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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자금 조달 창구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전은 '시장 블랙홀'이 된 한전채(한국전력 채권) 발행에 이어 단기 조달인 기업어음(CP)까지 빠르게 늘리고 있다. 최근 발표한 자구안과 전기요금 인상으로는 대규모 적자를 메꾸기엔 역부족이란 평이 나온다. 결국 '여력이 있는' 자금 조달 창구가 은행 대출만 남은 형국이다.
지난 12일 한전은 경영난 극복을 위한 자구안을 발표했다. 한전은 이번 자구안으로 2026년까지 총 25조원이 넘는 재무개선을 추진한다. 여의도 소재 남서울본부를 포함한 알짜 부동산을 매각하고, 2직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 전부와 3직급(차장급)의 임금 인상분 50%를 반납하기로 했다. 또한 추가채용 중단 등 조직 효율화와 투자 축소에 나선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자구안 발표와 동시에 사의를 표했는데 이는 ‘시선 돌리기’에 그친다는 평이 나온다. 이어 15일 정부가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한다고 밝혔으나 시장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전기료 인상, 글로벌 에너지 가격 하락 등에 힘입어 올해 3분기 한전의 흑자 전환을 예상하기도 하지만 누적 적자로 연간 적자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 임금 인상 반납 등은 한전을 향한 공격을 잠시 돌리려는 목적이 크고, 전기요금 인상 역시 6개월 시간을 번 정도에 그친다"며 “작년에 한전채 발행 한도를 우여곡절 끝에 올렸지만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말 또 올려야 할 것이고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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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 발행 한도는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지난해 37조2000억원가량의 채권을 찍은 한전은 올해 들어 이미 10조원 이상을 발행했다. 전기료 인상 다음날 4000억원 규모 한전채 입찰에 나서기도 했다. 한전은 ‘적립금+자본금의 5배’인 104조6000억원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 5월 기준 발행잔액이 한도의 70%까지 찼다.
한전은 한전채 발행을 줄이기 위해 단기 조달인 CP 발행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2021년 전체 CP 발행 규모가 13조50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이미 10조6500억원을 발행했다. 정부가 시장을 흔들 수 있는 한전채 발행을 자제하라 요구하다보니 CP로 눈을 돌린 셈이다.
한전 CP가 한전채처럼 단기 시장의 자금 ‘블랙홀’ 현상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CP는 규정상 발행 한도가 있는 것은 아니어도 결국 1~3개월 정도의 단기로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란 지적이다.
이대로면 한전이 ‘마지막 카드’인 은행 대출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동일 규모, 조건의 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조달 금리가 높아 선호하지 않던 방법이다. 한전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산은의 부담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결국 시중은행을 찾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전은 지난해 대규모 은행 대출을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 NH농협은행으로부터 1조5000억원, 11월 우리은행 9000억원, 하나은행 6000억원 등이다. 당시 하나은행이 제시한 금리는 연 5.5~6%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대규모 한전 대출은 11월 초 KB, 신한, 하나, 우리 NH금융지주 회장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회동을 갖고 총 95조원 규모 시장 안정지원책을 약속한 이후 조치다.
한전은 올해 초 은행권과 3차 대출을 논의했는데 KB국민은행이 제시한 금리가 한전채 대비 높아 결국 무산됐다. 당시 한전채는 4.3% 안팎의 발행금리를 보였지만 KB국민은행은 5% 중후반 수준의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대로면 남은 조달 창구는 은행 대출인데 은행들이 금리를 비싸게 부르다보니 한전도 꺼린다”며 “금리는 시장 가격 등이 고려되지만 정부에서 ‘무언의 압박’을 주는 식으로 조율에 나설 가능성도 없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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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은행 대출 여신 한도는 아직 여유가 있다. 기업 여신 한도는 시중 은행별로 각 사의 내부평가 기준에 따라 한도가 다르게 책정되기 때문에 정확한 비율은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법에 근거해 대략 한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은행법 신용공여한도제도상 동일 기업에 대해서 자기자본의 20%(계열회사는 25%) 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대형 시중은행의 자기자본이 20조~30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이론적으로는 한도는 충분하다. 공기업인 점을 고려하면 민간기업보다는 좋은 평가를 받을 여지도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산은법 시행령에 따라 자기자본의 25%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현시점에서 한전이 은행 대출을 추가적으로 고려하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시중 은행들은 한전의 여신 한도가 충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추가로 요청이 들어온다면 적극적으로 검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전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출 요청은 아직 없다”며 “여신 한도가 충분히 남아 있어 요청이 온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대출을 시행할 때 신용등급, 재무상태 등 다각도로 평가를 하는데 한전은 공기업이라는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지난해까지 한전 대출 잔액이 약 1조원대라 여신한도는 충분히 남아 있어 대출 요청이 온다면 시행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정부에서 은행에 한전 대출을 시행하라고 했는데, 그럴 때 시중은행이 응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 블랙홀'된 한전채에 다변화…CP 발행 급증
한전 작년 적자 32兆…"자구안·요금인상 역부족"
산은도 부담 늘어…남은건 '은행 대출'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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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5월 17일 10:5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