이 원장의 '튀는 행동'을 정치와 연관 지으려는 시선도 늘고 있다. 이 원장이 총선을 위해 7월께 중도 사퇴할 것이라는 소문은 지금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쟁쟁한 금융사 CEO를 대동해 첫 해외 출장을 다녀왔으니 '무슨 의도'로 다녀오느냐는 비꼬인 시선이 나올수 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금융사의 해외 투자 유치를 돕는 일에 대해서 왈가왈부 할 수는 없더라도 과연 무슨 기여도가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했다.

    해외 기업들과 국내 금감원장간 네트워킹 필요성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싱가포르 등 자본시장 규모가 워낙 방대한 곳은 전현직 금융당국 관계자들간 네트워크를 통해 행정지도가 세세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금융당국 퇴직자들의 금융사 재취업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금감원의 사후 경영개입이 더욱 많아 예방이 어렵다는 얘기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싱가포르, 호주, 영국 등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밀착된 곳과 국내는 다르다. 해당 국가는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네트워크가 중요하지만, 국내는 오히려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이에 금감원장의 역할도 해외와 달리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