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리베이트 의혹…검찰 수사는 윗선으로 확장될듯
입력 23.06.07 07:00|수정 23.06.07 10:40
중앙회 PEF 담당 팀장, M캐피탈 부사장 구속
'GP 끼워넣기' 등 출자 과정서 잡음 이어져
신용공제대표ㆍ중앙회장 등 윗선 관여 살필지 주목
尹 사단 검사 수사 지휘, 사안 무겁다 시선도
  • 검찰의 새마을금고 중앙회 사모펀드(PEF) 출자 비위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출자 업무를 총괄하던 실무 팀장과 중앙회 자금으로 인수한 M캐피탈(전 효성캐피탈)의 임원이 구속됐다.

    현재 시장의 시선은 검찰 수사가 어느 선까지 확대하느냐로 모이고 있다. 웬만한 대형 금융사도 하기 힘든 규모의 사업을 실무 팀장이 혼자 주도할 수 있었겠느냐란 의문과 함께, 다른 PEF 출자 과정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드러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사실 검찰의 이번 수사가 일개 '팀장급' 실무진의 비위 행위를 걸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기엔 그 범위가 광범위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로 새마을금고 담당 수사부 면면이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핵심 검사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의 칼 끝이 점점 새마을금고 내 핵심 임직원들을 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일 법원은 검찰(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 청구한 새마을금고 중앙회 기업금융부 A 팀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같은날 M캐피탈 소속 B부사장(전 ST리더스PE 실장)도 구속 수감됐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및 배임)로 알려졌다. 중앙회는 A 팀장을 직위해제한 상태다.

    검찰은 올해 초 새마을금고 수사를 본격화했다. 중앙회와 지역금고의 불법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시작으로 PEF 출자 사업까지 수사 전선을 넓혔다. 지난 4월 이후 중앙회와 M캐피탈, 중앙회 출자금을 받은 다수의 PEF 운용사를 압수수색하고 수집한 전자기기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했다.구속 영장 발부를 감안하면 검찰이 범죄 혐의를 의심할 최소한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과감한 출자로 PEF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했으나 그 과정에서 잡음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운용사(GP) 끼워넣기'다. 투자처를 발굴해 온 운용사와 출자 협의를 진행하다 막판에 신생사를 공동 운용사(Co-GP)로 넣자고 제안하는 식이다. 기존 운용사로선 펀드 운용 계획이 틀어지게 되지만, 핵심 출자자의 뜻을 거스르면 거래가 무산되니 어쩔 수 없이 제안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큰 손으로 성장한 새마을금고의 선택으로 급성장한 운용사가 적지 않다. 2015년 출범한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는 100억원 내외 펀드를 주로 운용하다 2019년 중앙회의 지원을 받으며 조 단위 펀드를 굴리는 대형 운용사로 성장했다. 2021년 사우스스프링스CC(약 1700억원), 테일러메이드(약 2조원)의 거래가 대표적인데 두 거래의 지분출자금(Equity) 상당 부분을 새마을금고가 댔다.

    ST리더스PE도 새마을금고와 연이 깊다. 2016년 출범한 후 초기엔 수십억원 규모 투자를 주로 했지만 새마을금고와 본격적으로 손을 잡으며 급격히 사세를 키웠다. 특히 2020년말 M캐피탈을 인수하며 양측 관계가 더 밀접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새마을금고는 M캐피탈 인수 PEF(2510억원) 자금 중 60%를 댔고, ST리더스PE는 이후 M캐피탈을 자사 PEF의 LP로 참여시키기도 했다.

    새마을금고의 출자만 받을 수 있다면 단시간 내 수천억원의 M&A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신생 또는 중소· 중견 운용사들에 대한 A팀장의 영향력은 나날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A 팀장이 '2000억원까지는 해주겠다'거나 '3000억원까지는 내 선에서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운용사가 적지 않다. 뱉은 말은 실제로 이행하니 새마을금고 수뇌부의 신뢰를 받는 실세란 인식이 많았다. 운용사들은 A 팀장이 발간한 책 '1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 (흐름출판), '사모펀드와 M&A트렌드 2023' (지음미디어) 을 사들이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검찰이 포착한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과연 이 정도 일을 거대 조직의 실무 팀장 선에서 벌일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내로라하는 대형 금융사와 기업들도 머뭇거리게 되는 대규모 지분 출자를 실무자 선에서 척척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출자자(LP)인 국민연금도 단일 투자 건에 수 천억원을 투자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 역시 검찰이 어느 수준의 정보를 갖고 어느 선까지 주시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A 팀장의 일탈 행위로 치부하기엔 지난 수년 동안 출자한 금액이 상당히 클 뿐 아니라, 벌어진 행태가 상당히 과감하다. 

    비위 행위로 여겨질 수 있는 사례들은 비단 PEF 출자 사업뿐 아니라 새마을금고의 출자 및 대출, 사실상 새마을금고의 투자와 관련해 상당히 광범위하게 엮여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부동산PF 대출 수수료 4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의혹을 받는 전현직 새마을금고 임직원들은 지난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엔 가짜 다이아몬드를 담보로 380억원대 대출 사기를 벌인 혐의로 금융브로커와 이에 가담한 중앙회 소속 임원도 중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8월까지 드러난 새마을금고 내 횡령, 배임 사건만 모두 70건을 넘는데, 해당 기간 동안 횡령·배임 혐의에 해당하는 금액만 약 500억원에 달한다.

    투자 파트의 총체적 비위 행위에 대해 충분히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일련의 비리 행위들을 통한 이익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상황에선 직제상 관리 라인에 있는 류혁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이사와 박차훈 중앙회장까지 자연히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속수감한 M캐피탈의 B 부사장은 금융 관련 경력이 일천함에도 불구, 전무로 발탁됐다가 이어 1년 만에 승진했다. 이런 배경을 비쳐보면 새마을금고의 지지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그가 박차훈 회장을 비롯, 중앙회 수뇌부 인사와 지근거리에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았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새마을금고 중앙회를 이끌고 있는 박차훈 회장도 수장으로서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류혁 대표는 실무팀장의 행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직제상 업무 관련도는 중앙회장보다 밀접하다.

    이들은 중앙회 PEF 출자와 관련해 간접적인 이익을 보기도 했다. 박차훈 중앙회장과 류혁 대표의 가족들이 사우스스프링스CC에서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라운딩을 즐긴 사례도 있다. 

    류혁 대표의 경우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로 재직하기 전 근무한 '아이스텀 파트너스'(현 토닉PE)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새마을금고가 1500억원을 투자한 케이뱅크 관련펀드 운용사를 뽑는데 인터넷 뱅크 투자와 관련이 먼 아이스텀이 선정되면서 투자업계에서는 "아이스텀 출신 류혁 대표가 아이스텀에 펀드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ST리더스PE 등 새마을금고의 총아를 비롯해 자금 출자를 받아온 여러 PEF 운용사들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여러 신생 운용사들이 'GP 끼워넣기' '사실상 전액 출자', '관리보수 선지급' 등 혜택을 받은 바 있다. 검찰이 새마을금고-M캐피탈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지 살펴 볼 여지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 이번 새마을금고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기업·노동범죄를 수사한다. 이전부터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담당했는데, 올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기소했다. 청와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를 수사해왔고, 2019년엔 청와대 비서실 압수수색을 시도하기도 했다. 검찰 내에서 전 정부와 야당 인사 관련 수사에서 중책을 맡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부서를 이끄는 서현욱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5기)는 2006년 임용, 수원지방검찰청을 시작으로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 부산지방검찰청 형사3부장을 역임했다. 작년 7월 인사 때 지금 자리로 왔다. 소신 강한 '특수통' 검사로 알려져 있다.

    서 부장검사는 '윤석열 사단'의 주요 멤버로도 분류된다. 2019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후 인사청문회 준비팀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27기), 주영환 대구지검장(27기), 김유철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29기),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29기), 김창진 법무부 감찰과장(31기) 등 현직 요인들도 당시 청문회 준비팀 멤버다.

    역시 작년 7월 인사 당시 동부지검으로 자리를 옮긴 전무곤 차장검사(사법연수원 31기)는 대구지방검찰청 강력부 부장,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을 거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합류한 대통령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이런 배경들을 감안하면 검찰이 이번 새마을금고 관련 수사에 적잖은 관심을 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각종 비위행위가 드러날 때마다 새마을금고는 조직 쇄신 의지를 나타내 왔지만 임직원들의 비위 행위는 끊이질 않는 형국이다.

    이번 실무진의 구속으로 인해 새마을금고는 또 한번의 내부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다. A팀장은 지난 2021년 중앙회가 투자한 사우스스프링스CC에서 여성 프로골퍼 및 연예계 인사들과 본인 비용부담 없이 라운딩 진행, 외유 논란이 일어난 것과 관련해 '견책'의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바 있다.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사모펀드 출자 의혹이 상당히 불거졌음에도 내부적으로 걸러내지 못하면서 검찰 수사의 시작부터 구속 수감될 때까지 2년의 기간이 흐르게 됐다. 이번에도 역시 새마을금고는 측은 "내부통제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엄격한 윤리의식 고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