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잦은 유안타證, 정말 '팔릴만한' 매물일까
입력 23.05.31 07:06|수정 23.05.31 07:19
사업기반·건전성 등 M&A 적합 대상 꼽히는데
눈독 들인 우리금융 등 원매자 입장에 불과 평
국내 사정 치우친 시각 多…지배력 확대는 지속
당장 실현 가능성 낮은데 뜬소문만 잦아져
  • 최근 수년간 끊임없이 매각설이 제기돼 온 유안타증권은 정말로 우리금융 품에 안길 수 있을까. 현재 국내 증권시장에서 유안타증권의 위치나, 주인인 대만의 유안타금융그룹의 글로벌 전략을 들여다보면 아직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대만 유안타가 매각에 나선다 해도, 옛 동양증권 인수 당시와 달라진 시장 지형이나 업황 전망도 고려돼야 한다. 아울러 그간 대만 본사 차원의 지원이 시원치 않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 역시 국내 사정에 치우친 시각이란 지적도 많다.

    유안타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 이하 중형급 증권사 중에서 건전성이나 사업 부문별 균형이 고른 편으로 꼽힌다. 동양 사태로 유안타그룹 품에 안긴 뒤 수 년 동안은 위탁매매 수익이 대부분이었지만, 이후 꾸준히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WM), 운용수익 비중을 끌어올렸다.

    그룹 차원에서 IB 부문 강화에 힘을 싣고 있지만 시장에서 존재감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해엔 업황 악화로 IB 부문 손익이 반 토막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자기자본 1조5000억원 규모 증권사 중 위탁매매와 자산관리 부문에서 4% 안팎 시장점유율을 지켜내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동양증권 시절부터 이어진 소매금융(리테일) 영업망 덕인데,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은행지주와 시너지를 내기 적합한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급 증권사 중에선 부동산 프로젝트금융(PF) 우발부채 리스크도 낮은 편이다. 1분기 기준 유안타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율은 38%로 업계 평균(약 57%)보다 부담이 덜하다. 우발부채에 지방 오피스텔 관련 PF 매입확약 등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전체 규모는 약 6000억원으로 절대적인 숫자가 높은 편도 아니다. 이 역시 증권사 인수를 원하는 금융사에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중형급 이상 증권사가 필요한 우리금융이 '안성맞춤'이라는 판단 하에 유안타증권에 눈독을 들여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금융 출신 한 관계자는 "안팎에서도 유안타증권이 맞춤한 후보라는 조언이 많았고 손태승 전 회장 역시 증권사 M&A 성과가 시급했던 터라 인수 의지가 상당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에 이어 취임한 임종룡 회장은 더욱 자주 증권사 인수 계획을 언급하고 있다. 시장에선 여전히 우리금융이 유안타증권에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유안타증권 국내 인력 내부에서도 우리금융으로의 편입 여부에 관심이 적지 않았다. 

    다만 이런 사정도 현재까지는 인수 희망자인 우리금융의 사정에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오히려 유안타그룹은 유안타증권에 대한 지배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실무차원에서 매각 조건을 따져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또한 우리금융 요청으로 이뤄진 것일뿐 대만 유안타그룹 경영진이 매각 의사가 있느냐와는 전혀 별개 문제"라며 "이후 유안타그룹은 다시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했고 자문 업계에서도 유안타그룹의 매각 가능성은 아직은 높게 보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의 모회사인 유안타시큐리티즈아시아(Yuanta Securities Asia Financial Services Private Limited)는 이달 들어서도 장내매수 방식으로 유안타증권 지분 매집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57.87%이던 지분율은 12일 기준 58.17%로 0.3%포인트 늘었다. 2020년 9월 이후 이렇다 할 지분 변화가 없었는데 작년 6월부터 1년여 동안 꾸준히 지분을 사들이는 중이다. 

    매각 의사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지금 특정 인수후보를 대상으로 매각을 진행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업계에선 부동산 PF 등 자산 건전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올해가 바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이후에나 업황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의미다. 또 이미 충당금을 쌓아두긴 했지만 150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 등이 걸린 동양생명 매각 손해배상 2심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원매자 입장에선 지금이 인수에 나설 적기지만 회사는 헐값에 내놓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지난 10년 동안 증권업 경쟁이 자기자본 기반 '체급 싸움'으로 변화한 터에 잠재 원매자 역시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 유안타증권이 매물로 나올 경우 현재 증권업계 판도를 단숨에 바꿀 수준의 덩치는 아니지만 M&A 한 번에 자기자본을 조 단위 이상 늘일 수 있다면 경쟁 증권사 입장에서도 흔치 않은 기회인 탓이다. 

    유안타증권의 성격상 우리금융이 가장 적절한 인수자라고 해도 막상 매각과정에서 '입찰경쟁'이 시작되면 매각가는 올라가게 마련이다.

    게다가 현재 유안타증권의 시가가 유안타그룹의 눈높이에 턱없이 못 미치는 상황이기도 하다. 유안타그룹은 과거 동양증권을 약 2750억원에 인수했다. 구주와 신주 가격을 평균하면 보통주 기준 약 2600원 선이다. 그런데 유안타증권의 지난 6개월 보통주 평균 가격이 그 정도고 유안타그룹의 장내매수도 이 선에서 이뤄지고 있다. 

    24일 종가(2765원) 기준 유안타증권의 시가총액은 약 5500억원, 유안타그룹 보유 지분 58.17%의 가치는 3200억원이다. 유안타그룹 장부에 반영된 순자산가치 378억NT달러(원화 약 1조6200억원)은 물론 투입 자본 90만NT달러(원화 약 3840억원)에도 못 미친다. 지난 몇년 배당 등으로 일부를 회수했다고 하더라도 주가가 액면가 절반가량인 때 매각에 나서봤자 실익이 불투명하다는 평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유안타그룹 인수 이후 꾸준히 체급을 키워 왔지만 주가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라며 "유안타그룹 입장에선 팔기보단 지분을 사 모으는 게 남는 장사"라고 전했다. 

    유안타그룹은 은행과 증권, 보험, 신탁, 벤처캐피탈 등 포트폴리오를 두루 갖추고 있는데 해외 확장은 은행과 증권 부문에 집중돼 있다. 대만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거점을 확보하되 리스크 관리를 통해 점진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게 기본 전략이다. 실제로 유안타증권 한국 법인은 그룹 기조에 따라 지난 2019년 경쟁사보다 일찌감치 우발채무 관리에 들어간 편에 속한다. 

    증권업의 경우 한국을 거쳐 태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까지 진출이 이뤄졌다. 한국 법인은 유안타그룹 사업보고서 내 아시아마켓 확장 전략 첫 페이지에 위치해 있다. 유안타증권 한국 법인의 존재감 역시 상당하다. 그룹 내 증권·투자 부문 해외 법인을 지배하는 유안타시큐리티즈아시아 순자산가치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그룹 전체로도 대만 유안타증권 본사와 유안타은행에 이어 3번째로 규모가 크다. 

    여러 정황을 따져보면 매각설이 자꾸 불거지는 건 결국 우리금융 혼자만의 '희망사항' 때문이라는 분석이 합리적이란 평가다. 유안타그룹이 유안타증권 인수 이후 공격적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는 시선도 국내 사정에 치우친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수장 교체 이후 유안타증권 국내 인력까지 술렁일 정도로 매각 관련 언급들이 잦아지기도 했다"라며 "그러나 하나하나 따져보면 대부분 인수후보의 의중만 반영됐을 뿐, 대만 유안타그룹의 의중은 고려되지 않은 채 사고 싶은 곳과 자문사들의 움직임에서만 불거졌다는 인상이 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