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하얏트 매각중도금 1000억 회수예정…잔금 내년 연장ㆍ호텔 부채증가 관건
입력 23.06.05 07:00
메리츠, EOD 선언 두 달 만에 KH그룹 투자금 전액 회수
남산 하얏트 호텔, JS코퍼가 총 1900억 투자해 사실상 전액 투자
중도금 이달 납입예정…잔금 만기 올 연말서 내년 상반기로 연기
블루코브 2000여억 추가 모집 필요…추가대출시 호텔 부채비율 급증
매각대금 배분해야… 'KV글로벌PE' 및 'KH그룹사'들 나눠 가져야 할듯
  • KH그룹의 연이은 상장폐지 위기에 투자단 중 가장 먼저 EOD(기한이익상실)를 선언했던 메리츠증권이 55일 만에 자금 회수를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법인명 '서울미라마유한회사') 매각 절차가 중도금 납부절차를 진행하면서 KH그룹 등에 중도금 1600억원이 들어온 덕분이다. 메리츠는 이 가운데 1000억원 가량을 고스란히 가져갈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관건은 ▲블루코브 자산운용이 잔금 2000억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식 담보 대출 활용시 하얏트 호텔 부채(Debt)가 급증할지 ▲남은 중도금과 매각잔금이 메리츠 외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 등이다.

    메리츠는 호텔 투자 펀드 지분 담보권 행사…이로써 회수 완료 예정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이번에 납입될 그랜드하얏트 중도금 가운데 1000억원 가량에 대해 담보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이른 시일 내에 담보권이 행사될 예정이다. 

    KH그룹 소속 하얏트 호텔의 최대 주주는 '인마크제1호' 사모펀드(PEF)고 KH그룹 계열사들이 여기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메리츠는 KH 계열사들의 펀드 투자지분을 담보를 잡았던터라 햐앗트 매각대금이 메리츠에 유입되는 구조다. 

    현재 메리츠에 남아있는 KH그룹의 대출금은 총액 3200억원 중 약 1400억원 수준. 메리츠는 지난 4월 EOD를 선언한 이래로, 알펜시아리조트 주택 부지 매각금(900억원)을 비롯해 ▲KH전자(150억원) ▲KH필룩스(350억원) ▲KH건설(150억원) 등 전환사채(CB)에 담보권을 행사해 회수해갔다. 이번 호텔 매각 중도금을 인수 받으면, 투자금을 완전히 회수하게 되는 셈이다. 메리츠그룹 관계자는 "호텔 중도금을 투자금 회수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 JS코퍼는 이미 하얏트 경영권 행사…블루코브는 내년까지 잔금 마련의무

    이번 매매는 당초 부동산 펀드 운용사인 블루코브자산운용을 통해 자금이 마련될 예정이었다. 호텔 부채 3000억원 가량을 제외한 매각대금은 4000억원. 블루코브는 코스닥 상장사 JS코퍼레이션에서 자금을 빌려 대금 4000억원 중 계약금 400억원을 냈다. 이후 5월말까지 중도금 1600억원을 모집하기로 했으나 여의치 않자 다시 JS코퍼레이션이 나섰다.

    회사 측에 따르면 JS코퍼레이션은 하얏트 호텔 매입을 위해 시중은행에서 장기차입금을 마련했다. 이 자금으로 일단 900억원을 하얏트를 새로 인수할 펀드인 '블루코브 제1호' 에 투자자(LP) 형태로 출자한다. 별도로 1000억원을 이 펀드가 호텔 인수 주체로 내세울 특수목적회사(SPC)인 'JS747'에 대여형식으로 투입한다. 

    특수목적회사는 자본시장법상 지분투자 증자가 불가능해 일단 대여로 진행하고 이후 출자전환을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하얏트를 인수할 특수목적회사는 블루코브가 세운 '한남747'이었으나 중도금 마련이 실패하고 JS코퍼가 대대적으로 투자하면서 별도의 SPC인 'JS747'을 설립하기로 했다. 

    관련 회사들은 협의를 거쳐 이달 중순 이전에 납입까지 끝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하얏트 매각 계약금과 중도금 거의 대부분을 JS코퍼레이션이 외부차입금을 통해 제공한 셈이 된다.

    잔금이 남아있지만 JS코퍼레이션은 이미 하얏트 호텔에 대한 지배력과 경영권, 그리고 자산 처분 등을 포함한 재산권 행사가 가능하다. 당초 KH그룹과 블루코브가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중도금만 치르면 경영권을 넘긴다"라고 합의했기 때문. JS코퍼레이션은 이미 하얏트호텔의 새 대표이사로 김옥진 전(前) 삼표 대표를 선임했다.

    JC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당사가 하얏트 호텔 인수를 위한 자금을 추가로 납입할 일은 없고, 우리의 몫은 완료됐다"며 "회사 운영 자금도 필요한 데다, 더 이상의 차입도 힘든 상황이라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블루코브 추가대출로 잔금 모으면 하얏트 '빚' 급증…매각잔금은 누구에게?

    잔금 2000억원 가량은 블루코브가 투자금을 모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기한이 원래 올 연말이었는데 내년 6월로 연장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블루코브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중도금을 모으는데도 실패한 만큼, 잔금 2000억원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로 인해 블루코브가 하얏트호텔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금융권에서 추가 차입을 병행해야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블루코브) 쪽이 보유 부동산을 팔거나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는 차입으로 마련하고, 나머지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받는 방식도 고려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실시된 하얏트 호텔 '자산재평가'가 결국 이 같은 대출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금감원 전자공시(Dart)에 따르면 하얏트 호텔(서울미라마유한회사)은 지난해 12월말 유형자산 중 토지에 대해 자산재평가를 실시, 자산가치를 2배 가까이 늘렸다. 이에 따르면 하얏트 호텔 보유 토지에 대한 직전 가치는 4190억원으로 책정됐으나 자산재평가로 인해 값어치가 7756억원으로 늘어났다. 자산 가치가 두 배 가량 증가했으니 회사 주식을 담보로 마련할 수 있는 대출규모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하얏트 부채비율이 또 한번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미 KH그룹이 2019년 하얏트를 인수할 당시에도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대출을 일으킨 후, 이를 하얏트 호텔에 합병해 부채 4000억원 가량을 고스란히 전가시킨 바 있다. 하얏트 호텔 주차장 부지 매각도 이 빚을 갚기 위해 진행됐다. 

    향후 이와 유사한 형태로 SPC가 설립, 하얏트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고 이를 하얏트에 합병하면 호텔 부채는 더욱 급증할 수밖에 없다. 다만 우려와 다르게 블루코브가 순조롭게 외부 투자자를 모집, 펀드를 마련하고 추가 부채를 일으키지 않을 경우, 이런 우려는 상쇄된다. 

    또 다른 이슈는 하얏트 호텔 매각대금이 누구로 귀속되느냐다. 

    잔금을 포함해 4000억원 가량의 매각대금 가운데 메리츠가 가져갈 1000억원 가량을 제외하면 나머지 3000억원 가량은 하얏트 호텔 대주주인 '인마크 제1호' PEF로 이관된다.  

    이 펀드는 과거 '인마크PE' 였다기 지금은 'KV글로벌PE' (대표 이연배)로 개명한 회사가 운용사(GP)를 맡고 있다. 펀드 투자자(LP)들은 대부분 KH그룹의 계열사들이다. 

    PEF의 투자자산 매각이익은 투자자(LP)에게 배분되는 한편, 운용사(GP)의 성공보수(Carried Interest)로도 지급된다. 성공보수를 얼마나 지급하느냐는 LP와 GP가 체결한 합의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결국 하얏트 매각 잔여대금은 양측 합의에 따라 KV글로벌PE와 KH그룹 계열사들로 분배된다. KH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채권자들 혹은 소액주주들로서는 매각대금이 얼마만큼 회사들로 들어오느냐에 따라 채권 회수 등의 성공 가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